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이춘재가 14명의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2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재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첫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34년 만이며, 경찰이 재수사에 착수한 지 1년 만이다.
경찰은 1980~1990년대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로 특정한 이춘재가 14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다른 9명의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과 강도질을 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춘재가 내재한 욕구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성범죄와 살인을 저지르다 가학적이고 잔혹한 사이코패스 성향으로 진화했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했다.
이춘재는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화성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10건의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확인됐다.
이 10건 중 1건, 즉 1988년 9월 16일 화성 태안읍 박 모 씨 집에서 13살 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8차 사건의 경우 이듬해 윤 모 씨가 범인으로 검거돼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에 가석방됐다. 그러나 해당 사건은 경찰의 대표적인 증거조작 및 강압·부실 수사로, 현재 윤 씨는 이에 대한 재심을 진행 중이다.(☞ 관련 기사 : '이춘재 DNA, 모방범죄 결론난 화성 8차에서 발견 안 돼')
이춘재는 이 10건 외에도 1987년 12월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 1989년 7월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 1991년 1월 청주 여고생 살인사건, 1991년 3월 청주 주부 살인사건 등 4건의 살인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1989년 7월 화성 초등학생 실종 사건의 경우, 당시 8살이던 김 모 양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살인사건으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경찰 재수사 과정에서 이춘재가 김 양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재수사는 지난해 7월 사건 피해자 유류품에서 나온 이춘재의 DNA를 토대로, 이미 수감 상태였던 이춘재의 자백을 통해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는 1994년 1월 처제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이춘재는 공은경 경위를 비롯한 프로파일러들과 지난해 9월 부산교도소에서 네 번째 면담을 하던 중 이 같은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
이춘재는 살인 외에 34건의 성폭행 또는 강도 범행도 털어놨다. 해당 사건의 경우 뚜렷한 증거가 없고 일부 피해자이 진술을 꺼려 확인된 사례만 이춘재의 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경찰은 이렇게 확인된 추가 성폭행 및 강도 범행이 9건이라고 밝혔다.
한편,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수사 결과 발표에 앞서 "이춘재 사건에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피해를 본 모든 분께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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