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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산업 메카 창원 '재제조 산업'으로 패러다임 전환 맞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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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기계산업 메카 창원 '재제조 산업'으로 패러다임 전환 맞을 것"

[인터뷰] 창원대 메카트로닉스연구원 설상석 연구교수

밀레니얼 세대들을 중심으로 뉴트로(Newtro) 트렌드가 각광을 받으면서 브랜드보다 합리적인 가격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새롭다는 뉴(New)와 복고(Retro)가 합성된 이 개념의 트렌드는 독일과 미국,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 ‘리트로핏’(Retrofit) 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신조류 산업은 저비용 투자 대비 고효율의 성과를 낳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현저히 높이며, 관련 기업에서는 뚜렷한 실적을 내고 있다는 점은 크게 주목받는 실정이다.

리트로핏이란 과거에 가동되던 기존 장비나 설비를 4차 산업혁명에 맞게 재탄생하게 하는 것이다. 국내 제조업도 4차 산업혁명으로의 전환이 시급한 실정에서 리트로핏을 통한 설비투자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대규모 투자를 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보자면 시간적 재정적 여건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남 창원대학교 메카트로닉스연구원 설상석 연구교수가 지난 23일 대학 연구실에서 재제조 산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김병찬)

국내에서도 이 분야가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창원대학교 메카트로닉스연구원의 설상석 연구교수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2020년 에너지기술개발 사업’에 최종 선정되기까지 고군분투하며 산파역할을 담당한 설상석 교수는 “앞으로 국산 CNC 기반 산업기계 ‘재제조 스펙업’을 비롯해 보급화 확산 기반조성 사업을 통해 재제조 관련 전문기업 육성과 전문인력 양성 등 다양한 사업화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사업은 현재 경상남도와 창원시, 경남테크노파크, 한국전기연구원, 경남대학교, 조선대학교, 대신엔지니어링, 센텍이 참여해 오는 2025년까지 6년간 216억 원의 정부지원금을 받아 진행된다.

창원대 메카트로닉스연구원은 고장이나 폐기 또는 교환된 공작기계를 회수한 후 신제품의 90%에 가까운 상태로 회복시키는 재제조 사업을 맡아 자원과 에너지 저감 효과의 중심 역할을 할 예정이다.

설상석 교수를 지난 23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나 자세한 내용에 대해 들어봤다.

프레시안:재제조 산업은 생소하다. 어떤 개념인가.

설상석:우선 우리나라의 기계 및 중화학공업의 역사부터 살펴보자. 50년 이상의 역사이다. 창원은 그 중심에 있는 산업도시이다. 마산수출자유지역도 50년이 넘었다. 창원기계산업도 그렇다. 그때 조선과 방위산업 등 중화학공업을 창원에 도입해 육성시켰다. 그때인 1970년대에 공작기계가 필요했다. 항공기, 조선, 방산 분야에 필요했던 것이 공작기계였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그런 장비가 없었다. 그래서 독일, 영국, 이탈리아, 일본에 가서 이미 30~40년 이상 지난 장비를 당시 가격으로 30억~40억 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주고 사왔다. 그것으로 조선, 자동차, 공작기계, 방산 분야 산업을 발전시켰다. 그것을 ‘마더머신’(mother machine)이라고 한다. 이 마더머신이 창원의 기계산업을 발전시켰다.

프레시안:마더머신이 재제조 산업의 핵심 대상이라는 것인가.

설상석:출발은 마더머신의 재제조와 판매로부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200여개의 산업군이 있다. 핵심분야는 공작기계, 조선, 항공, 가전, 자동차(철도, 자가용), 생산기계, 항노화, 방산, 로봇 등이다. 재제조 산업의 기반을 다지고 확장되면 모든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프레시안:재제조 산업 아이디어를 낸 계기는.

설상석:요즘은 자원순환경제시대이다. 이번에 재재조 산업 아이디어를 낸 이유도 2년 전에 경남의 경제와 산업적 위기탈출 방안이 뭐가 있느냐, 경남이. 그리고 창원이 기계산업의 메카인데 어떠한 사업을 해야 미국의 디트로이트처럼 망해가는 도시를 살릴 수 있느냐 해서, 경남도에서 제안을 하라고 했다. 그때 경남도에서는 스마트팩토리 2,000개를 만들겠다고 보도자료를 냈고, 나는 자원순환을 해야 한다며 그런 사업을 경상남도가 해야 한다고 제안을 했다.

