수도권을 넘어선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광주광역시에서 다양한 감염 경로를 통해 최근 들어 첫 발진자 확인 이후 닷새 만에 45명의 환자가 나왔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광주의 감염 상황을 두고 우려를 표했다.
서울에서는 대형 빌딩인 광화문 KT 사옥이 코로나19로 인해 폐쇄됐다. 경기 의정부에서는 한 아파트에서 총 14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개신교계는 여름철 교회 캠프 취소를 권고했다.
광주서 확진자 급증...방역당국 "심상치 않다"
2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전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총 54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10명의 해외유입 사례를 제외한 44명이 지역 발생 환자다.
전날 71명이 새로 격리 해제돼 현재 격리 중인 환자는 938명이다. 총 누적 확진자는 1만2904명이다.
지역 발생 사례 44건 중 절반인 22건이 광주광역시에서 나왔다. 지난 달 27일 4명의 확진자가 나온 후 28일 4명, 29일 3명으로 특별히 증가하지 않던 확진자는 30일 갑자기 12명으로 뛰어오른 후, 이달 1일에는 22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감염경로가 다양한 점이 문제로 꼽힌다. 광륵사에서 지난 달 27일 첫 지표환자가 나온 후, 현재까지 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금양빌딩에서 14명의 확진자(6명은 방문자의 접촉자)가 나왔고 제주도 여행자 모임(해피뷰병원)에서 6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광주사랑교회에서는 13명의 집단 발병이 일어났다. 고위험시설인 CCC아가페실버센터 입소자 가운데서 3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한울요양원에서는 1명의 요양보호사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현재 광륵사와 관련해 635명을 검사해 이 중 629명이 음성임을 확인했다. 금양 오피스텔 관련 접촉자 250명의 검사도 완료했다.
제주 여행자 모임 관련해서는 468명의 검사를 완료했다. 앞서 지난 달 27일 같은 달 22일부터 24일 사이 제주 여행을 다녀온 후 해피뷰병원에 입원한 A씨(45번 확진자)가 30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 광주광역시는 이 병원 3층을 폐쇄하고 관련 접촉자 검체 검사를 실시했다.
광주에서 산발적 집단 감염이 잇따르자, 정부도 공식적인 우려를 표했다. '제2의 대구'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이유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중대본 회의에서 "대구의 경험을 비춰보면, 확진자가 20명에서 200명을 넘기까지 단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광주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만큼, 지금 바로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차단' 용어는 과거 대구의 집단 감염 당시 실제 뜻과 다른 오해가 나온 것과 마찬가지로, 빠른 추적을 통해 집단 감염 연결 고리를 끊자는 뜻이지 광주시를 물리적으로 봉쇄하자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대구의 경우 지난 2월 19일 20명이었던 코로나19 확진자는 같은 달 26일 226명으로 늘어났다. 다만 대구는 주요 집단 감염원이 특정 단일 종교집단이었던 반면, 광주의 경우 산발적 감염원이 흩어졌다는 차이가 있다.
박 1차장은 "지난 5월 6일 이태원 집단 감염 발생 이후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가 지속해서 발생해, 지금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충청, 호남까지 전파가 이어지고 있다"며 "밀접접촉이 일어나고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어려운 소규모 모임이나 수련회는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서는 KT, 삼성SDS 사옥 폐쇄...교회 "여름캠프 취소해야"
광주를 제외한 다른 곳에서도 집단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의정부시 아파트 집단 감염 환자는 총 14명으로 늘어났다. 전날 3명의 확진자가 추가 확진돼 이 아파트 5개 세대에서 9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아파트 주민이 방문한 헬스장에서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헬스장 확진자 5명 중 2명이 직접 시설을 방문한 자고, 나머지 3명은 이들로부터 감염된 접촉자다.
앞서 지난 달 30일 이 아파트에서 50대 남성 확진자가 처음 발견됐다. 해당 남성은 쿠팡 이천물류센터 직원이었다. 이후 추가 검사를 통해 확진자가 연이어 발견됐다.
서울 관악구 왕성교회와 관련해서는 교인 1명이 전날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재까지 누적 확진자 수는 33명이다. 서울 거주자가 25명, 경기 거주자가 8명이다.
지난 달 24일 이 교회 교인 한 명이 최초 확진 판정을 받은 후, 다른 교인과 직장동료 등이 추가 감염됐음이 확인됐다.
한편 관악구에서는 일가족 7명이 한꺼번에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도 나왔다. 지난 달 27일 신사동에 거주하는 62세 남성이 확진판정을 받은 후 아내, 차남 부부, 차남 부부의 자녀 2명, 자녀의 사촌까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 중 자녀 한 명은 서울 동작구 문창초등학교 6학년생으로 확인됐다. 자칫 학교 내 전파 우려까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이 학교 6학년 전교생과 교직원 180명을 상대로 검체 검사를 시행했다.
한편 이날(2일) 서울 광화문 KT 빌딩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KT는 전 직원 재택근무를 조치했고, 이에 따라 빌딩 전체가 폐쇄됐다. 해당 확진자는 방대본의 내일자 확진자 집계에 포함된다.
같은 날 서울 송파구 잠실의 삼성SDS 사옥도 폐쇄됐다. 이 빌딩 서관 근무자가 이날 확진자로 판정됐다. 해당 확진자는 지난 달 29일 몸이 안 좋아 퇴근한 후 30일 휴가를 냈으며, 1일 검체 검사를 받은 후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달 30일(1명)과 전날(2명) 확진자 3명이 나온 대전 천동초등학교 전교생과 교직원 등 308명 전수검사가 완료된 가운데,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앞서 방역당국은 전날 2명의 확진자 중 한 명이 첫 확진자와 같은 반이라는 점, 지난 달 22일부터 24일 사이 같은 학원에서 접촉했다는 점을 미뤄 첫 교내 전파 가능성을 의심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진 후 대전 지역 학부모들은 시내 모든 학교의 등교 수업을 중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산발적 감염이 전국적으로 일어남에 따라 방역당국의 요청 수위도 높아졌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날(2일) 방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일일생활권에 살고 있어, 지역을 가리지 않고 코로나19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사람들이 밀집하는 종교시설 등을 대상으로 방역수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권 부본부장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다"며 "종교 행사시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 주시고, 좌석은 지그재그로 앉아주시고, 노래는 부르지 말고 반주로만 대신하고, 행사 후 식사는 물론이고 간식이나 소규모 모임도 행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특히 종교시설이 다시금 집단 감염의 주요 고리가 된 가운데, 이날 개신교계 양대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무증상 감염자가 방문한 교회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것을 막는 책임도 교회에 있다"며 "여름철 진행하는 성경학교와 캠프, 기도원 부흥회 등 모든 행사를 취소, 축소, 연기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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