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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바이오 자본주의'는 우리의 구원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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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바이오 자본주의'는 우리의 구원자일까?

[서리풀 논평] '원격의료'에 대한 헛된 또는 이유 있는 집착 ②

원격의료를 두고 설왕설래가 있었던 지난 일주일 사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스마트워치 심전도를 건강보험 급여 범위에 포함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 이상한 '원격의료' 논란과는 직접 상관이 없다지만, 이상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대동소이다.

충실하게 보도 자료를 받아 썼을 언론 기사는 다음과 같다.(☞ 관련 기사 : <연합뉴스> 5월 19일 자 '손목시계형 심전도측정기, 국산 웨어러블 의료기기 건보 첫 적용')

메모 워치를 활용하면 환자가 외부에서 의료진에 자신의 심전도를 전송하고 의료진이 이를 보고 병원 방문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중략) OOO 대표는 "비대면 심전도 모니터링이 보편화하면 부정맥 조기 진단율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뇌졸중 등도 매우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감염병의 대유행 속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안전한 의료환경을 제공하는 데에도 적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체 대표는 마케팅 차원에서 설명한 듯하지만, 당국이 의학적 유용성과 보건학적 타당성(예를 들어 비용-효과)을 완전히 무시하고 결정했을 것 같지는 않다. 아무리 '규제 샌드박스 1호'라지만 결정한 사람들도 훗날을 의식했을 것이다.

그건 중요하지 않다. 정말 유용하고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되더라도 우리의 문제의식은 그대로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조차, 아니 그것을 가장 중요한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 형편. 뭐라고 표현하든 스마트워치와 원격의료도 정확하게 이 원리를 따른다.

이른바 '미래형' 의료는 시장을 키운다. 스마트워치 심전도가 건강보험 급여가 되었으니 이학적 필요가 있는 환자는 말할 것도 없고 비슷한 걱정을 하는 수많은 사람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소비자-환자가 될 것이다. 여러 업체가 비슷한 기술과 장비를 개발하고 건강보험에 진입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지사.(☞ 관련 기사 : <뉴스핌> 5월 17일 자 ''철옹성' 원격의료 규제 뚫은 中企 휴이노..."대화와 설득이 답"') 민간보험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의사의 '처방료'는 어떻게 되나? 문제가 없어도 비정상으로 나오는 이른바 '위양성'을 비롯해 정확도를 판단해야 할 텐데, 본인 부담이든 건강보험이든 누군가는 그 사람값도 치러야 한다. 경제성만 충분하면 병원에 전담 인력이 새로 생길지도 모른다. 다른 일자리가 있을지도 전적으로 수익에 달렸다.

종일(목적상 잠잘 때도!) 그런 시계를 찬 환자는 이제 걱정 없다면서 안심할까? 온갖 신호에 더 불안하지는 않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더 자주 병원을 찾고 진찰과 검사를 더 많이 받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안심하려고 하는 건강검진이 얼마나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더 많이 병원을 찾는 이유가 되는지 생각해보라.

결과적으로 '의료 산업'은 분명 더 커진다. 모든 것이 비용으로 연결되는 경제활동이니, 정부가 목을 매는 국내총생산(GDP)도 증가할 것이다. 얼마나 많을지는 몰라도 일자리가 늘어나고 일부 사람의 소득도 증가하리라.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누가 비용을 댈 것인가 하는 문제다. 돈 들어갈 곳이 늘면 결국 부담은 국민과 건강보험 가입자의 몫이다. 건강보험은 공적 제도, 공적 재정이어서 시장이 아무리 크고 강력해도 시장처럼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보험료도 결국 보험 가입자가 내는 것, 의료비 지출이 (보람 없이) 증가하면 누가 부담해야 하고 누가 손해를 보는가.

물론 건강을 얻고 고통을 줄이는 데는 비용이 들며, 추가 비용을 부담할 만큼 가치가 있으면 기꺼이 그래야 한다. 하지만 흔히 검증은 불확실하며, 무엇이 좋다는 것인지 비전문가는 잘 알 수도 없다. 게다가 또 한 가지 뻔한 이치, 비용은 전체가 부담하고 최종적 이익은 일부에게 돌아간다. 이 스마트워치만 해도 그렇다.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 이 불평등한 구조에서 누가 더 많이 쓰고 (혹시 효과가 있다 한들) 누가 그 혜택을 누릴까.

산업 효과를 넘어, 우리는 실물 경제로서의 의료 산업보다 의료 산업 '드라이브'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료 산업화 모형이 새로운 시장 경제, 자본주의 체제를 준비하는 프로젝트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프로젝트'란 정책 당국자의 생각과 판단이라기보다 모두가 그렇게 행동하는 체제적 원리를 가리킨다.

국가는 '바이오' '4차 산업혁명' '신성장동력' 등의 이름으로 천문학적 예산을 쓰면서 '산업화'를 강조한다.(☞ 관련 기사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19년 12월 18일 자 보도자료 '바이오헬스 RD 투자전략 수립') 아니, 연구개발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다. 얼마나 많은 벤처와 대학과 연구자가 국가 연구비에 의존하는가. '4차 산업혁명'을 내세우는 순간 대학과 교육 '산업'이 출렁인다.

여기에 금융이 가세한다. 신기술, 벤처, 성장 잠재력, 미래 가치, 코스닥 등의 말이 붙지만, 하나의 '경제적 가상'이 현실에 개입하는 메커니즘이 바로 금융이고 자본이다. 다음과 같은 언론 기사가 나온 것이 채 1년도 지나지 않았다.(☞ 관련 기사 : <조선비즈> 2019년 8월 3일 자 '면역항암제 '물거품' 위기.. 신라젠 시가총액 1兆 날려')

2006년 설립한 신라젠은 우두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재조합하는 방식의 항암 바이러스인 펙사벡을 개발했다. (중략) 미국 FDA가 2015년 임상 3상을 허가했고 이런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6년에 적자 기업이었음에도 코스닥에 기술 특례 상장했다. 1만원대에 상장한 주가는 2017년 11월엔 15만2300원까지 치솟았다. 시총은 10조원을 돌파하면서 코스닥 시총 2위까지 올랐다. 이 회사의 목표처럼 2021년 펙사벡이 상용화되면 엄청난 수익이 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신라젠은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경제적 가상이 실물 경제를 만들어내는 것이 지금 자본주의 시장, 금융 자본주의 마법이다. 코스닥에 상장하고, 주식을 거래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영역, 시장은 실재하며 많은 일자리도 존재한다. 실제 무슨 상품이나 서비스가 생산되고 거래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국가가 성장 잠재력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한 지 20년이 넘었다. 성장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국가권력과 정권의 책임으로 되어 있는 상황에서 바이오 자본주의(biocapitalism), 금융 자본주의, '파모크라시(pharmocracy)'는 정책이라기보다는 체제 이데올로기인 것으로 보인다.

체제 차원으로 보면 원격의료는 시금석이고 마중물이며 물꼬이다. 산업과 경제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영리병원, 바이오신약, 빅데이터 등도 모두 마찬가지, 서로 분리될 수 없으며 하나의 본질에서 나온 다양한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원격의료(비대면 진료) 활성화를 관철하든 못하든 그에 대한 '집착'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나온 패키지와 함께. 건강 향상도 몇 가지 산업의 발전도 아닌, 체제 강화(또는 전환)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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