프레시안:스마트팩토리보다는 재제조 산업이 창원에 적합하다는 것인가.

설상석:우리나라는 1980년대 방침관리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때 전사적 품질관리와 공장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됐다. 그런데, 알고 보면 스마트팩토리라는 게 바로 이 개념이다. 그냥 말만 아름답게 꾸며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이미 1980년대에 도입한 것을 가지고 지금 새로운 것처럼 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내용적으로는 제작 과정 전반에 로봇을 활용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 등이 새로운 것 같지만, 개념적으로 보자면 이미 공장자동화 시스템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래서 나는 기계산업 메카 도시에는 스마트팩토리가 맞지 않으니 순환자원시스템인 재제조 산업을 육성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반응은 어땠나.

설상석:계속해서 주장을 하고 자료를 만들고 보고서를 제출하니 산자부에서 문의가 왔다. 도대체 재제조 산업이 뭐냐는 거였다. 그래서 앞서 말한 우리나라의 기계와 중화학공업의 역사부터 설명했다. 그리고 마더머신 도입 후 장비만 도입하는 데 그친 게 아니라 전문인력들도 필요해 해외 기술자들을 유입하고, 그들로부터 기술 전수를 받고 습득해 중화학공업이 발전하게 된 역사적 사실도 설명했다.

프레시안:마더머신이 원천기술이라는 얘기 아닌가.

설상석:물론이다. 이 마더머신이 첨단산업 기계들을 만들어냈다. 삼축가공, 오축가공 기계 등이다. 두산과 위아 등에서 만들어냈다. 그래서 삼축가공과 오축가공기계 등은 마더머신의 아들과 딸인 셈이다. 그리고 이 아들과 딸들이 반도체 장비나 우주발사체 장비를 비롯해 IT산업 발전을 위한 장비들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반도체장비를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이 발전하고 생활과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발전하다보니 그 밑바탕이 된 원천기술에 대해서는 새까맣게 까먹고 있다.

프레시안:어떻게 활용하자는 것인가.

설상석:현재 창원에 마더머신이 엄청나게 많다. 그런데 항공을 제외한 조선, 자동차, 공작기계, 방산 산업 등이 죽게 되자 마더머신이 필요 없게 됐다. 그러다보니 공장마다 마더머신을 고철로 쌓아놓고 있다. 몇 십억, 몇 백억 원에 사들여온 기계를 ㎏당 몇 백 원밖에 안 되는 헐값의 고철로 팔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방치된 이 마더기계를 재제조, 재생을 해서 개발도상국에 팔자는 것이다. 수익창출을 할 수 있다. 현 정부가 원하는 신북방정책에 맞춰서도 나중에 (북한이) 개방이 되면 이 기계들을 공급할 수도 있다. 남북경협의 중요한 매개체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방산이나 농기계 분야에서는 이런 기계들이 없으면 기계를 만들지 못하니까 신제품의 90% 정도까지 재제조를 해서 공급하면 된다. 얼마나 자원 재활용이 되겠는가. 베트남이나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미얀마 등 동남아 개발도상국의 경우 방산도 하고 싶고 조선도 발전시키고 항공산업도 하고 싶은데, 그런 큰 장비를 수입하려니 너무 비싸서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마더머신을 리트로핏을 통해 개발도상국으로 수출하게 되면 경제적으로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창원에 새로운 산업의 변화가 올 수 있다. 정부가 얘기하는 고용창출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프레시안:고용창출도 가능하다?

설상석:마더머신을 재제조를 하고 수리하고 복원, 개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사람들의 연령대가 1958년생부터 1963년생까지이다. 그런데 이런 고급 기술자들이 지금 직장을 잃고 마땅한 수입처를 찾지 못한 채 실직자로 전락하고 있다. 신세대는 이런 기계를 만질 줄 모른다. 이 좋은 산업인력들이 놀고 있다. 창원의 기계산업을 활성화시키고 대기업을 육성시킨 뿌리들이다. 명장, 기능장들이다. 건강하고 그런데도 놀고 있다. 그래서 이 사업을 활성화하면 이런 노동력에 대한 고용창출이 가능해진다.

