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범(61)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레저백서는 저의 젊음과 정열을 바쳐 만든 책”이라며 “국내 레저산업 발전에 디딤돌이 되기 위해 혼신의 노력으로 만들어온 20권의 레저백서에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1999년 2월 국내 레저산업에 대한 구분이 명화하지 않던 시절 한국레저산업연구소를 설립한 뒤 ‘레저산업의 바이블’이라는 레저백서를 매년 발간해온 그는 한국골프소비자원 원장을 맡아 골프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해 왔다.
사행산업에 대해 그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출범 13년이 지났지만 합법 사행산업대 대한 규제 강화로 불법 사행산업이 오히려 급팽창하고 합법 사행산업은 뒷걸음치고 있다”며 “연간 수백조 원에 달하는 불법 사행산업의 양성화 대책도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본보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서천범 소장으로부터 레저백서 20권 발간에 대한 의미와 레저산업연구소 21년의 소회를 들어봤다.
-레저산업의 바이블이라는 ‘레저백서’가 마침내 20번째 발간되었다.
“‘레저백서 2020’이 지난 5월 20번째 발간되었다. 이 책에는 국내 레저산업 시장을 대표하는 골프, 리조트, 스키장, 콘도미니엄, 테마파크산업 등의 매출액, 이용객수 등의 자료와 일본의 통계자료까지 함께 들어 있다. 이 책에서만 볼 수 있는 레저산업 통계 도표가 327개 수록돼 있는데, 그중에 골프산업은 본문과 부표를 포함해 250쪽에 달해 레저백서의 핵심을 이룬다.
레저백서를 처음 발간할 때에는 책자에 수록할 내용이 별로 없어서 경마, 경륜, 카지노산업 등 사행산업도 수록했다. 이를 계기로 2000년대에 사행산업 전문가 대우를 받게 되었다. 특히 2000년대 초반에는 국내 레저산업 자료가 거의 없어서 일본의 레저산업 책자를 보고 배운 뒤 이를 응용해 국내 레저산업에 적용하기도 했다.
레저백서는 제 젊음을 바쳐 만든 책으로, 매년 보다 나은 자료를 수록하기 위해 열정을 바쳐 1년 내내 만들고 있다. 그래서 매년 5월에 발간되는 레저백서를 찾는 독자들이 적지 않고 레저산업 관련 업계는 물론 대학원생에서도 레저백서가 필독서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지만 레저백서를 도용해 용역보고서 등을 만드는 데가 적지 않다. 1999년에는 지자체 산하 연구소에서 레저백서를 통째로 도용해 저작권 소송을 내기도 했고 이 때문에 레저백서를 발간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업계나 학생들이 레저백서가 발간되지 않으면 회사의 보고서나 논문 작성에 큰 지장을 받으니 책값을 올려서라도 발간해달라고 간청해왔다. 그래서 1999년에는 처음으로 7월에 책자를 발간하면서 책값을 크게 인상시켰다.”
-레저백서를 만드는데 그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들었다.
“레저백서에는 327개의 도표가 수록되어 있다. 예컨대 리조트산업의 통계를 내는데, 한 업체가 자료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시계열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그래서 업체에 사정을 하면서 자료를 얻기도 하고 심지어는 책자를 발간하면 1권을 기증하는 조건으로 자료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국내 레저산업 발전을 위해서 자료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많지만 개별업체의 자료 공개를 꺼리는 업체가 있어서 레저백서를 발간할 때마다 고생하고 있다. 외부에 공개해도 되는 이용객과 매출액 등에 대해 일부 업체에서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1999년 레저산업연구소를 설립한 동기와 그동안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어려움이 많지 않았나.
“연구소를 만들기 전에는 대기업 경제연구소에서 근무했다. 1990년 그룹 계열 건설회사에서 ‘한국과 일본의 레저산업 비교’라는 용역을 발주했다. 조사를 해보니 일본의 레저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레저산업 관련 통계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틈틈이 일본 레저산업을 연구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1997년에 ‘2000년대의 레저산업’이라는 책자를 발간했다. 이 책의 반응이 좋았고 마침 그룹이 부도나서 대기업 경제연구소를 명예퇴직한 후 1999년 2월에 레저산업연구소를 만들었다.
레저산업연구소를 만들면서 ‘레저산업 21’이라는 책자를 발간했지만 이 책을 찾는 분들은 별로 없었다. 확실한 수입원이 없기 때문에 다른 회사의 사무실에 빌붙어서 15번을 이사했다. 호구지책으로 국회의원 정책보좌관도 했다.
최근에는 용역연구가 거의 없어서 책자 판매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개인 연구소를 운영한다는 게 생각보다 무척 어렵다. 그렇지만 연구소에서 발표하는 통계자료에 대해 관련업계에 계신 분들이 신뢰를 한다는 점이 보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레저백서를 찾는 고객들을 생각해서 더 좋은 자료를 담으려고 항상 고민하면서 노력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사행산업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2002년 여름에는 사행산업 전문가로 언론사의 인터뷰가 줄을 이었다. 경마, 복권 등 개별산업의 매출액, 이용객수 자료가 있었지만 사행산업 전체를 분석한 자료가 없었다. 제가 사행산업 전체를 분석한 자료한 자료를 내면서 언론의 스폿라이트를 받았다. 2002년 12월에 로또복권이 처음 발매된 것도 저한테는 기회가 되었다.
수많은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사행산업 전문가로 자리매김을 했지만 제 철학은 사행산업을 건전화시키는 것이지, 시민단체들처럼 사행산업을 없애자는 얘기는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시민단체가 등을 돌리게 되었고 2007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사행산업을 연구하는 제 역할이 없어지게 되었다. 사감위에서 발간하는 사행산업 통계자료가 제가 개발한 통계들을 무단으로 갖다 쓰면서 제가 발간했던 ‘갬블백서도’ 2014년을 끝으로 발간하지 않았다.”
