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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서 466명 사망...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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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서 466명 사망...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해야"

노조, 청와대 앞서 "정부와 법이 사업주 감싸...규제는 더 완화"

지난달 21일 새벽, 현대중공업 울산지청 사업장 내에서 한 노동자가 야간작업 중 선체 구조물을 밖으로 옮길 때 여닫는 대형 문(빅도어)에 끼어 사망했다. 2001년과 2003년 발생한 사고와 유형이 같았다.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는 빅도어에서 같은 사고가 반복했지만 현대중공업은 안전센서조차 갖추지 않았다.

지난 2월에는 트러스(작업용 발판 구조물) 추락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 또한 예견된 사고였다. 지상으로부터 20m가 넘는 높이에서 작업하는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추락방지 장치조차 갖춰지지 않은 게 세계적 조선업 강국의 대기업 노동 현실이었다.

이 같은 사고로 인해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에서만 4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그러나 책임지거나 처벌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관련기사 : "하청 노동자 사망, 현대重 어떤 의무도 안했다", 현대重 하청 노동자 추락사..."위험의 외주화 중단해야", 일주일 새 현대重 노동자 2명 사망 "작업중지 확대하고 안전점검해야")

이는 최근의 일이 아닌, 수십 년간 쌓인 문제가 반복되는 현실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중대재해 기업을 처벌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노동계는 강조했다.

20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974년 현대중공업 설립 이후 46년 동안 중대재해로 사망한 노동자 수가 466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1년에 10명이 넘는 꼴이다. 이는 1988년 노동조합 설립 이전에는 사측의 기록을, 이후에는 노조의 기록을 합한 것으로 공식 통계와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수백 명 노동자의 죽음에 현대중공업 법인과 대표이사가 책임을 진 적은 거의 없다. 2004년 하청노동자의 중대재해 사망사고 4건이 연달아 일어나자 현대중공업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구속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데 그쳤다.

현대중공업지부는 기업주도 사고 책임을 지게끔 하는 제도 정비 없이는 같은 문제가 반복되리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 명령은 보여주기식에 불과해, 사고 후 제대로 된 사후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작업과 동일한 공정 내 모든 작업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려야 하지만, 실제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발생한 장소에만 중지 명령을 내린다는 얘기다.

작업 환경이 대체로 비슷함을 고려하면 전체 작업장의 추가 위험 상황 발생을 막기 위한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데, 고용노동부 대책은 그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이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제대로 된 사고 조사가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고용노동부가 관련 기준을 완화해 사고 위험은 더 커졌다고도 노조는 지적했다.

과거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작업중지 범위 해제 절차와 심의위원회 운영기준'은 중대재해가 빈발하는 사업장에 사고가 일어난 해당 작업 중지는 물론, 동일한 작업에 전체의 전면 작업 중지를 명했다. 노조의 요구안과 같다.

그러나 이 기준은 지난해 '중대재해 발생 시 해당작업, 혹은 동일작업'으로 범위가 축소됐다. 더 나아가 개정 산업안전보건법도 작업중지 범위를 더욱 축소했다. 오히려 기업주에 더 유리한 방향으로, 노동자의 안전은 더 위협하는 방향으로 관련 제도가 개정된 셈이다.

현대중공업지부는 "그 결과 중대재해 발생 시 철저한 사고원인 조사와 재발방지대책도 마련하지 못해 제2, 제3의 중대재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정부가 사실상 기업주 편만 일방적으로 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용화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지금 현대중공업에서 특별근로감독이 진행되는 중인데, 근로감독관이 회사 최고경영진에게 '회사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현대중공업 경영진의 안전의식이 높다'고 말했다"며 "두 귀를 의심했다. 결국 사고 원인으로 노동자를 탓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법 역시 사업주 편이라고 노조는 비판했다. 올해에만 현대중공업 사업장 내에서 4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음에도 검찰은 불기소로 일관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부와 법이 사업주를 감싸면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도중에 사업주만 배를 불리고 있다고 노조는 강조했다.


박세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현대중공업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자회사를 만들고 다단계 하청구조를 만들어 중대재해가 이어지는 것"이라며 "노동자 한 명이 사망해도 고작 벌금 40만 원에 불과한데 회사가 무엇이 두려워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시설안전에 투자하고 안전대책을 강구하겠느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약속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하루빨리 제정해 달라"며 "한해 2500명 씩 죽어가는 산재참사의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과 함께 △현대중공업 사업주 엄중 처벌 △조선업종 다단계 하도급 금지 △작업중지 명령기준 및 산업안전보건법 즉각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도급금지 대상 확대 등을 요구했다.

▲20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46년간 현대중공업에서 중대재해로 사망한 노동자가 466명이나 되는데도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이 없었다며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프레시안(조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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