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열리는 제13회 광주비엔날레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Minds Rising, Spirits Tuning)’은 전시와 퍼블릭 프로그램, 온라인 플랫폼, 출판물 등 온오프라인이 유기적으로 순환되는 현대미술 축제의 새로운 가능성과 실험정신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재)광주비엔날레(대표이사 김선정)는 내년 2월 26일부터 5월 9일까지 73일 간 개최되는 제13회 광주비엔날레 구성과 전시 장소를 지난 14일 발표했다.
제13회 광주비엔날레는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 주제 아래 전시와 퍼블릭 포럼 및 퍼포먼스, 온라인 저널, 출판물 등으로 구성되면서 다층적·다학제적인 스펙트럼을 선보이고 집단 지성과 연대의 실천 방식 등을 탐구할 예정이다.
전시 장소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이외에 국립광주박물관, 양림산에 있는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광주극장 등으로 광주의 근대 역사를 담은 공간이 활용되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의 연결 지점들을 시각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3월 제13회 광주비엔날레 예술 감독으로 선정된 데프네 아야스(Defne Ayas)와 나타샤 진발라(Natasha Ginwala)는 큐레이터 팀을 꾸리고 올해 초까지 서너 차례 국내를 방문했으며 전시 방향을 구체화하고 장소를 탐색해왔다.
데프네 아야스와 나타샤 진발라는 “세계 공동체가 직면한 팬데믹의 상황 속에서도 소속감, 우정, 저항, 회복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다양한 소통들을 지구촌 곳곳에서 목격했다. 이러한 지구상의 움직임들은 제13회 광주비엔날레가 추구하는 방향인 예술적 실천이자 여러 세대와 다양한 지역 및 국가 간 연대다"고 설명했다.
제13회 광주비엔날레는 개최지 광주의 정체성을 반영해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유산과 계보, 공동체적 참여의 역할 등에 대해 다양한 매체로 시각화·담론화할 예정이다.
본 전시 공간인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5개 전시실은 각기 다른 전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를 위해 특별 커미션으로 제작된 신작을 비롯해 무속 신앙과 관련된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한국 유일 무속 박물관인 샤머니즘박물관과 민화 및 부적 등을 소장하고 있는 민화 전문 박물관인 가회민화박물관의 소장품도 함께 선보인다.
전시관 1층은 사회적 공간의 역할을 하며 광주비엔날레 최초로 일반 대중에게 무료 개방된다.
국립광주박물관은 죽음에 대한 인류의 다양한 해석, 영적인 오브제가 발하는 힘, 애도 과정 등에 관한 주제를 다룬다. 만다라꽃이 발산하는 덧없는 찰나의 아우라, 고대 대형 묘지 네크로폴리스의 적막함, 예술 작품과 유물을 통해 선조와 이어지는 연쇄적 인간관계, 비서양 문화권의 질병과 치유에 대한 도식화, ‘온전히 죽지 못한 자들(the undead)’이 실존 세계에서 가지는 역할 등을 살펴본다.
처음 전시 장소로 활용되는 양림산은 일제 강점기 항일의병 투쟁을 비롯해 병원을 설립하고 기독교 선교를 시작했던 미국 선교사에 이르기까지 광주 근대 역사의 복합적인 층위를 담고 있다.
이러한 흔적들은 일제강점기 방공호로 사용됐던 동굴, 선교사 묘지와 학습관 등 잘 보존돼 있는 유적지 곳곳에서 잘 드러난다. 이곳에서 선보여질 프로젝트는 과거 풍장터였던 양림동 선교사 묘지 끝자락에 자리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을 근거지 삼아 진행된다.
현재 운영 중인 국내 극장 중 가장 오래된 광주극장에서는 주디 라둘(Judy Radul)의 몰입적 설치 작품과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라이브 음악이 가미된 퍼포먼스는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해 유기적이고 기계적인 대칭성을 조성하고자 신체를 스캔한다. 열화상 기술은 감시, 측정, 유령사냥 등에 사용되는데 이번 작품에서 신체는 스크린 됨과 동시에 상영되며 그 관계에서 예상치 못한 아이러니한 방식이 드러난다.
퍼블릭 프로그램 ‘라이브 오르간(Live Organ)’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핵심적인 질문들을 탐색한다. 개막에 맞춰 두 차례 퍼블릭 포럼과 새롭게 커미션한 퍼포먼스로 구성된다.
먼저 프리 오프닝 기간에 진행될 첫 번째 퍼블릭 포럼 ‘수면으로 떠오르기: 연대의 미래를 실천하기(Rising to the Surface: Practicing Solidarity Futures)’는 민중 운동의 시대적 흐름, 반복되는 억압적 정권의 망령, 오늘날 새롭게 고안된 다양한 시위 양식 등을 논의한다.
온라인과 현장을 오가며 진행되는 포럼에는 학자, 예술가, 사회 운동가, 시민 사회 주체가 한자리에 모여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풀뿌리 투쟁을 점검하고 공공의 저항, 시민 사회의 협력, 공공 트라우마의 치유, 토착적 공동체의 연대, 환경 운동 등 다방면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어휘와 문법을 논한다.
이어 오프닝 포럼은 ‘확장된 마음(extended mind)’의 스펙트럼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지능을 육체적, 기술적, 정신적 단위로 구분 지었던 기존의 구조적 경계를 해체한다. 주요 주제는 신경과학 및 데이터 기술, 다양한 방식의 치유 행위와 샤머니즘 등이다.
두 개의 포럼과 함께 다채로운 퍼포먼스도 마련돼 있다. 참가자들이 직접 구성한 행진을 필두로 저항과 회복의 개념을 실험하며, 각양각색의 공동체성에 내재된 다양한 이론적, 과학적, 물리적, 음향적, 영적 특성을 탐색한다. 또한 이번 비엔날레 웹사이트를 통해 국·영문으로 발행되는 온라인 저널 ‘떠오르는 마음(Minds Rising)’은 모든 리서치 과정과 결과를 아우르면서 ‘확장된 마음’으로 기능한다.
격월로 발행 예정인 저널은 예술 및 문학, 과학, 이론 등의 세 분야로 구성되며, 첫 번째 호는 광주 여성사, 토착 고고학, 컴퓨터 기술과 인터넷 알고리즘적 젠더 폭력 등의 주제를 다룬다. 온라인 저널을 통해 발행되는 콘텐츠는 전시 기록과 함께 제13회 광주비엔날레 도록에 수록된다. 온라인 플랫폼은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렘코 반 블라델(Remco van Bladel)과 스튜디오 알지비(RGB)가 협력해 디자인했고, 매니징 에디터로 탁영준이 함께 했다.
또한 최근 몇 년 새 이슈로 다시 부각되고 있는 페미니즘에 집중하는 출판물 ‘뼈보다 단단한(Stronger than Bone)’도 발행 예정이다. 젠더를 정의하고 윤리적 공존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려나가고자 기획됐다.
‘뼈보다 단단한’은 페미니즘 이슈를 둘러싼 다양한 논점을 제시하며, 참여 작가인 세실리아 비쿠냐(Cecilia Vicuña) 등이 기고자로 참여했다. 영문판은 베를린에 거점을 둔 출판사 아카이브 북스(Archive Books)와 공동 편찬하고, 데프네 아야스, 나타샤 진발라 예술감독과 질 윈더(Jill Winder)가 편집자로 참여했다. 국문판은 광주비엔날레재단이 발행하는 정론지 ‘눈(NOON)’ 제8호로 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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