프레시안: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설상석:장비를 수입하게 되면 경상남도의 경우 해외기술자 초빙사업이라는 게 있다. 일본 기계를 들여온다고 치자, 기술자를 데려와서 기숙사를 마련해주고 고액의 연봉을 줘야 한다. 경남도비를 가지고. 만약, 우리가 리트로핏을 통해 마더머신을 개발도상국에 수출하게 되면 팔아서 경제적 이득을 얻고, 기술자도 파견해 인력수출도 되고, 부품이 고장 나면 한국에서 만들어 공급해 이윤을 창출하게 되고, AS까지도 가능하게 된다. 나는 경상남도에서 이 일을 주관해서 하자고 제안했다. 시너지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했다. 기술도 경상남도가 최고이고, 인력도 엄청나게 보유하고 있고, 명장들만 100여명에 달한다. 그런데 그런 인력들을 지금 회사에서 퇴직시키니까…

프레시안:경남도에서 어떤 식으로 주관을 하자는 것인가.

설상석:재제조를 하는 것은 국산장비뿐만 아니라 수입장비들도 대상이다. 사실 수입장비들이 대부분이다. 역사가 100년 정도 되다보니 특허침해도 안 된다. 그리고 현재 산업현장에 있는 이런 장비들이 고장이 났을 때 해외 기술자들을 부르면 오지 않는다. 한국에서 알아서 수리해서 사용하라고 한다. 그래서 아예 우리가 자체적으로 재제조를 해서 기술적 노하우도 축적하고 자원을 재활용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옛날 장비는 요즘처럼 첨단화가 안 돼 있다. 센스 기술이라든지. 그기에 스마트팩토리 센서나 로봇 자동화 기술을 접목시키면 얼마나 효과적인가. 그래서 재제조 산업에 이 분야를 결합시키자, 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주장했다. 수동기계를 자동기계로 만들 수 있으니. 이런 과정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판매한 장비들에 대해 경상남도에서 AS, 보증관리, 기술인력, 설계, 부품조달 등을 책임지면 된다. 그래서 이 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프레시안:재제조 산업에 대한 주장은 언제부터 했나.

설상석:지난 2018년 11월부터 가는 곳마다, 기관마다 주장했다. 스마트팩토리가 한창 뜨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리고 기획서를 쓰기 시작했다. 정부에 제출용이었다. 시장조사와 기계 조사 등도 했다. 1년 반 정도 걸렸다. 그리고 지난해 중반에 산자부에 올렸다. 경남도에도 보고를 했다. 그랬더니 산자부에서 재제조 산업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보자고 문의가 왔다. 그래서 내려오라고 했다. 산자부 국장과 연구원, 경남도 부지사와 실국장, 경상남도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관리평가원 등에서 관계자들이 내려왔다.

프레시안:어떻게 설명했나.

설상석:창원의 한 업체에 가니까 프레스가 이탈리아, 헝가리 제품들이었다. 고장이 한 달에 두세 번씩 나니까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생산을 제대로 못하게 되면 대만이나 중국에 가서 관련 부품을 사와야 하는 실정이었다. 이 업체가 문을 닫으면 그곳에서 생산하는 트럭 커넥팅로드나 후레임 등 자동차 관련 부품들을 모두 수입해 와야 한다. 조선분야 생산품인 임펠라 즉 프로펠러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이런 업체가 없어지면 창원시에서도 세수가 없어지니까 엄청난 손실이다. 그래서 재제조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수입장비들의 경우 분해해보면 기술적 노하우가 엄청나다. 그것을 현재 엄청나게 발전된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역설계를 해서 도면과 취급설명서, 안전규정, 표준화 등을 만들면 해당 헝가리 기계와 관련해서는 대한민국이 대표 국가가 된다. 현재 대동중공업이 공작기계를 리트로핏을 하고 있다. 영진테크도 수리만 전문으로 하고 있다. 대신엔지니어링도 신품 제작보다 수리 분야가 매출이 더 많은 실정이다.

프레시안:재제조를 통해 한국형 표준을 만들자는 얘기인가.

설상석:그렇다. 사실 100년 된 이 장비들을 잘 사용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 아주 잘 만든 기계들이다. 그런데 기술적 노하우가 없다. 설계도면 자체가 없으니까. 그래서 분해를 해보면 기술적 노하우를 다 들여다 볼 수 있다. 설계도면을 만들면 된다. 표준화와 공정절차도 등을 다 만들어 한국형 표준으로 만들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 주문이 들어와도 싸게 수출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을 바탕으로 처음에 산자부에 국책과제 안을 올렸다. 300억 원을 달라고 했다. 그런데 채택이 안 됐다.

