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 항의 시위와 관련해 폭력을 조장한다면서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안티파'(극좌파, antifa)의 트위터 계정이 실제로는 백인우월주의자 단체가 만든 가짜 계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2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트위터는 폭력을 선동하는 트윗을 올리고 안티파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던 트위터 계정이 백인우월주의 단체가 만든 가짜 계정으로 확인됐다고 1일 밝혔다.
'@안티파-US'란 이름의 계정은 지난 5월 31일 "오늘 밤이 바로 그 밤"이라며 "동지들이여, 우리는 주거 지역으로 들어간다…백인들 동네…우리는 우리 것을 차지할 것"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말미에 최근 백인 경찰에 의해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관련해 붙이는 해시태그인 '#흑인들 생명이 중요하다'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트위터는 그러나 이 계정이 미국의 네오나치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아이덴티티 유로퍼'와 연계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현재는 해산한 뒤 '아메리칸 아이덴티테리언 무브먼트'로 개명했다.
앞서 트럼프는 31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안티파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도 이날 성명을 발표해 "안티파 등이 선동하고 자행한 폭력은 테러리즘이다. 그에 맞춰 처벌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위터 대변인은 "이 계정은 우리 플랫폼의 규정, 구체적으로 가짜 계정 생성 규정을 위반했다"며 규정에 따라 계정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또 이 계정 외에도 아이덴티티 유로퍼와 연계된 다른 가짜 계정들도 폐쇄했다고 덧붙였다.
CNN은 "비록 이 계정의 팔로워는 수백명에 그쳤지만,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좌파 활동가 행세를 하며 미국에서 긴장을 악화시키려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트럼프가 종교를 정치적으로 활용하자 성직자들 '발끈'...바이든, 트럼프와 정반대 행보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불붙은 흑인들의 항의시위를 자신의 핵심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기회로 역이용하고 있는 트럼프식 '증오 정치'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트럼프는 전날 전국적으로 번진 시위를 종식시키기 위해 군대 투입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연설을 한 뒤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인근 성요한교회를 찾아 '기념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이 교회의 목사는 트럼프 방문 직후 "트럼프는 예수님의 가장 희생적인 가르침을 담은 성경을 정치적으로 이용했을 뿐 아니라 우리 교회를 내 허락도 없이 예수님의 가르침과는 가장 반대되는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배경으로 썼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와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는 2일 두 번째 '종교 쇼'를 선보였다. 그와 부인은 걸어서 국립 성요한바오로2세 성당을 방문했다. 트럼프 일행은 성당 밖에 세워진 요한 바오로2세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주위를 잠시 둘러본 뒤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방문을 마쳤다.
워싱턴 대주교 윌턴 D. 그레고리는 트럼프 일행의 방문에 대해 "카톨릭 교회가 우리와 입장을 달리하는 이들의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는 우리의 교리를 오용하고 조작하는 방식으로 이용당하는 것에 대해 매우 당황스럽고 비난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2일 필라델피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보를 강력 비판하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은 "트럼프는 교회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최루탄으로 평화로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며 "그는 국민들의 필요보다 자기 정치 기반을 유지하는데 더 관심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공포와 분열을 끌어들이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며 "오랫동안 고통을 받은 인종적인 상처를 치유할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전날에도 한 교회에서 흑인 지도자들을 만나고 주요 도시 시장들과 화상 간담회를 열어 이번 시위를 촉발한 경찰의 개혁을 약속하는 등 트럼프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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