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5번째 부동산종합대책(부동산대책으로는 21번째)이 17일 발표됐다. 지난해 12·16부동산 대책이 '풍선효과'라는 부작용을 막지 못했다는 걸 자인한 셈이다.
9억 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중·저가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는 '풍선효과'는 이미 예견된 부작용이었다. 이미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했던 3억∼6억 원, 6억∼9억 원의 중·저가 아파트를 샀다가 단기에 되파는 '갭투자' 수요가 계속 증가하면서 거래가 늘고 가격이 상승했다.
현 정부들어 KB국민은행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635만 원(2017년 5월 기준)에서 3년만에 9억2013만 원(2020년 5월 기준)으로 51.7%가 올랐다. 실제 서울에선 규제 타겟이 된 5분위(상위20%) 평균 아파트가격이 두 달 연속 내림세를 보였으나, 4분위 이하에선 지속적 상승세를 보이며 KB국민은행 기준 하위40%인 2분위 구간 평균 아파트값이 처음으로 6억 원을 넘어섰다. 서울에서 6억 원 이하는 아파트 찾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또한 시중 부동자금은 1100조원 을 넘기며 사상 최고인데 고가 주택으로 흐르는 것을 막자 수도권 남부 가격이 뛰었다. 올 초 2·20 대책으로 수원, 안양, 의왕 등 수도권 다섯 곳을 추가로 조정대상지역에 포함하자, 그 외 지역이 들썩였다.
이에 따라 6.17 부동산종합대책은 중.저가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는 '갭투자'뿐 아니라, 규제지역을 대폭 넓혀 풍선효과까지 차단하겠다는 정책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문제는 이미 현금부자들은 '지방 원정 갭투자'에 나서면서 '전국적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번에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이외의 지역까지 풍선효과가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유효하다면, 최소한 규제지역 내에서는 투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이라는 6.17 대책에 따르면, 경기 10개 지역과 인천 3개 지역, 대전 4개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되면서 투기과열지구는 48곳이 됐다. 적용시기는 19일부터다. 정부는 조정대상지역 지정 후에도 과열이 지속되고 있거나, 비규제지역 중에 과열이 심각한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인천과 대전은 처음으로 투기과열지구에 지정됐다. 인천은 △연수구 △남동구 △서구가 포함됐으며, 대전은 △동구 △중구 △서구 △유성구가 묶였다.
경기는 △수원시 △성남시 수정구 △안양시 △안산시 단원구 △구리시 △군포시 △의왕시 △용인시 수지·기흥구 △동탄2신도시가 투기과열지구에 들어갔다. 기존 경기 내 투기과열지구는 △과천시 △성남시 분당구 △광명시 △하남시 4곳이었다.
그외 경기 김포와 파주, 연천 등 접경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서부 대부분 지역은 조정대상지역으로 편입됐다. 인천(강화·옹진 제외), 경기 고양, 군포, 안산, 안성, 부천, 시흥, 오산, 평택, 의정부 등지다. 정부는 당초 접경지를 제외한 수도권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동두천, 가평, 양평, 여주 등 경기 동북지역은 풍선효과가 발생할 요인이 거의 없다는 판단으로 제외했다. 지방에선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대전과 청주도 조정대상지역이 됐다. 이에따라 조정대상지역은 69곳으로 늘어났다.
조정대상지역에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 원 이하에는 50%, 9억 원 초과엔 30%가 적용되고 총부채상환비율(DTI)은 50%로 묶이는 한편,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중과된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막히고 9억원 초과 주택의 LTV가 20% 적용되는 등 강력한 규제가 가해진다.
서울시는 잠실 MICE 개발사업 및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사업부지와 그 영향권에 속하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대상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동 등지가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곳에 있는 아파트 단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아파트를 구입해도 바로 2년간 입주하고 살아야 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안전진단 단계를 밟고 있는 초기 재건축 단지가 모인 서울 목동은 사업 추진이 매우 어려워질 전망이다.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 조합원이 분양권을 받으려면 분양신청 전까지 총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하는 의무도 생긴다.
주택 매매·임대 사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금지되고, 모든 규제지역에서 주택구입을 위해 주담대를 받으면 주택가격과 상관없이 6개월 내 전입해야 한다.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3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신규 구입하는 경우 전세대출 보증이 제한되고, 전세대출을 받은 후 투기과열지구의 3억 원 초과 아파트를 사면 전세대출이 즉시 회수된다.
법인을 통한 주택 투자에 대한 세금도 강화된다. 현재 개인과 법인에 대한 구분 없이 납세자별로 보유 주택의 공시가격을 합산해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앞으론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해 개인에 대한 세율 중 최고세율을 단일세율(3%, 4%)로 적용한다.
법인이 주택을 팔 때 추가세율을 20%로 인상하고, 법인이 이달 18일 이후 8년 장기 임대등록하는 주택도 추가세율을 적용한다. 법인이 보유한 주택에 대한 종부세 공제가 폐지되고, 법인의 조정대상지역 내 신규 임대주택에 대해서도 종부세가 과세된다.
정부는 주택 실거래 조사도 한층 강화해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에서 이뤄지는 모든 주택에 대한 자금조달계획서를 받아 분석하고, 투기과열지구에선 모든 주택 거래에 대해 자금조달계획서의 증빙자료를 받기로 했다. 잠실 MICE 사업지 인근인 송파구 잠실과 강남구 삼성동을 상대로 실거래 기획조사를 벌여온 정부는 영동대로 복합개발 사업 영향권인 강남구 대치동과 청담동 등지로 조사 대상을 확대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날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시장 유동성이 주택시장에 대한 투기수요로 연결되지 않도록 불안요인을 해소하고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택시장 과열요인을 차단하는 조치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강력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일관되게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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