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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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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는 “문제점이나 불가사의한 요소가 세부사항 속에 숨어있다.”는 의미의 속담이며, “어떤 것이 대충 보면 쉬워 보이지만 제대로 해내려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언가를 할 때는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세부사항이 중요하다는 의미의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는 표현에서 유래하였다.<위키백과>

이런 식의 표현이 우리말에 지나치게 많다. 지난 번에 한 번 기술한 바와 같이 미국에서는 ‘Fighting(파이팅)’이라는 말을 전혀 쓰지 않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고유어처럼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본토에 건너가 한국어인 것처럼 그들도 사용하고 있음에 웃음이 나올 뿐이다. 우리 민족은 외국어에 친절한 편이다. 거르지 않고 그냥 그대로 사용하는 외래어가 생각보다 많다. 과거에는 <우리말큰사전>에 들어 있는 명사의 80%가 한자어였는데, 근자에 와서는 외래어의 영향으로 한자어의 세력이 밀려나고 있는 현상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온통 외래어 천지다. 지금 컴퓨터를 치면서 둘러보자. 키보드, 오디오, VTR, 프린터, 스마트폰, 마우스, 밧데리(충전기) 등등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한자어는 또 얼마나 많은가? 화면, 책, 시계, 형광등, 문, 벽, 책장, 침대, 인형, 액자 등등 눈에 보이는 것만 들어 봐도 한자어 일색이다. 순우리말은 무엇이 있을까? 종이, 물(컵), 햇살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한자어는 그 유래가 오래 되어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는 것이고, 이미 우리말이 된 것이기에 굳이 바꿀 필요도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보기에 바람직하지 않다. 지식인일수록 한자어보다는 영어를 많이 섞어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말로 해도 되는 것인데 굳이 영어로 표현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을 읽으면서 이것이 무슨 말인가 하고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은 사전을 찾아보고야 그 뜻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는 그나마 애교(?)가 있다. 주변에서 대화하는 것을 들으면 가끔 황당한 것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거 메이커 있는 옷이야!”라고 자랑하는 것을 본다. 세상에 메이커 없는 옷이 어디 있나? 아마도 그녀(?)가 얘기할 때는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제품을 말하는 것 같았다. 앙드레 거시기, 샤X 등등 얘기하는 것으로 보아 비싼 옷을 의미하는 것 같았는데, 필자가 듣기에는 거북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이야기 끝에 “너 미국 언제 들어 갈꺼니?”하는 말도 있었다. 들어 보면 틀림없이 대화의 상대가 한국인인데 왜 “미국에 들어간다.”고 표현하는지 모르겠다. 미국인이면 ‘들어가는 것’이 맞지만, 한국인이라면 출국(出國 : 나가는 것)이 맞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을 본국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부끄럽다. 하기야 반미를 외치던 사람들도 자식은 미국으로 유학 보내고 있으니 뭐라 할 말은 없다.(차라리 반미를 외치지 말든지……)

이참에 엉터리 영어 표기법을 살펴보고 넘어가야겠다. 우리가 쓰고 있는 영어 발음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잘못 되었는지 확인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표기법과 다르게 표기하고 있다. (->표 뒤의 표기가 정확한 발음이고 표준어 표기법에 맞는 것임) ‘웰빙(well-being) → 웰 비잉’, '타켓(target) → 타깃’, ‘플랑카드(placard) → 플래카드’, ‘스티로폴(styrofoam) → 스티로폼’, ‘말티즈(maltese) → 몰티즈(몰타 섬에서 온 개의 품좀)’ 등과 같이 엄청나게 많이 있다. 외래어인지 외국어인지 구별이 안 되는 것도 있다. 외래어는 우리말에 없어서 외국어를 그대로 차용하는 것이고, 외국어는 글자 그대로 외국의 언어를 가리킨다. 우리말에 없는 것만 가려서 외래어로 차용해야 하는데, 아무 구분 없이 그냥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우리말을 사용하는데 문제는 없는지요?

외국어를 지나치게 사용하여 우리말의 위상을 떨어뜨리지는 않는지요?

국적 없는 외국어를 자랑삼아 사용하지는 않는지요?

(우리의 자랑 '방탄소년단BTS‘이 오늘도 한국어로 “괜찮아!”라고 노래하면 프랑스 아이들은 사전으로 그 말뜻을 찾아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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