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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공원의 일몰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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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7월 1일, 공원의 일몰이 시작된다

[함께 사는 길] 민간공원, 차선조차 아니었다

2020년 7월 1일부로 일시에 일몰 예정이었던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면적은 전국적으로 364제곱킬로미터. 2019년 12월 13일 정부는 △지자체 재정으로 토지를 매입해 직접 공원으로 조성하거나 △일몰로 해제되는 공원부지를 도시자연공원구역 등 도시계획적 관리계획에 의해 다시 녹지로 지키거나 △민간자본에 부지 일부 개발권을 주고 나머지를 민간공원으로 개발(민간공원특례제도)하거나 하는 방안을 통해 '오는 2020년 7월 1일 일시에 일몰 되는 면적'을 64제곱킬로미터로 줄였다고 발표했다. 또 이 64제곱킬로미터마저도 '주민 이용이 적거나, 그린벨트나 보전녹지, 고지대나 경사가 급한 곳들만 선별해서 해제할 곳들'이라 난개발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애초 364제곱킬로미터 일몰 대상지를 64제곱킬로미터로 줄였으니 칭찬할 만한 일인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따져 볼 것들이 있다.

▲공원일몰제에 따른 천안 일본산 민간공원 특례사업 감사청구 기자회견. ⓒ환경운동연합

"그게 최선입니까?"

먼저, 중앙정부가 공원을 일몰에서 구할 주요 책임자를 지방자치단체라고 줄기차게 강조하며 내세웠던 '공원 업무는 지방사무'라는 규정은 과연 온당한가? 일본 강점기 때부터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장기미집행 공원으로 남아있는 다수의 녹지를 공원으로 지정한 것도, 그렇게 지정만 해두고 실제 조성 절차는 밟지 않은 것도 중앙정부였다. 1993년 지방자치제의 도입 이후 도시계획시설(학교, 도로, 공원 등) 관련 사무가 지방자치단체에 이관됐다. 장기미집행 공원 관련 사무도 지방사무가 되어 지방자치단체에 넘겨졌다. 중앙정부가 이전에 계획하고 지정했던 사업과 관련된 비용이 사무 이양 과정에서 사무와 함께 이양되진 않았다. 결국 도시계획시설 부지로 묶여 대가 없는 재산권 행사 제한에 지친 토지 소유자들이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1999년 10월에 '재산권 침해가 맞다. 이를 해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헌재 판결을 이행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국회는 2000년 '도시계획법'을 개정했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부지 중 지목이 대지인 토지가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 뒤 실제 조성되지 않고 10년이 경과하면 소유주에게 해당 토지의 매수청구권을 부여'하고 대지 이외 지목의 토지는 '20년이 경과하면 도시계획시설 결정 효력이 없어진다'한다고 명기한 것이다. 이 조항은 2003년 '도시계획법' 폐지 후 이를 대체한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계법)'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국계법은 '2000년 7월 1일을 20년 유예기간의 기점으로 설정해 2020년 7월 1일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일제 해제(일몰)'하는 '도시공원일몰제'를 명시했다. 2000~2020년에 이르는 20년 동안 중앙정부는 지방에 이양된 사무(지방사무)라며 손을 놓고 지방자치단체들은 '재원이 없다'며 장기미집행 공원의 해소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같은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들 중에서도 공원의 비중이 높았다. 공원은 중앙과 지방 양쪽 정부 모두에게 중요한 사무가 아니었던 것이다. 2004년 전체 미집행 시설면적 1291.46제곱킬로미터 가운데 공원면적이 764.91제곱킬로미터로 최대(59.2퍼센트)였고 14년이 지난 2018년에도 1114.7제곱킬로미터 중 446.7제곱킬로미터로 역시 최대(40퍼센트)였다.

중앙정부가 일몰이 유예된 20년 동안 추진한 주요 제도와 정책을 보면 일몰제의 산파로서 마땅히 취할 만한 입장과 태도를 취했다고 보긴 어렵다. 정부는 2005년 '도시자연공원구역' 제도를 도입했고 2009년 '민간공원특례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지자체의 부지 매입비용을 보조하는 데는 인색했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관련 재원을 직접 지원하는 제도는 '지방채 이자를 지원(2018년 총액 7200억 원 한도로 이자의 50퍼센트 지원, 2019년 70퍼센트로 상향 조정)'하거나 '지방채 한도를 확대'해주고 '환경부와 산림청 등의 국고지원사업과 연계해 지원'하는 정도가 다였다. 이 정도 지원 규모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예산과 지방채를 통해 투입하기로 계획한 9조5000억 원(2023년까지 7조4000억 원, 이후 2조1000억 원)과 비교하면 한참 작은 규모다.

2019년 10월 22일 열린 '정부의 도시공원 일몰제 대책평가와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 입법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와 '2020 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은 △국·공유지는 일몰 대상에서 제외, 지방정부에 무상 양여 △토지매입비용 원금 50퍼센트와 지방채 이자 전액 국비 지원 △도시공원을 도시자연공원구역(여가 활용시설 설치 가능)으로 변경 시 토지 소유주에 적합한 세금감면을 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중앙정부가 책임에 값하는 재정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었던 것이다. 일몰에서 공원을 구할 재원 지원에 인색한 중앙정부의 정책 태도는 '도시공원일몰제' 제정 전후의 맥락을 살펴볼수록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중앙정부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면, 이것은 '지방사무'라는 핑계 뒤에 숨은 역할의 축소, 임무의 방기에 가깝다.

민간공원특례사업, "왜 국가사무를 민간자본이?"

