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흑인 유권자 표를 8%만 얻었다. 미국의 정치 분석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이 집권 기간 동안 인종차별적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에 2020년 대선에서 흑인 유권자의 지지가 크게 늘어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는 2020 대선에서 흑인들을 위한 정책을 통해 대중적인 지지세를 모으는 쪽보다 2016년 대선 때 일찌감치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던 대럴 스콧 목사 등 일부 흑인 지도층을 공략해 표를 조직하는 방식으로 흑인 표를 얻으려 했다. 스콧 목사가 지역 행사를 통해 흑인 사업주나 자영업자에게 정부 지원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흑인 표를 끌어 모으는 방식에 대해 "매표 행위"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처럼 트럼프에게 흑인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어차피 포기한 일이었다. 재선을 위해선 도덕적으로 비난 받더라도 오히려 자신의 핵심 지지 계층인 백인 유권자들의 마음을 붙들어 두는 게 더 중요하다.
바이든, 트럼프에 비해 지지율 10%p 앞서지만 "매우 열성적" 지지자는 절반 수준
<워싱턴 포스트>의 3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오늘 2020년 대선이 있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꼽은 응답자는 53%,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를 지적한 응답자는 43%로 조사됐다(워싱턴포스트-ABC뉴스 공동 여론조사). 바이든이 지난 3월 조사에서 2% 포인트 앞서는데 그쳤던 두 후보간 격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을 거치면서 10% 포인트 수준으로 벌어졌다.
하지만 바이든 입장에서 여전히 불안한 조사 결과다. 특히 지지자들의 결집도만 놓고 보면 오히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가능하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84%가 11월 대선에서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답한 반면, 같은 답변을 한 바이든 지지자들은 68%에 그쳤다. 또 트럼프 지지자들 중 87%가 자신이 "열성적인 지지자"라고 답한 반면, 바이든의 74%만 "열성적인 지지자"라고 답했다. 특히 "매우 열성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트럼프가 2배나 많았다(트럼프 68%, 바이든 31%).
이런 지지자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트럼프의 재선 전략은 '산토끼'를 잡는 것보다는 '집토끼'가 도망가지 않게 잘 지키는 쪽이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 대선은 선거인단 투표를 통한 간접 선거를 통해 최종 승자가 결정된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득표수로는 300만표 뒤졌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 승부를 뒤집어 최종 승자가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불황까지 겹치면서 난관에 부딪힌 트럼프는 더욱 기존의 '레드 스테이트'(공화당을 지지하는 주)를 사수하고,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공화당이나 민주당 지지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주)를 집중 공략하는 쪽으로 재선 전략을 짤 수밖에 없다.
지난 25일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 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사건에 대해 트럼프가 보인 '이상 반응'을 통해 이런 트럼프의 재선 전략이 읽힌다.
트럼프, 급기야 '색깔론'..."시위 주도 극좌파는 테러조직"
트럼프는 31일 플로이드 피살 사건과 관련해 미니애폴리스를 넘어서 미국 전역을 시위가 번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극좌파(안티파, antifa)'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도 이날 성명을 발표해 "법무부는 평화적인 시위를 방해(hijacked)하고 연방법을 위반한 폭력적인 과격 선동자(agitators)를 체포하고 기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극좌파 등이 선동하고 자행한 폭력은 테러리즘이다. 그에 맞춰 처벌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와 법무장관의 일부 과격 시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겠다는 주장에 대해 언론들은 팩트 체킹을 통해 불가능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NBC는 "미국 내 조직을 테러집단으로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보도했다. 실제 법적인 근거가 없지만 이런 발언을 통해 시위가 발생한 진짜 이유를 가리려는 목적이다. 끊임없이 피해자인 플로이드와 항의 시위를 분리시키면서 대중들의 관심을 실제 문제 해결 여부가 아니라 정치적 갈등으로 쏠리게 만든다. 마치 한국에서 세월호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하는 유가족들을 능멸하기 위해 일부 극우세력이 광화문에서 '폭식투쟁'을 벌이는 것과 유사한 정치적 '꼼수'라고 할 수 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29일에는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고 시위대를 향한 발포 가능성을 언급한데 이어, 30일에는 "오늘 밤 백악관 앞에서 마가(MAGA, 트럼프 지지자들을 지칭하는 말) 나이트?"라면서 지지자들에게 '맞불 시위'를 주문하기도 했다.
미 전역에서 수천 명 체포, 3명 사망...경찰, 최루가스 등 동원해 과잉 진압
한편, 30일 밤까지 플로이드 피살 관련 시위로 미국 전역에서 14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체포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31일 기준으로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플로리다, 조지아, 미네소타, 뉴욕, 오하이오 등 16개 주 25개 도시에 통행금지령이 발령됐다. 또 워싱턴DC와 12개 주에는 주 방위군이 투입됐다. 항의시위는 대부분 평화시위로 진행됐지만, 일부 폭력 사태도 발생했고, 이제까지 최소 3명이 사망했다.
일주일 가까이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미니애폴리스에서는 거리의 건물과 상점들이 불타는 등 점차 시위가 격화되고 있으며,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를 쏘는 등 여전히 과잉진압을 하고 있다고 보도됐다.
한편, 이번 사태는 경찰의 과잉 진압이 근본 원인이다. 특히 흑인 남성이 경찰 진압 과정에서 사망하는 일은 플로이드 사건 이전에도 빈발했었다. 정작 경찰 내에서 과잉 진압을 반대하며 시위대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플로리다,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경찰들이 시위대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시위대에 동조한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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