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18 광주민중항쟁 40주기를 앞두고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넣어야 한다며 개헌을 언급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하면서 여권 내부에서 개헌 논의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개헌을 언급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17일 오전 광주MBC가 방영한 5.18 40주년 특별기획 <문재인 대통령의 오일팔>에 출연해 "앞으로 언젠가 또 개헌이 논의가 된다면 헌법 전문에서 그(5.18) 취지가 반드시 되살아나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실제로 지난 2018년 5월 개헌안을 직접 발의하기도 했다. 해당 개헌안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야당 의원 대부분이 불참함에 따라 투표가 좌절됐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개헌안 발의를 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비록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제가 발의한 개헌안 그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의 이념의 계승, 이것이 담겨있다"고도 했다.
그는 "현재 우리 헌법 전문에는 3.1운동에 의해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4.19민주운동의 이름을 계승하는 것으로 그렇게만 헌법 전문에 표현되어 있는데, 우리가 이렇게 발전시켜온 민주주의가 실제로 문안화돼서 집약돼 있는 것이 우리의 헌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4.19의 혁명만으로 민주 이념의 계승을 말하기에는 4.19혁명 이후에 아주 장기간에 어찌 보면 더 본격적인 군사 독재가 있었기 때문에 4.19운동만 가지고는 민주화운동의 어떤 이념의 계승을 말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촛불혁명은 시기상으로 아주 가깝기 때문에 정치적 논란의 소지가 있어서 아직 헌법 전문에 담는 것이 이르다"면서 "적어도 5.18민주운동과 6월항쟁의 이념만큼은 우리가 지향하고 계승해야 될 하나의 민주 이념으로서 우리 헌법에 담아야 우리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제대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5.18의 진상이 제대로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발포의 명령자가 누구였는지, 발포에 대한 법적인 최종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이런 부분들은 밝혀지지 않았다"며 "마침 오늘(12일)부터 5.18진상조사위원회가 본격적인 조사 활동이 시작됐는데, 이번에야말로 아직 남은 진실들이 전부 다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결국 과거의 아픔과 상처가 치유되어야 한다. 치유되어야 화해가 있고, 또 국민 통합이 이루지는 것"이라면서 "그 출발은 진실을 제대로 규명하는 것, 그 진실의 토대 위에서만 화해가 있고 통합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용서도 진실 위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행방을 찾지 못하고, 또 시신도 찾지 못해서 어딘가에는 아마 암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이 되는 그런 집단 학살자들, 그분들을 찾아내는 일들, 또 헬기 사격까지 하게 된 그 어떤 경위,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대대적으로 이루어진 그 진실을 은폐하고 왜곡한 그런 어떤 그 공작의 실상들까지 다 규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5.18에 대해선 "폄하된다할까 하는 것이 참으로 분노스러웠다"고 표현했다.
그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대통령들이 참석도 않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도 못 하게 해서 유족들이 따로 기념행사를 가졌다"며 "5.18민주화운동 정신에 대한 존중, 진심, 이런 부분이 거의 담겨 있지 않았다. 또, 유족들이 따로 기념식을 치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민망하고 부끄러운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광주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대한민국 전체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행사로 승화시키고, 제대로 기념식을 치러야겠다는 그런 식의 각오를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5.18하면 당시 노무현 변호사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80년대 이후의 부산 지역의 민주화운동은 광주를 알리는 것이었다"며 "광주를 알게 될수록 시민들은 그 당시 광주가 외롭게 고립돼 희생당했는데 거기에 동참하지 못하고 그냥 내버려두었던 그 사실에 대해 큰 부채의식을 가지게 됐고, 그것이 이제 민주화운동의 하나의 또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당시 노무현 변호사와 제가 주동이 돼 부산 카톨릭 센터에서 5.18 광주 비디오, 말하자면 관람회를 가졌다"며 "그때 비로소 광주의 진실을 알게 된 그런 분들도 많았다"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또 과거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구속됐던 당시 경찰로부터 광주 상황을 전해들은 순간을 떠올리며 "저는 광주 바깥에서 어떻게 보면 가장 먼저 광주의 진실을 접했던 사람 중에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며 5.18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2017년 취임 직후 참석한 5.18 기념식 때 유족 김소형 씨를 안아줬을 때의 소회도 밝혔다.
그는 "그분이 5.18 당일 날 태어난 것과 아버지가 전남 완도에서 일하시던 분인데, 딸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광주로 왔다가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서 사망하게 된 거였다"며 "자신이 태어나지 않았었다면 엄마 아빠가 지금도 행복하게 잘살고 있지 않을까 이런 사연을 추도사에 담았는데, 그 추도사를 들으면서 누구나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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