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반이 정당한 권한 없이 4개월 동안 금융감독원을 감찰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공법인인 금융감독원은 정부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달리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여 독립적인 금융회사 감독 업무를 보장하도록 관련 법률에 따라 설립된 기관인데도 청와대는 이를 무시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반은 최근 금감원을 방문해 금감원 간부 2명의 중징계를 요청했다. 사실관계 확인이 업무인 감찰반 권한을 넘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편집자.)
더구나, 청와대의 이런 직권남용 감찰이 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을 교체하기 위한 꼼수라는 보도들이 넘쳐나고 있으니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G11 멤버십을 자부하는 나라에서 지금도 여전한 관치금융의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듯,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표리부동(表裏不同)한 태도로 금융정책을 이끌었다. 금융적폐청산과 금융공공성 강화를 외친 정부의 첫 번째 금융위원장 인선은 론스타 먹튀 사건의 핵심에 있던 모피아 출신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가 임명한 한국은행장도 유임했다.
대통령 공약으로서, 약탈적 금융자본에 대한 실질적 견제장치로 기대를 모았던 노동자 추천 이사 제도와 역시 대통령 공약으로 제정개혁특위가 권고한 금융소득종합과세개편, 그리고 대통령이 되면 더욱 강화하겠다던 은산분리원칙 등 대통령 본인의 입과 글로 약속했던 금융개혁의제들이 버려지고, 무시되고, 폐지됐다.
반면, 은행창구를 통해 온갖 초고도 고위험 금융상품들이 팔려나갔다. 폰지 사기나 진배없는 펀드 판매로 죄 없는 국민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그럼에도 정작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들은 아무런 걸림돌도 없이 금융지주회장, 은행장으로 승승장구 중이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그 표리부동한 행태의 마침표를 관치금융으로 찍고 있다. 금융개혁과 금융적폐 청산의 약속을 뒤로한 채 몰염치와 무책임이 판치는 후진 금융 산업을 이끌어 온 문재인 정부가, 임기 1년여를 앞둔 마지막 과제로 '눈치 없이' 개혁적인 윤석헌 금감원장의 처리를 고민했다는 점은 참으로 상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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