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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난 속 해고 1순위는 여성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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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난 속 해고 1순위는 여성 노동자"

높은 비정규직 비율과 낮은 임금...해고 위기에 돌봄 부담까지 겹쳐 '이중 고초'

#인하대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박명순 씨는 코로나19로 학교가 멈추자 일이 더 늘어났다. 학교는 온라인 수업으로 학교에 학생들이 없다는 이유로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동안 청소노동자들의 노동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라고 했다. 그만큼 임금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학교 시설물을 이용하는 교직원과 학생이 있어 청소할 곳은 그대로라는 게 박 씨의 이야기다. 반면 정규직 노동자들과 남성 비정규직들은 모두 정상출근하고 있다. 인하대에는 박 씨와 같은 비정규직 여성 청소 노동자가 200여 명이 있다.

#가정관리사(가정부) 김재순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객들이 서비스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겨우 일을 나가도 "혹시 신천지는 아니냐", "동선을 밝히라"는 등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김 씨와 같은 가사노동자들은 노동자로 취급되지 않는다. 특수고용노동자로도 분류되지 않는다. 고용보험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 정부의 지원에서 철저히 배제돼 있다.

#인천공항 VIP 라운지에서 일하는 이정원 씨는 원청인 롯데 GRS와 하청인 이브릿지 사이에서 4년마다 체결되는 계약에 매여있는 간접고용 파견 노동자다. 인천공항의 간접고용 노동자 중 서비스 직종에서 일하는 이의 대부분이 여성 노동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받자 원청인 롯데GRS는 인건비를 감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씨와 동료들은 무급휴가를 돌려 쓰며 인원감축을 피하고자 했지만 결국 단체 카톡방을 통해 해고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8월 기준 남성 정규직 임금 대비 여성 비정규직 임금 비율은 37.7%에 불과하다. 두 직종 간 임금 비율을 연단위로 계산하면, 지난해 5월 18일부터 12월 말까지 국내 여성 비정규직은 무임금으로 일한 셈이 된다.

이런 상황에 닥쳐온 코로나19는 성별 임금격차를 더욱 심화했다. 지난 3월과 4월 여성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대비 각각 11만 5000명, 29만 3000명 감소했다.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와 등교 연기로 인한 돌봄의 문제는 가정 내 여성에게 집중된다. 위기는 불평등을 강화한다. 일터의 여성들은 해고의 위기와 함께 가정 내 돌봄을 떠맡으며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18일 제4회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맞이해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이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재난 위기에 더욱 취약한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성평등 노동 실현을 촉구했다.

이들은 코로나19 해고 위기가 특히 여성 노동자 수가 많은 직종에 집중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가정 내 돌봄 책임이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의 근본 해결을 위해서는 여성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한국의 남녀 성별 간 직업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여파가 여성 노동자에게 더 크게 다가오는 근거로 집단감염으로 드러난 구로 콜센터 사례와 해고 위기에 내몰린 시간제 돌봄 전담사들의 문제를 제시했다.

한국여성정책원이 지난 8일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남녀 노동자 시간당 임금 격차는 2013년 4862원에서 2018년 5089원으로 더 커졌다. 2018년 기준 남성 노동자 중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이의 비율은 12.4%였던 반면, 여성의 경우 남성의 두 배가 넘는 28.0%에 달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이들은 "중소영세사업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저임금에 허덕이는 여성노동자들은 위기 때마다 먼저 해고돼 더욱 취약한 위치로 이동한다"며 "여성노동자의 처지를 외면한다면 지금보다 더욱 심각한 양극화와 불평등 사회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은 "4월 고용동향에서 여성노동자가 많은 도소매·음식·숙박·보건 및 교육서비스의 고용이 악화됐다"며 "특히 20대와 50대 여성에게 타격이 집중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돌봄의 문제도 지적됐다. 이들은 "코로나19 위기는 지금껏 우리가 구축해왔던 사회적 돌봄 시스템을 와해하고, 그 책임을 특히 여성에게 전가했다"며 "여성은 당장의 돌봄, 혹은 미래의 돌봄자라는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배제되거나 불안정한 조건에서 노동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고용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16일부터 이달 8일까지 접수된 가족돌봄휴가 지원금 신청자는 여성이 64%로 남성 36%보다 훨씬 많았다.

이들은 "사회적 돌봄 시스템을 재정비해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돌봄 분담을 민주주의의 핵심 문제로 상정해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관련 예산 확대 편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나지현 위원장은 "휴업수당, 고용보험 등 정부의 대책에 '젠더'가 보이지 않는다"며 "IMF 경제위기에 노동조합 없는 여성 노동자가 집중타격을 입었던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이날부터 4주간 '코로나19로 인한 여성의 노동변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이 18일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별임금격차 해소와 성평등 노동 실현을 촉구했다. 이들은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이 성별 불평등을 강화하고 여성 노동자를 더욱 취약한 위치로 내모는 현실을 고발했다. ⓒ프레시안(조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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