-그래서 2000년대 후반부터 골프산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게 되었나보다.
“그렇다. 사행산업을 연구해왔던 제 역할이 끝나면서 골프붐이 일기 시작한 골프산업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골프관련 통계도 제대로 된 게 없었을 정도였는데, 이것이 제가 골프산업을 연구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
골프산업을 15년 이상 연구해오면서 통계자료가 축적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자료를 발표하게 된 것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골프장이 안전한 장소로 인식되면서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골프장 관련 통계자료는 저희 연구소 자료가 독보적이다.”
-해외에서의 레저산업연구소 및 레저백서 발간 사례 등은 어느 정도나 되나.
“제가 알기로는 일본에서 레저백서를 발간한다. 일본에서는 재단법인 일본생산성본부에서 레저백서를 발간한다. 매년 15세 이상 79세 이하의 일본국민 3300명 정도를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조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지난 1년간 일본국민들이 어떤 레저활동을 몇 번 했고 지출한 돈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상세하게 조사한다. 제가 만드는 레저백서에도 기존 자료에다, 우리 국민들의 레저활동에 관한 설문조사가 포함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조사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안타깝다.”
-사단법인 한국골프소비자원에 대표를 맡고 계신데,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이 모임은 2011년 11월에 한국골프소비자모임으로 출범했다. 골프장의 폭리를 없애고 골프대중화를 촉진시키기 위해서 뜻있는 이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이후 골프장 그늘집 가격이 턱없이 비싸다는 자료를 조사, 발표하면서 골퍼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에도 회원을 모집하는 편법 대중골프장과 그린피가 비싼 대중골프장에 대한 자료를 조사, 발표했다. 이를 지켜본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산업 과장이 사단법인으로 등록할 자격이 있다고 해서 2014년말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다.
골프소비자원에는 골프를 대중화시키기 위해서는 2016년 3월에 ‘마샬캐디제도’를 남여주CC에서 처음 도입했고 지난해 5월부터는 횡성 벨라스톤CC에서 야간 마샬캐디제가 시행하고 있다. 마샬캐디제를 도입을 강조한 이유는 골프대중화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다.
마샬캐디제를 운영하면, 골프장은 캐디인력의 수급이 원활하고 캐디피 절감에 따른 가격경쟁력 확보로 이용객수가 늘어나고 수익성도 개선되며, 해당 골프장의 이미지도 제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마샬캐디들에는 사회적 약자인 퇴직자․경력단절여성들에게 일자리가 제공되고 일정한 수입이 생기는 데다, 골프까지 무료로 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행산업 특히, 강원랜드 카지노 관련 정부의 규제와 풍선효과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저는 합법 사행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줄 곧 주장해왔다. 합법 사행산업의 시장규모가 지난 2018년에 22조 4000억 원에 불과하지만 불법도박의 시장규모는 합법의 4배에 달하는 100조 원을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 2007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출범한 취지가 합법 사행산업을 건전화시키는 동시에, 불법도박을 단속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불법도박은 단속하지 않고 합법 사행산업만 단속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합법 사행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시키고 불법도박을 강력하게 단속해서 불법도박을 하는 사람들을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도박의 폐해에 대해서도 학생때부터 교육을 시켜서 도박의 수요를 억제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새만금, 제주도, 인천공항 등에서 오픈 카지노 추가 개장 요구를 줄기차게 하고 있다.
“강원랜드 이외에 오픈 카지노를 추가 개장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한다. 우선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강원랜드가 설립 취지에 맞게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새만금, 제주도, 인천공항 등의 오픈 카지노 추가 요구를 수용할 경우, 전국의 도박장화가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한곳만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지역이기주의 때문에 평지풍파가 우려된다.
일본의 오픈 카지노가 개장하게 되면, 국내 카지노산업은 초토화될 것으로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에 대비해서 지금부터라도 강원랜드 카지노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 불법도박을 하거나 해외도박을 떠나는 갬블러들을 유치해야 한다. 지금의 강원랜드에 대한 규제는 갬블러들을 불편하게 만들어서 카지노에 오지 못하게 하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판단된다.
정책당국자는 물론 국가의 미래 정책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합법사행산업에 대한 규제완화의 주요성과 불법사행산업을 양지로 끌어내기 위한 고민을 당부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하다.
“레저백서에는 절반이 골프산업에 대한 자료가 수록되어 있는데, 골프장에서 구입하는 권수는 100권이 채 안 된다. 국내 골프장수가 지난해 말 535개소에 달하고 있지만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한 골프장의 인식이 아직도 부족하다. 매우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또한 상업적 목적으로 레저백서를 저자의 허락 없이 인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위반된다. 상업적 목적으로 레저백서를 인용할 경우에는 저작권 사용계약을 통해 저작권법에 위반되지 않도록 협조를 부탁드린다.
레저백서가 올해 20번째 발간되었는데, 앞으로 30번째까지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발간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 지 장담할 수 없다. 큰딸은 결혼해 해외에 나가 살고 있고 작은딸은 회사에 다니는데, 연구소를 이어받을지 모르겠다. 레저백서를 발간하지 않으면 그동안 축척된 자료들이 사장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사실 고민이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사단법인 한국골프소비자원 원장과 경륜․경정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또 그는 사행산업 광고자율심의위원회 위원, 나눔로또 자문위원, 문화체육관광부 갈등관리 심의위원,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평가운영위원회 위원, 국민체육진흥공단 ‘기금지원․평가위원회’ 심의위원,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겸임교수,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패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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