프레시안:이후에는 어떻게 진행했나.

설상석:그래서 경남도에 요청했다. 그랬더니 나중에 대학이 주관을 할 수 없다고도 했다. 주관할 수 있는 기관은 경남테크노파크라고 했다. 열심히 만들어서 경남테크노파크에 이것을 좀 맡아달라고 했다. 그리고 컨소시엄을 만들었다. 그렇게 경남도, 경남테크노파크와 함께 협의하고 논의해 이번 사업을 구체화했다.

프레시안:산자부에서 국책과제 선정 당시 조건이 있었다는데.

설상석:이 사업이 확정될 무렵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품목 중에 CNC 컨트롤러가 포함됐다. 이게 국산화가 안 돼 있었기 때문에 일본에서 수출하지 말라고 하는 바람에 공작기계 분야가 거의 올 스톱이 됐다. 이게 없으면 기계는 껍데기일 뿐이니까. 그래서 모든 공작기계 만드는 회사에서 난리가 났다. 창원에 ‘한국화낙’이라는 일본계 회사가 있다. 여기에서 일본으로부터 CNC 컨트롤러를 공급받아 공작기계를 만들어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었는데, 비상이 걸린 것이었다. 당시 정부에서, 이낙연 총리가 한국기계연구원에 내려와서 CNC 컨트롤러를 국산화하라고 하면서 얼마가 필요하냐고 했다. 그때 800억 원이 필요하다고 했고, 국산화한다고 언론보도 등을 통해 홍보하고 난리가 났다. 이때가 내가 제안했던 제재조 사업이 정부에서 거의 승인이 날 무렵이었다. 산자부는 CNC 컨트롤러 국산화 제품을 탑재해서 제재조를 하라고 했다. 조건부를 걸었다. 시장조사를 해봤다. 그랬더니 CNC 컨트롤러 분야 기술 국산화가 이미 돼 있었다. 삼성중공업에서 국산화해 유럽 수출용으로 제작해 수출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두산공작기계도 80%정도 개발을 해놓은 상태였다. 통일중공업에서도 ‘센트롤’이라는 시스템을 개발해 많이 팔았더라.

프레시안:핵심기술 중 하나가 이미 국산화가 돼 있었다고?

설상석:그랬다. 그런데, 이 분야 사업이 왜 활성화되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확인해보니 ‘한국화낙’이나 ‘도시바’ ‘지멘스’ 등 일본 제품 선호도가 더 높았고, 상대적으로 한국제품을 잘 사용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이 분야 한국기술이 사장된 것이다. 이미 1980년대에 국산화했던 기술인데, 아깝게 묻혀 버린 것이다.

프레시안: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설상석:현재는 옛 통일중공의 자회사였던 ‘센트롤’이 ‘센텍’으로 바뀌었고, 경기도에 있다. 관계자들을 만났다. 재제조 사업에 대해 설명하면서 CNC 컨트롤러 탑재 가능여부를 물으니 “다 돼 있으니 탑재만 하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이 사업 참여를 제안했고, 컨소시엄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적 난관은 있었다. 일본 미쓰비시(MITSUBISHI)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 기술이 딱 한 가지가 있었다. 제품을 가공할 때 움직임에 따라 X, Y, Z축 세 가지가 있는데, 마지막 Z축과 관련한 기술개발이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안 돼 있었고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두산공작기계가 기술개발을 80% 정도 했다는 게 바로 이 분야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이것만 되면 우리나라 기술도 100% 완성될 수 있다.

프레시안:국산제품에 대한 한계는 여전한가.

설상석:그렇다. 문제는 전 세계에서 국산제품에 대한 신뢰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화낙’이 이 분야 세계 최고의 제품으로 성장하기까지는 몇 십 년 동안의 보완작업과 기술적 노하우 축적이라는 물리적 과정을 거쳐 신뢰성을 구축하는 노력들이 필요했다. 그처럼 우리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또 신제품에 국산화 프로그램 장치를 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힘든 점이 많으니까. 그래서 우선 재제조를 통해 만든 제품들을 대학교에 교육용으로 공급하자는 안을 냈다. 학생들부터 가르쳐 보고 문제점을 찾아 보완을 하고, 그런 학생들이 산업현장의 인력으로 배치되면, 국내뿐만 아니라 동남아 등 우리 인력이 있는 나라의 산업현장에서는 국산 재제조 제품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프레시안: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할 듯한데.

