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노동자 A씨가 유방암에 걸린 지 13년 만에 산업재해 승인을 받았다. A씨는 자신의 암이 가족력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까지 받아야했다. 산재 승인 과정에 너무 좁고 엄격한 잣대가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8일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은 4월 27일 A씨의 산재를 승인했다.
A씨는 삼성반도체 부천공장에서 7년 넘게 일했다. 퇴사 9년 뒤인 2007년, 만 33세 나이로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반올림은 'A씨가 어린 나이에 야간 교대근무를 했고 유기용제를 포함한 수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될 수 있었다'는 판단을 근거로 작년 1월 A씨와 함께 산재를 신청했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첫 산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의 가족력이 이유였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동생도 같은 해에 유방암에 걸렸으니 개인적 질병'이라며 A씨의 산재를 승인하지 않았다.
A씨는 근로복지공단의 논리를 무너뜨리기 위해 유전자 검사까지 받아야 했다. 검사 결과 A씨의 유방암은 가족력이 아닐 것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A씨는 이를 토대로 작년 10월 산재를 재신청했다. 그리고 올해 4월 유방암 발병 13년 만에 산재 승인을 받았다.
"산재보험은 일하다 다친 사람 위한 사회안전망, 배제되는 사람 없어야"
반올림은 18일 입장문을 통해 "A씨는 산재 승인을 받았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 험난했다"며 산재 범위를 최대한 좁게 해석하려는 근로복지공단의 태도를 비판했다.
반올림은 A씨 사례에 대해 "가족력은 단지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할 뿐 가족력이 있다고 모두 100%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라며 "A씨와 같이 가족력과 직업적 유해요인 노출이 있는 경우 둘 중 어느 것이 더 크게 작용했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즉, 가족력은 직업병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반올림은 "산재보험은 일하다 다친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지원"이라며 "그런데도 근로복지공단은 가족력, 기왕력, 노출수준, 연구부족 등을 이유로 들어 산재를 최대한 엄격하고 좁게 판단한다"고 전했다.
반올림은 "지금 산재보험은 일하다 다친 사람을 너무나 쉽게 안전망에서 배제한다"며 "산재보험이 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능하려면 가능한 산재에서 배제되는 사람이 없도록 산재 판단 기준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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