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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러닝메이트, '흑인 여성 정치인'이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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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러닝메이트, '흑인 여성 정치인'이 최선일까?

[2020 美 대선 읽기] 바이든 캠프, 해리스, 라이스, 워런 등 6명 검토 중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러닝메이트가 누가 될 것인가? <워싱턴 포스트>는 14일(현지시간) 4명의 흑인 여성 정치인을 포함해 6명의 여성 정치인이 최종 부통령 후보군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여성 부통령 후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로 인해 후보가 여성으로 좁혀진 가운데 지난 5월 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 폭력에 의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인종'도 중요한 고려 사항으로 부상했다.

지난 5월초까지만 해도 중도 성향의 바이든은 막판까지 경쟁을 벌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지지하던 젊고 진보적인 유권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진보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을 러닝메이트로 발탁하는 것에 대한 지지 여론이 가장 높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위중해지면서 강력한 방역 정책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의 '공적'이 됐던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 주지사도 한때 유력 후보로 부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경찰 폭력과 인종 차별을 규탄하는 항의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나면서 이번 대선에서 주요 이슈로 떠오르게 됐다. 지난 9일 플로이드 장례식 이후 조금 식었던 분노가 지난 12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또다시 비무장 흑인 청년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다시 불타오르고 있다.

경찰폭력과 인종차별 모두 미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정책적 입장 차이는 오는 11월 3일로 예정된 대선에서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플로이드 사태 초기부터 이번 사건이 일부 '나쁜 경찰들'의 문제일 뿐 구조적인 인종차별의 문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고, 이번 항의 시위가 일부 극좌파(antifa)에 과격해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군대까지 동원한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또 시위대에서 주장하는 "경찰 예산 삭감"을 쟁점으로 부각시키면서 바이든을 압박해왔다. 경찰 예산 삭감은 흑인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찬성 입장이 우세하지만 백인과 중도층 유권자들은 과반 이상이 반대하고 있다. 바이든은 경찰 개혁은 필요하지만 이를 위한 방편으로 예산 삭감을 추진하지는 않겠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들은 누구?

이런 정치적 지형 속에서 바이든이 '흑인 여성 정치인'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하는 것이 분명한 정치적 입장 차이와 역사적 의미를 담보할 수 있다.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수전 라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 발 데밍스 하원의원(플로리다), 케이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 등 4명이 현재 유력하게 검토 중인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군이라고 WP가 보도했다.

해리스 상원의원은 이번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다가 중도 사퇴한 주 법무장관 출신 정치인이다.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이며, 이번 플로이드 사망 관련 항의시위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오바마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 유엔대사 등을 지낸 외교전문가다. 국내외적으로 인맥이 넓고 국정운영 경험이 풍부하지만 선출직 경험은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발 데밍스 의원은 가난한 흑인 노동자 가정에서 성장한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다. 정치경력은 짧지만 흑인 노동자층에 어필하는 후보라는 점, 또 플로리다주 올란도의 경찰국장을 지낸 이력 등이 현 정국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텀스 시장은 최근 플로이드 사망 관련 항의시위와 관련해 트럼프와 '맞짱'을 뜨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인사다. 그는 트럼프의 강경 대응 입장에 대해 "대통령이 입을 열때마다 상황을 악화시킨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 전략가 "'흑인 여성' 게임 체인저 될 수" VS 공화 전략가 "스윙보터 공략 흑인 좋은 카드 아냐"

바이든의 러닝메이트가 특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번 대선이 놓여진 정치 지형 이외에 그의 생물학적인 나이도 이유 중 하나다. 극우 성향 백인 인종주의자들의 정치적 지지를 바탕으로 대통령이 된 트럼프에 맞서기에 중도적 성향의 바이든은 유약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또 그는 당선될 경우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 되는 만큼 바이든은 '과도기적 대통령'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따라서 부통령 후보는 바이든의 약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2024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댄 파이퍼(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수석 고문)는 14일 CBS와 인터뷰에서 현재 후보군 가운데 해리스 의원이 가장 선두에 있으며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리스는 미국 사회 내의 인종적 불평등, 이를 바로 잡기 위한 정의 차원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주목해왔다"며 "최근 인종 차별 시위에도 직접 참여해 시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재선에 반대하는 온건 보수파 모임인 '링컨 프로젝트' 일원인 스튜어트 스티븐스는 CBS와 인터뷰에서 "결국 바이든의 목표는 트럼프를 상대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인데 흑인 여성 정치인이 현명한 선택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득표율 46.1%로 힐러리 클린턴(48.1%)에도 뒤졌다. 또 오바마를 지지했다가 트럼프로 돌아선 중도보수 성향의 '스윙보터'들도 주요 고려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스티븐스는 이런 유권자 층을 감안할 때 과연 '인종' 문제에 방점을 찍는 것이 유리한지 재론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진보적인 정치 전략가 코넬 벨처는 "트럼프 지지로 돌아선 이들 중에 다시 바이든으로 돌아설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라며 "그들은 부동층이 아니라 이미 트럼프 지지자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백인이지만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정책적인 공통점이 가장 많은 진보 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 라틴계인 미셸 루한 그리셤 뉴멕시코 주지사 등도 최종 검토 후보군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캠프는 8월 1일께 최종 러닝메이트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AP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 중에서 가장 지지를 받는 카멀라 해리스 의원(오른쪽)과 조 바이든 후보. ⓒ워싱턴포스트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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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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