설상석: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공작기계 분야에서 국산화율이 60% 정도이다. 나머지 40%는 수입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소재와 부품 분야에서 국산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그런데, 소재와 부품을 국산화한다고 해도 어디에서 사용해줄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왔다. 이는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어떤 기업에서 국산 부품을 사용해주는 대신에 세제혜택을 준다든지 해서 많이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기술적 노하우를 축적하는 것이 기업도 국가도 장기적으로 이득이다.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관련 분야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만들어봤자 국산제품이라고 홀대하면서 사용해주지 않으면 만드는 사람만 손해 아닌가. 누가 만들겠는가. 그래서 제도적 정치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레시안:지방정부의 역할도 있을 것 같다.

설상석:재제조 분야가 가지는 또 하나의 장점은 창업자들의 초기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새 기계를 사려면 돈이 많이 든다. 우선 중고기계 사서 창업을 할 수 있으면 공작기계 분야 청년창업도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또, 기술적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중장년층 취업도 활성화될 수 있다.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술적 노하우 전수와 AS를 비롯해 보증관리 등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경남도에 재제조와 관련해 도 차원의 인증마크를 만들자고 제안도 했다. 경상남도라는 지방정부가 보증하는 기계라는 신뢰성을 부여하는 작업이다. 그래야만 재제조 제품을 사려고 하지 않겠는가.

프레시안:재제조 산업 육성 허브 역할을 할 기구는 있나.

설상석:현재 창원 성산구 상복일반산업단지 내에 경남도와 창원시가 협의를 거쳐 ‘재제조 허브 구축센터’를 짓기로 했다. 곧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경남도와 창원시가 100억 원을 출연했다. 재제조 허브 구축센터는 경남 내에서의 산업기반 구축뿐만 아니라 전국적 확산의 역할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외국에 재제조 산업 보급도 가능해지고, 북한이 개방되면 역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프레시안:공작기계 외에도 적용 범위가 많을 것 같은데.

설상석:사실, 오래 된 공작기계들은 환경적 문제도 크게 가지고 있다. 정부의 이번 그린뉴딜 사업이 에너지 저감, 친환경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재제조 사업은 이런 정부 정책방향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재제조 사업은 효과적이다. K-1이나 K-55와 같은 전차들은 연수가 10년이 됐거나, 운행거리 10만㎞를 넘으면 무조건 ‘리트로핏’을 하게 돼 있다. 규정으로. 국내 전차 보유대수는 3,000대 정도인데 해마다 300대 정도는 수리를 해야 한다고 한다. 외국에서 수입해온 뒤 군수창고에 처박혀 있는 각종 장비들도 모두 재제조 사업 대상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장비만 계속 생산하거나 수입해오지 말고, 센서 등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오래 된 장비들에 접목해 재제조를 하면 국방비도 절약될 것이다. 조선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선박에서 나오는 낡은 엔진의 양의 어마어마하다. 그것만 제대로 수리하는 사업만 창원에서 해도 수백개 기업이 먹고 살 수 있다. 이렇듯 재제조를 접목할 수 있는 산업분야는 엄청나게 많고 다양하다.

프레시안:이런 주장은 국내에선 처음인가.

설상석:직전 정부에서 수출중고차 산업을 진행한 것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공작기계를 비롯해 각종 산업장비와 조선, 방산업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 가능한 재제조 사업이라는 개념적 접근은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이나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경우 리트로핏 산업이 거의 100년 이상 돼 정착이 아주 잘돼 있다. 독일의 루프사 같은 경우 오래 된 명차들을 이용한 맞춤형 리트로핏 산업이 활성화돼 있다. 주요 타깃 고객층을 공략 대상으로 하는데, 고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했고 공장 규모도 엄청나게 크다.

프레시안:국내 반응과 향후 방향성은.

