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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계 고등학생은 코로나 사태에도 '메달 경쟁'에 내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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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계 고등학생은 코로나 사태에도 '메달 경쟁'에 내몰린다

[기고] 고 이준서 학생의 죽음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교육부

지난 4월 8일, 밤 늦은 시간에 고 이준서 학생 유가족이 받은 전화 내용은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지난 4월 8일 밤, 경북 ㅅ고등학교 기숙사에서 2020년 지방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던 이준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준서 군은 메커트로닉스 직종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교내 합숙 생활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고 이준서 학생은 기능대회 준비 과정에서 압박과 고통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는 사건 발생 후, 해당학교를 방문하면서 교사로서 부끄럽고 원통한 심정을 지울 수 없었다. 교육당국은 고 이준서 학생의 죽음을 개인적인 불행으로만 여기는 듯했다. 관행적으로 운영해 온 기능반 활동이 비교육적 행위라는 사실조차 제대로 성찰하지 못하고 있었다. 고인의 죽음 앞에서 제대로 된 성찰을 해내지 못하는 교육당국의 모습을 보려니 억장이 무너졌다.

그동안 직업계고 학생들에게 기능대회는 교육이 아니라 괴물이었다. 학생들을 메달 경쟁과 가혹한 훈련에 시달리게 만드는 기능대회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고 이준서 학생의 죽음을 계기로 기능대회와 기능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위원회가 구성된 이유다. 5월 13일, '경주 S공고 고 이준서 학생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직업계고등학교 기능반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경주 S 공고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고 이준서 학생이 생전 기능대회를 준비하던 공간. 고인의 자리에는 국화가 놓여 있다. ⓒ공대위

공대위의 진상조사단이 실질적인 조사에 들어가면서 실체적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고 이준서 학생은 기능대회 준비과정에서 지독한 훈련으로 힘들어했다. 학생에게는 훈련이 전부였고 청소년 시기에 종합적으로 배워야 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게다가 기능대회(지방, 전국 2회) 준비기간 약 6개월 동안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훈련을 받아야 했다. 집중 훈련기간이 아닌 평소에도 '방과후 수업' 이후 밤 11시까지 기능반 활동을 했다.

고된 훈련 과정 때문에 기능반 이외 친구들과의 관계는 단절되고, 소집단 내부 관계의 갈등을 일어나면서 심리적 한계에 내몰린 듯했다. 훈련기간에 체중이 10kg이나 빠졌다는 사실이 간접적으로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와중에도 학교가 합숙훈련을 강행 할 정도니, 기능반 학생들이 느끼는 경쟁 압박은 엄청났을 것이다. 또한 인간관계 갈등이 더욱 학생 힘든 상태로 내몰았다.

안전보다 메달 경쟁

교육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 개학을 연기하는 와중에도 기능대회 합숙 훈련 문제는 계속 터져 나왔다. 3월 25일에 부산 지역 4개 고등학교에서, 4월2일에는 경북 8개 학교에서 80여명이 합숙훈련을 하고 있음이 폭로됐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더구나 고 이준서 학생 사망 사건 이후에도, 학교들은 기능대회 준비 훈련을 강행했다. 4월 24일 진행한 전교조의 실태 조사를 보면, 198개 학교 중 50개 학교에서 기능대회 준비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능대회 문제가 이슈화된 5월 14일에도 전국 14개 학교에서 기능대회 준비 훈련을 했다는 사실이 유선전화로 확인됐다.

이렇게 학교들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아이들 목숨을 담보로 경쟁에 매달리는 이유는 기능대회 수상이 직업고계 학교의 위상을 높여주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안전과 교육을 책임져야 할 교육부는 이를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형식적으로 '온라인 개학 및 온라인 수업 지침' 공문만 발송한다. 또한 합숙훈련이 적발된 학교 소속의 시도교육청에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 달라'는 구두 요청만을 할 뿐이다.

그나마 고 이준서 학생이 사망한지 44일 지난 5월 22일, 교육부는 '코로나19로 위기에 몰린 직업계고 극복 방안'으로 '2020 직업계고 지원 및 취업 활성화 방안' 정책을 내놓았다. 이 방안에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기능대회 관련 내용은 '학습, 건강권이 보장된 경쟁, 기능대회를 개선하겠다'는 한 줄만 기재돼 있다.

지금까지 교육부가 직업계고 기능반 운영 현실을 몰라서 기능반 학생의 학습, 건강권을 지키지 못했던 게 아니다. 기능반이 폐지되어야 새로운 교육을 위한 공간이 마련된다. 새 공간이 열려야 문제가 되는 현 직업교육을 혁신할 수 있는 토양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날 교육부 발표는 직업교육은 교육이 아니라 기업에 필요한 인력 공급처임을 스스로 밝힌 셈이다.

값싼 노동력

교육부는 기능반 훈련이 학생들의 취업에 매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방식 중 가장 효과적인 지름길로 판단한다. 숙련기술의 저변 확대 및 숙련기술의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데 기능대회가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능대회 수상은 결코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했다. 전국 기능대회에서 매년 약 800명의 입상자가 배출되지만, 입상자 중 10년 동안(2007~2016년) 1470명만이 대기업에 입사했을 뿐이다.

이번 교육부 발표는 기능대회의 본질적 문제를 벗어난 대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교육부는 직업계고 고등학생을 '학생'으로 보지 않는 듯하다. 직업계고 학생들은 교육은 도외시하며 취업에만 매달려도 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직업계고 학생들의 교육을 사실상 포기한 교육부에 절망감을 느낀다.

직업계고 역시 본령은 교육이다. 학생들이 경제적 목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교육을 통해 발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부의 일이다. 교육은 경제적 목적을 위한 경쟁의 장이 아니라, 삶에 필요한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권리로서 보장돼야 한다. 고 이준서 학생을 마음 편히 떠나보내지 못하고 현실 세계로 소환할 수밖에 없는 자금의 현실이 안타까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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