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종부세 1원도 안내는 투기꾼들 잡지 못하면 6.17대책 무의미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종부세 1원도 안내는 투기꾼들 잡지 못하면 6.17대책 무의미

[기고] '갭 투기꾼’들이 손실을 보고 주택을 매도하게 될까?

정부가 21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일부언론은 강력한 대책이라고 호평했고, 다수 언론은 과거 정책의 "재탕"이고 전형적인 "뒷북 정책"이므로 실패할 것이 뻔하다는 혹평을 내놓았다.

부동산 대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는 하나다. 대책 발표 이후 집값이 하락하면 그 대책은 성공적이고, 하락하지 않으면 그 대책은 실패한 것이다. 이번 대책으로 지난 3년 내내 급등한 서울집값과 작년 말 이후 급등세를 보인 수도권과 지방도시의 집값이 하락할까?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지방도시의 집값을 급등시킨 가장 큰 힘이 투기였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집값이 하락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투기가 끝나야 한다.

투기를 끝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투기꾼이 손실을 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태까지 정부정책은 집값 급등세를 멈추는 것이 목적이었지, 급등한 집값을 하락시키려는 정책은 펴지 않았다.

그러나 주택투기가 큰 손실로 귀결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투기는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살아나곤 한다. 그러면 주택 투기꾼이 손실을 입도록 하려면 어떤 정책을 펴야 하나? 그리고 이번 대책은 그런 정책을 담고 있나?

주택투기 수익률 한달 만에 30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 하루 전 어느 방송은 집값이 급등한 청주지역을 취재해서 그곳 부동산 중개업자의 목소리를 전했다.

"작년 가을부터 투자자들이 버스로 몰려왔다."

"한 명이 서너 채씩 싹쓸이하는 바람에 매물이 씨가 말랐다."

"한 달 만에 2억 이상 오른 것 같다."

다른 기사에 의하면 4억원 주택의 전세가가 3억5천만원이으로 그 주택 매입을 위한 자기자금은 5천만원이면 충분했다고 한다. 그 주택이 한달 만에 2억원이 올랐으니, 수익률이 무려 300%에 달한다. 그 돈을 은행에 예치했다면 100년이 되어도 얻을 수 없는 수익을 단 한 달 만에 얻은 것이다.

그러므로 투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갭 투자를 한 주택투기꾼은 어느 누구보다 뛰어난 투자가라 할 수 있지 않은가. 이런 사례가 서울에 이어 수도권과 지방도시에서 연이어 발생했다.

얼마간의 자금이 있고 또 투기에 나설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아직 투기의 손길이 뻗치지 않은 지역에서 갭 투자를 하고픈 유혹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한 달 만에 300% 수익을 낸 투기꾼이 그 수익을 다 게워내도록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주택투기의 열기는 결코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투기비용 상승해야 주택투기 끝날 것

주택투기에서 수익이 발생하려면 첫째 투자한 주택의 가격이 올라야 하고, 둘째 투기의 비용이 가격상승보다 적어야 한다. 지금처럼 주택가격이 강한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투기꾼이 손실을 입도록 하려면 투기비용을 급격히 상승시켜야 한다.

투기비용은 금융비용과 세금비용인데, 금리가 0%대인 상황에서 금융비용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투기꾼이 손실을 보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은 세금비용을 대폭 높이는 것밖에 없다.

문재인정부는 주택투기꾼에 대한 세금비용을 높이는 정책을 몇 차례 발표했다. 2017년 '8.2부동산종합대책’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중과했고, 2018년에는 보유세인 종부세를 상당폭 강화했다.

그런데 왜 주택투기가 사그라들기는커녕 더 활활 타오르는 걸까?

'갭 투기꾼들’, 시세차익의 10%만 양도소득세 낸다

가령 양도소득세를 보자. 청주의 아파트 3채를 갭 투자한 사람이 한 채당 2억원 상승해서 6억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했을 경우를 보자. 2017년 '8.2 대책’에서 3주택자 이상은 양도소득세를 20%p 중과했으므로 양도차익의 6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러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양도소득세 중과를 배제함은 물론, 기존 양도세의 70%를 감면해준다. 양도차익의 약 10% 정도만 세금으로 부과하므로 6억원 중 5억원 이상을 세후이익으로 챙길 수 있다.

만약 그 갭 투기자가 임대주택 외에 다른 주택을 소유한 경우 1주택자로 간주하여 그 주택에서 발생한 차익은 양도소득세가 면제된다.

청주 아파트의 가격이 급등해서 10% 세금을 내는 것도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를 피할 방법도 있다. 먼저 거주주택을 매도한 다음 임대주택 중 한 채에 2년 동안 거주한 후 매도하면 양도소득세를 1원도 안 낸다.

'8.2 대책’의 양도세 중과는 그저 제스처였을 뿐, 이처럼 엄청나게 큰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준 것이다.

'갭 투기꾼', 종부세 1원도 안 내

주택을 보유하는 기간 동안 부담해야 하는 종부세는 어떤가? 문재인정부는 종부세율을 두 차례 인상했고, 보수언론은 "세금폭탄"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다주택자가 소유한 주택의 공시가 합계액이 12억원 이상이면 종부세율이 1.8%다. 시세 기준 30억원의 주택소유자는 공시가로는 약 20억원이므로 종부세액은 약 2600만원이다. 매년 이 금액을 세금으로 내는 것은 작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줬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종부세를 1원도 안내게 해주는 것이다.

전국에 등록된 임대주택이 156만채다. 임대주택 외에 임대사업자가 거주하는 주택이 또 52만채다. 다주택자가 소유한 200만채 이상의 주택에 대해 종부세를 1원도 안 내고,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약간의 금액만 과세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주택을 가진 사람은 예외없이 내야하는 재산세도 임대사업자는 거의 안 낸다. 심지어는 구멍가게를 하는 영세자영업자들도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도 임대사업자는 80%를 감면해준다.

이런 세금특혜를 알고나면 한국이 지구 상에 유일한 "다주택자의 천국"임을 누구나 실감한다.

'6.17 대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6.17 대책'은 이런 어마어마한 세금특혜를 전혀 손대지 않았다. 그러니 주택투기꾼들이 손실을 보고 주택을 매도할 리가 없고, 집값이 하락할 리도 없다. 오히려 정부는 갭 투기꾼들이 투기로 얻은 시세차익에 대해 세금을 거의 안 내도록 해주고 있지 않은가.

기사를 읽다보니 집값급등에 깜짝 놀란 실수요자들이 불안감을 견디지 못하고 매수에 가담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한 달 만에 300%에 달한 수익률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증가할 것이다.

그 시세차익에 대한 세금특혜를 폐지하지 않으면 주택투기로 수억원 혹은 수십억원을 챙기는 투기꾼이 셀 수 없을 것이고, 문재인정부는 "주택투기정부"로 길이 남을 것이 확실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