설상석: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이 사업과 관련해 육성 필요성을 느끼고 문의를 해오고 있다. 또 분야별 재제조 산업 전문 기업을 육성할 육성전문기업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외국에서 바이어가 오면 원하는 기계가 있는 공장으로 직접 가야 한다. 하지만 재제조 산업 기업들을 육성하고 모아서 집적화를 하면 원하는 기계를 한 곳에서 얼마든지 살펴보고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프레시안:창원이 최적지인 이유는.

설상석:창원은 기계산업의 메카이다. 유리한 점은 창원의 경우 기계 하나를 만들더라도 지역 내에서 다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경기도나 인천 같은 경우 가령 기계를 만들다 열처리가 필요할 경우 다른 지역으로 갔다 와야 한다. 도금이 필요하면 다른 도시 갔다 와야 한다. 하지만 창원은 다 있다. 비용 차원에서도 다른 지역보다 훨씬 강점을 가지고 있다. 또 중화학공업을 일으켰던 기초산업이 창원에 다 있다. 그 인프라가 다른 지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돼 있는 지역이다. 이런 곳에 자꾸 새로운 것만 집어넣으려고 하고 있다. 몇 십 년 이상을 강고하게 자리잡고 발전돼 온 산업적 기반과 틀을 무시하고 새것으로 교체하고 집어넣으려고만 하고 있다. 이게 먹히겠는가. 기초산업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것만 하자고? 반도체, 3D 프린팅, 드론, 스마트팩토리 등 신산업과 기존 기초산업 분야가 동반성장을 해야 한다. 갑자기 기존의 것 하지 말고 다 뒤엎으라고 하면 자본과 인력적인 부분에서 어떻게 감당을 해내겠는가. 그래서 동반성장을 기반으로 신산업 중심의 사업적 다각화를 하고, 지역과 국가가 서서히 산업체질과 분야의 변화와 발전을 해나가야 한다.

프레시안:인간성의 문제도 포함된다고.

설상석:독일의 경우 인간 중심의 스마트팩토리를 진행했다. 대기업만 스마트팩토리를 하고 중소기업을 포함해 그 이하는 건드리지 않았다. 고용의 문제 때문이다. 대기업은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도 그곳에서 나온 인력들이 중소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어놓았다. 선진국들은 그렇게 인간은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중소기업부터 자동화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스마트팩토리를 한다고 난리를 치다보니 산업인력들이 일자리를 잃고 갈 데가 없어지고 있다. 잘못된 것이다.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대기업은 손대기 어려운데 중소기업은 손쉬워서?

설상석:그렇다. 문제는 사람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가전제품 조작 회로인 PCB기판을 만드는 창원의 한 공장에서는 제조라인에 주로 여성 노동자들이 엄청나게 종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공장에 로봇을 설치한다면 그 많은 노동자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50% 이상이 엄마이자 한 가정의 가장들인데, 해고되면 그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당장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국가에서 생활보조자금을 줄 것인가? 사실상 골치 아픈 문제이다. 대기업은 이익률이 많지 않나. 그것을 중소기업에 나눠주고 상생구조로 가야하는데, 누구든 대기업한테는 그렇게 주장하고 요구하지 않는 게 현실 아닌가. 그래서 대기업은 스마트팩토리로 가서 세계 경쟁시대에 대처하고, 중소기업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서 수작업은 수작업대로 하고 자동화가 필요한 일정 부분은 자동화로 가서 상생구조로 가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의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일자리를 잃은 인력들도 중소기업으로 와야 하지 않나. 비록 임금 차이는 나겠지만 직장을 완전히 잃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프레시안: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은.

설상석:공작기계 재제조 산업을 통해서 다른 산업분야에서도 폐기로 전환되고 있는 산업자본들을 다시 되살려 활용하고, 중고제품도 재자원화 해서 보급 확산이 이뤄지도록 확산됐으면 한다. 사실 우리나라 산업군의 전 분야에서 확산돼야 할 시점이다. 부품도 그렇고 소재도 리사이클링으로 전환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설상석 교수 주요 프로필

-(현) 창원대학교 메카트로닉스연구원 연구교수

-2013~2018년 창원대학교 중점교수

-2017년 창원대학교 기계설계공학 박사학위 취득

-2008년 창원대학교 기계설계공학 석사학위 취득

-1998~2011년 ㈜거백 대표이사

-1991~1997년 ㈜씨에스아이 총괄본부장

-1980~1991년 ㈜두산 메카텍 생산기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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