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협상에 관한 뒷이야기가 포함된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파문을 일으키자 청와대가 22일 정면 대응에 나섰다.
볼턴 전 보좌관이 자신의 회고록 <그 일이 있었던 방 : 백악관 회고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북미 협상 중재 역할을 비난한 데 대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 따르면, 정 실장은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향후 협상의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실장은 또 "미국 정부가 이러한 위험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며 "이러한 부적절한 행위는 앞으로 한미동맹 관계에서 공동의 전략을 유지·발전시키고 양국의 안보 이익을 강화하는 노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정 실장의 이 같은 입장을 전날 미국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볼턴 전 보좌관이 백악관 재직 시절 카운터파트였다.
정 실장과 별도로 청와대도 볼턴 전 보좌관을 향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한미 정상 간의 진솔하고 건설적인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한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다만 청와대는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가운데 어느 대목이 사실 왜곡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았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1차 북미정상회담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닌 정 실장이라고 했고, 지난해 6월 남북미 판문점 정상 회동에 문재인 대통령이 동행하려 요청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절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볼턴 전 보좌관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지만, 하나하나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조차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볼턴 전 보좌관과의 '진실 게임' 양상으로 파문이 번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지난해 판문점 회담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볼턴 전 보좌관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6월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전격 회동했을 당시, 볼턴 전 보좌관은 현장에 동행하지 않고 몽골 울란바토르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던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청와대는 회고록에 담긴 내용에 사실관계를 일일이 따지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볼턴 전 보좌관이 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대목에 대해선 강하게 반격했다.
특히 볼턴 전 보좌관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문 대통령의 비핵화 접근법에 대해 '조현병 환자 같은(Schizophrenic) 생각들'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것은 자신이(볼턴 전 보좌관) 판단해 봐야 할 문제"라며 "본인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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