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사회·경제적 영향은 물론 다양한 인권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여러 나라가 국경을 봉쇄하는 가운데 국제연대의 필요성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우리보다 조금 늦게 코로나19 위기를 맞이한 일본이, 한국의 상황과 대처를 배우고 일본의 상황을 공유해 한일 공통의 과제에 대해 함께 대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5일 '코로나19와 인권 : 한일 공익변호사들이 말한다'는 주제로 한국과 일본의 공익 변호사들이 모였다. 이번 회의는 화상회의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한국에서는 서채완 민변 변호사와 윤지영 공익인권범재단 공감 변호사, 일본에서는 사토 아키코 코토노하 종합 법률사무소 변호사와 카와카미 요시히토 와세다 리걸커먼스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참여했다.
한국 측 발제자로 나선 서채완 변호사는 감염병을 막기 위해 남용되는 강제조치가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보공개와 언론보도가 야기하는 혐오와 낙인의 문제도 지적했다. 또 서 변호사는 "죽음·감염·건강·생활 정보에서 취약계층이 더 차별받고 있다"며 취약계층에게 발생하는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실한 사회안전망체계...감염·죽음의 위험에 더 노출된 취약계층
서 변호사는 "부실한 사회안전망 체계가 취약계층의 사각지대를 발생시키고 있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사회안전망 체계를 더욱 확고히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가 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재난관련 법제에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구체적인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서 변호사는 "재난지원금에서 노숙인들이 제외되고 공적마스크에서 이주민이 배제되며 교육지원금 같은 경우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배제되고 있다"며 "장애인의 경우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을 받는데 정보 접근 등에 배제되거나 지급받던 서비스가 중단돼 사실상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격리가 일상화되면서 가정폭력과 아동학대가 늘어난다는 보고가 있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나 조사가 없다"며 "요양시설·정신병동·구치소·소년원·외국인 보호소 등 열악한 환경에 수용된 사람들의 정보도 전면 차단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동일집단 격리, 즉 '코호트 격리'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한국은 지난 2월 말 청도 대남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병원 자체를 격리했다.
서 변호사는 "(청도 대남병원은) 요양병원이자 정신병동으로 취약계층이 수용된 시설"이라며 "한국은 (중증 장애인의) 탈 시설화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 이에 더해 (코로나19) 치료에 적합하지 않은 시설에 환자들을 격리해 감염 확산과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감염을 예방한다는 목적 아래 이런 시설에 동일집단 격리(코호트격리)를 실행하는데 이를 규제할 법률이나 제한할 요건 등이 규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는 '개인의 문제' 아니야...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조심해야
서 변호사는 "코로나19의 책임을 개인에게 묻는 상황도 발생한다. 특정종교인·외국인·성소수자 등 감염된 사람들을 혐오하거나 격리되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개인정보 공개가 이러한 상황을 부추긴다는 말도 덧붙였다.
서 변호사는 "성별·나이·상호는 물론 종교와 성적취향이 공개당하는 경우도 있다"며 "개인이 특정되어 혐오와 비난을 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동선공개와 관련된 예시를 들었다.
서 변호사는 '33세 여성', '중국에서 입국', '서울시 서초구 거주',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 참석' 등의 부분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동선 공개 후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되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며 "언론보도가 더해지면서 특정 개인이 직장은 물론 각종 사회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가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최근 서울시가 이태원 클럽 근처 기지국에서 해당 날짜와 시간에 휴대폰을 사용한 사람들의 내역을 제공받은 바 있다. 서 변호사는 이에 대해 "감염 시킨 자에 한해 개인정보를 받을 수 있는데 1만905명 전부를 감염 의심자로 보고 집행한 것은 과도한 정보수집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자가격리 중 이탈한 사람들에게 무관용 원칙이 적용되는 점도 지적됐다. 현재 한국의 감염병 대응 법률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어떠한 요건 없이 감염병을 막기 위해서는 지자체장이 강제조치를 할 수 있으며 강제조치를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다.
서 변호사는 "(자가격리는) 대책이 없으니 집안에 있으라는 원칙"이라며 "자가격리 앱을 설치하라거나 전자팔찌를 도입하라고 하는데 이러한 일률적인 대책은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집회 무제한 금지' 비판기능 약화시킬 수도
집회나 추모·문화제 등을 무제한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앞서 지난 2월 고 문중원 기수의 추모 분향소가 코로나19 확산 위험에 따라 강제철거됐다.
서 변호사는 "억울하게 사망한 노동자의 분향소가 강제철거됐다. 집회 내용이나 규모 등과 상관없이 폭넓게 금지하는 것은 모든 집회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정부의 강경대응에 인권침해 문제를 느끼고 있다. 비판기능이 약화되기 때문에 부당한 처우가 있어도 목소리를 낼 수 없는 환경이 초래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고령자 문제 심각...일부에서는 '의료진 따돌림' 이루어지기도
사토 아키코 코토노하 종합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일본도 한국과 유사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사토 변호사는 "일본의 경우 5월 11일 기준, 도쿄·오사카·가나가와·홋카이도의 감염자가 많은데 그 사회 안에서 주변화된 사람들, 배제되고 남겨진 사람들이 특히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여성들이 더욱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며 "격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도 온라인 수업이 이루어지는데 온라인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아동과 그렇지 않은 아동 간 교육의 격차가 지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사회인 일본은 고령자가 겪는 위험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었다. 사토 변호사는 "고령자들은 대체로 청소나 건물관리업무 등과 같이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코로나19에 더 취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일본 내 차별과 혐오의 문제도 제기됐다. 사토 변호사는 "의료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종사자에 대한 차별이 보고되고 있다"며 "감염자가 발생한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종사자의 자녀들을 보육원에서 거부하는 등의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개인이 비방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요청사항을 지키면서 영업하는 점포에 대해서도 경찰에 신고하는 등 '자숙경찰'이라 불리는 과도한 행위가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 변호사들은 "코로나19 영향력은 중장기적으로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인권문제와 관련한 여러 과제,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한국과 일본 양국의 NGO와 인권관련기관들이 함께 연대해 사회적 목소리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