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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너무 과도하게 육식을 하고 있다"

[인터뷰] 이원복 '비건을 지향하는 모든 사람들' 활동가

"우리는 종(種) 차별주의에 반대합니다"

'비건을 지향하는 모든 사람들'(비지모)가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 차별주의에 반대하며 비건 채식을 촉구했다. 비지모는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을 시작으로 매주 일요일 광화문광장에서 채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비건(vegan)은 채식 중에서도 육류는 물론 유제품과 달걀도 먹지 않는 강도 높은 채식에 속한다. 식습관에 그치지 않고 가죽제품은 물론 동물성 제품이나 동물 실험을 하는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들이 지속해서 채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원복 비지모 활동가는 "(육류를 먹는 행위나 가족제품을 사용하는 행위 등은) 인간이 동물보다 우위에 있다는 전제에서 동물 억압과 동물착취를 정당화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원복 비지모 활동가와의 인터뷰.

▲비건을 지향하는 모든 사람들(비지모)가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비건 채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프레시안(조성은)

프레시안 : 오늘은 돼지 가면을 쓰고 포대에 들어간 퍼포먼스를 했다. 어떤 의미인가.

이원복 : 어제 DxE(동물권 활동 단체)에서 도살장으로 실려가는 돼지를 관찰하는 액션을 했다. 오물을 뒤집어쓰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를 보며 물을 주고 그들의 마지막을 기억해주는 활동이다. 거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먹거리로만 치부되는 동물의 삶을 고발하고 알리기 위해 이번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오늘은 포대에 들어간 돼지 퍼포먼스를 했지만 동물실험으로 희생된 동물을 위한 진혼제도 했었고 바다의 날에는 해양 동물 퍼포먼스도 했다. 동물학대와 종 차별로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자는 데 방점을 두고 매주 다른 퍼포먼스 기자회견을 주도하고 있다.

프레시안 : '비건을 지향하는 모든 사람들'(비지모)는 어떤 단체인가.

이원복 : 비건이 아니더라도 비건을 지향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시민 모임이다. 온·오프라인상으로 비건 채식을 홍보하고 알린다. 비건 채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유튜브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도 운영 중이다. 비건 채식 홍보를 위해 매주 퍼포먼스 기자회견도 하고 있다. 매주 10명 내외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프레시안 : 비건 채식을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원복 : 과도한 육식, 동물실험·학대가 전 지구적인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비건은 채식에서 나아가 동물실험에도 반대한다. 사람들은 '동물실험 결과 안전성이 입증돼야 사람에게도 안전성을 실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생각 자체가 종차별적이다.

WHO의 발표에 의하면 동물에게 나타난 효과가 사람에게 그대로 나타날 확률은 5~8%정도다. 인간과 동물이 공유하는 질병은 1.16% 밖에 안 된다. 동물에게 효과가 있는 것과 인간에게 효과가 있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우리가 흔히 먹는 게보린은 동물실험에서 고양이에게 기형을 일으켰다. 아스피린은 토끼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하지만 인간들은 큰 탈 없이 사용하고 있다. 동물실험에 쏟는 시간과 비용, 열정을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그리고 보다 인간에게 효과저긴 대체실험법으로 돌려야 한다.

프레시안 : 육식이 기후변화를 야기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원복 : 세계적인 환경연구단체인 월드워치 보고서에 의하면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51%에 달한다. 전 세계 교통수단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13%인 점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수치다. 온실가스라는 건 이산화탄소는 물론이고 메탄과 아산화질소 등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농장을 만들기 위해 없앤 숲과 가축들이 내뿜는 트림, 배설물 등을 모두 합한 수치다.

기후·환경 운동에서도 비건 운동은 아직 소수 일부의 운동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환경운동은 비건, 탈육식이 핵심이 돼야 한다.

프레시안 : 사람에게 동물성 단백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원복 : 식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단백질을 구분해서 따로 필요하다고 하는 건 허구에 가깝다. 초식동물들도 풀에 있는 단백질을 섭취한다. 단백질은 꼭 동물을 섭취해야 얻을 수 있는 물질이 아니다. 식물에게는 단백질의 원료가 되는 아미노산이 모두 존재한다.