더 엄중한 임무 방기는, '민간공원특례제도'라 할 것이다. 2009년 도입한 이 제도는 일몰이 예정된 공원부지의 최대 30퍼센트까지 아파트 등으로 개발을 허가하고 나머지는 공원으로 조성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기부채납하게 하고 있다. 지자체로서는 이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지자체 재정을 쥐어짜지 않고서도 공원 일몰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손쉬운 수단이라 할 만하다. 특례사업 대상지가 돼 훼손 위기에 처한 천안 일봉산공원을 지키기 위해 11일간 생명을 건 고공 단식농성을 펼쳤던 서상옥 천안아산환경연합 사무국장은 이 제도의 본질을 "특례사업은 도심의 공적 생태자산을 공적자본으로 지키는 대신 민간자본에 불하하는 특혜사업"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 5월 6일, 청주시장(한범덕)은 민간공원특례사업으로 조성된 새적골공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시 재정이 열악해 불가피하게 민간개발을 선택했다. 시 예산 투입 없이 난개발 막고 공원도 보존했으니 시민들이 반길 것"이라고 발언했다. 새적골공원은 전체 13만제곱미터 중 3만8000제곱미터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그 나머지 면적에 조성된 공원에는 어린이놀이터, 포도석이 깔린 중앙광장과 도로, 데크가 깔린 산책로, 체육시설 등이 들어섰다. 공원에 붙은 노른자위 땅에 오는 11월로 완공이 예정된 777가구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조성된 공원은 실상 이 아파트 단지에 딸린 조경정원에 가깝다. '그래도 전면 해제돼 난개발되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 '온전한 공익 실현은 못 했어도 재정을 아꼈다'는 한 시장의 발언은 사실 변명에 가깝다. 공무를 민간자본에 떠넘겼다는 것이 민간공원특례사업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2018년 조성된 최초의 민간공원인 의정부 직동근린공원에는 야외공연장, 광장, 다목적 체육시설, 숲속쉼터, 어린이 야외체험장, 실내 테니스장 등 비공원시설과 체육시설이 공원 면적의 반 넘게 배치돼 있다. 최초의 민간공원이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추진하는 민간공원특례사업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던 곳이다. 이 공원, 한눈에 봐도 브랜드 아파트에 딸린 조경공원이다. 원래라면 이 공원은 북한산국립공원의 산바람이 의정부 시내로 들어가는 바람길이었다. 그러나 17개 동(1850세대)의 27층짜리 고층 아파트가 바람길을 훼손했다. 기왕에도 도시 열섬을 낮추는 바람길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지적을 받던 의정부시였다. 2019년 의정부 등 서울 북부에서 탄천과 안양천 등 서울 남쪽으로 이어지는 바람길을 조사한 경북대 엄정희 교수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의정부시는 찬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지점에 대규모 공공·주택시설을 밀집 건설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민간공원 개발의 핵심은 '재원을 누가 대느냐'에 있지, 그 공원이 '도시의 바람길로서 기능하거나 숲으로서의 생태적 기능을 유지하는 것'은 주요한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회적 갈등의 대상이 된 천안 일봉산공원, 특혜 시비로 부구청장이 구속된 광주 민간공원 2단계 특례사업 등 특례사업이 순탄히 진행되긴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자 결국 곳곳에서 사업 포기가 속출했다. 대전의 경우, 초기 7개소에서 사업이 계획됐으나 2곳은 도시공원위원회에서 부결됐고 2곳은 시가 재정을 들여 매입 후 조성하기로 선회했다. 원주에서도 3곳에서 추진되고 있었으나 2곳이 사업을 포기했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2020년 3월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3만8304호(국토교통부)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2020년 5월 기준 6만747호(한국주택협회 주택통계정보)의 분양계획이 잡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자본이 사회갈등을 무릅쓰고 사업을 계속하긴 어렵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2일 '도시공원부지에서 개발행위 특례에 관한 지침' 일부 개정을 행정예고하고 이어 4월 29일 관련 훈령을 발표했다. '도시공원 실효(일몰) 60일 전까지 환경영향평가 합의를 완료하지 못했거나, 공원조성계획 결정고시를 이행하지 못한 특례사업은 지자체장이 중단시킬 수 있고, 사업부지는 녹지로 계속 보전(도시자연공원구역 등을 수단으로 도시계획적 관리방안 수립)'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에 따라 78개 특례사업 중 65개 사업이 특례사업의 볼모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민간공원특례사업 제도 자체가 폐기된 게 아닌 데다 천안 일봉산공원처럼 여전히 갈등을 겪으면서 진행되는 특례사업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두 도시 이야기

정말 민간공원특례사업이 도시공원의 일몰을 막을 차선이라도 될 만한 제도였을까? "그렇지 않다"고 답할 수 있는 근거가 서울과 전주에 있다. 서울은 2019년 10월 일몰 예정 도시공원의 60퍼센트를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했다. 꼭 먼저 땅을 사지 않아도 일단 공원을 7월 1일의 일몰에서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보여준 것이다. 물론 서울은 2002년부터 1조9000억 원을 도시공원 부지 보상에 사용해왔고 2018년 4월에는 1조300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해 일몰 예정지 내의 핵심 사유지 2.33제곱킬로미터를 사들이기로 한 바 있다. 전주의 경우는 더욱 놀랍다. 전주시는 일몰 예정지 15곳(14.5제곱킬로미터)을 지방채 3500억 원을 투입해 전면 매입하기로 했다. 전주의 재정자립도는 수년째 30~32퍼센트 선으로 전국 주요 시들 중 가장 낮은 편이다. '무엇을 자치행정의 우선순위로 삼아야 하는가?' 민간공원특례사업을 마다한 두 도시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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