육식은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 심혈관계 질환과 암 발생률을 높인다. WHO에서는 2015년에 이미 가공육은 담배, 석면과 함께 1급 발암물질로, 소고기 같은 붉은고기는 2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나는 채식을 한지 27~28년 정도 됐다. 다른 비지모 회원들도 2년 안된 사람도 있고 20년 넘은 사람까지 다양하다. 건강에 문제없다.

프레시안 : 성장이 끝난 어른은 모르겠지만 성장기의 아동·청소년에게는 고기도 필요한 것 같다.

이원복 : 앞서 말했듯이 필수 단백질은 반드시 육류를 통해서만 섭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이 논쟁이 70~80년대부터 있었다. 지금은 비건 채식은 어릴 때일수록 좋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어릴 때일수록 안전하고 이상적이고 우리 몸에 적합한 식사가 중요하다.

반대로 어릴 때부터 육류에 지나치게 노출되면 성조숙증 같은 호르몬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존 로빈스의 <음식 혁명>이라는 책에도 나오는 이야기다. 성호르몬은 성장호르몬과 반대된다. 어릴 때부터 과도하게 육식에 노출되면 오히려 키가 안 큰다는 얘기다.

프레시안 : 사람들이 그만큼 고기를 먹을 필요가 없다는 뜻인가

이원복 : 그렇다. 우리 사회는 육식주의에 세뇌돼있다. 고기를 먹는 게 자연스럽고 정상적이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너무 과도하게 육식을 하고 있다. 그로인한 사회적 병폐가 심각하다. 그러니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하자는 거다. 하루 아침에 모든 사람이 다 채식하자는 게 아니다.

프레시안 : 마트에 가면 채소가 더 비싸다. 달걀은 30알 한 판에 잘해야 6000원이다.

이원복 : 달걀은 건강하지 않다. 항생제 문제도 있고 콜레스테롤도 높다.

근본적으로 축산물의 가격이 너무 싸다. 여기에 의문을 제기 해야 한다. 축산물 가격이 저렴할 수 있는 건 공장식 축산이라는 동물 학대가 있기 때문이다. 닭 한 마리가 평생 A4 용지 절반만 한 크기의 공간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달걀만 낳는다. 달걀 값이 쌀 수 있는 이유다. 나는 '동물판 아우슈비츠'라 말한다.

공장식 축산은 동물 전염병의 변종을 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조류인플루엔자도 인수공통전염병인데 저병원성과 고병원성이 있다. 고병원성은 인간에게 전염이 되고 닭들은 여기에 걸리면 폐사한다. 저병원성은 동물의 몸에 들어와도 발병되지 않는다. 그러니 야생 조류는 저병원성 인플루엔자를 항상 내재하고 있다. 문제는 이게 공장식 축산에 들어오면서다. 폐쇄되고 밀집한 환경,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이게 변종을 일으킨다.

공장식 축산은 환경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심각한 동물 학대 공장이고 신종 바이러스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

프레시안 : 코로나19도 동물에서 유래했다고 들었다.

이원복 : 코로나19 때문에 전세계가 지금 공포와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원인이 무엇이고 대책은 무엇인지 코로나19에 대한 사회적 성찰이나 고민이 전혀 없다. 오로지 빨리 치료제, 백신 개발하자는 이야기뿐이다.

에볼라·메르스·사스·신종플루·AI·아프리카 돼지열병 등 이런 신종 감염병은 우리의 잘못된 육식 습관에서 비롯됐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성찰 없이는 신종 감염병 발생은 반복할 수밖에 없다.

WHO의 발표를 보면 최근 30년 간 신종 감염병의 75%가 동물로부터 유래했다. 코로나19도 관행화된 잘못된 육식습관으로 인한 것이다. 코로나19는 자연이 우리에게 준 경고이자 메시지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준비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건강하고 안전한, 자연에 적합한 식사법이 우선해야한다.

프레시안 : 말씀 감사하다.

▲비지모의 퍼포먼스 기자회견. 포대에 들어간 돼지는 인간의 먹거리로만 치부되는 동물의 삶을 상징한다. ⓒ프레시안(조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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