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그러들지 않는 논란 속에서 13일 서울 종로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39차 정기 수요시위가 열렸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정의연의 활동을 폄훼하고 할머니들과 활동가들을 이간질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정의연은 이날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에서 집회를 열고 일본의 진정어린 사과와 배상을 촉구했다. 여느 수요시위와 마찬가지로 '이 주의 위안부' 이야기를 소개하고 포항·호주 등 각지의 연대·지지발언이 영상을 통해 전해졌다. 이번 수요시위는 코로나19로 인해 유튜브로 생중계됐으며 2500여 명의 시민이 시청했다.
최근의 논란을 의식한 듯 정의연은 관련 의혹에 관한 입장을 정리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의연은 우선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진실을 왜곡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의연 "정의연 향한 왜곡, '위안부' 운동 탄압 행위"
정의연은 "지금 한국사회에도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진실을 왜곡하고, 피해자들의 아픈 역사를 짓밟고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존재한다"며 "악의적으로 진실을 부정하고 모욕"하려는 의도가 정의연을 향한 공격에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현재 정의연을 향한 일부 언론의 악의적 왜곡은 시민사회 전반의 평화·인권·여성·민족운동 등 모든 운동에 대한 탄압행위"라며 "위안부 문제 해결을 방해하려는 악의적인 의도로 30여 년 간 할머니들과 활동가들, 함께한 국내외 시민들의 현신과 연대를 훼손하려 들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용수 할머니의 지난 7일 기자회견 후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의혹에 관해서도 정의연은 추가 해명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이 이사장은 회계 의혹에 대해 "5월 11일 기자회견 이후 지금까지도 일부 언론에서 왜곡을 일삼고 있다"며 "정의연은 매년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로부터 회계감사를 받아왔고 매년 문제없다는 의견을 받아왔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이사장은 "국세청 시스템 공시 입력 과정에 실수가 있었지만 바로잡겠다"며 "개인적인 자금횡령이나 불법 유용은 절대 없었다"고 말했다.
여러 보수언론이 의혹을 제기한 '맥줏집 3300만 원' 내역을 두고는 "모금 활동을 위한 행사비용이었다"며 "맥줏집 뿐 아니라 행사를 위해 여러 사업체에 지출한 내용 중 맥줏집을 대표로 '맥줏집 외'로 표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의연은 국세청에 공시한 2018년 기부금 지출 명세서에서 디오브루잉주식회사에 3339만 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여러 매체는 '할머니들 기부금을 술값에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의연은 그러나 지난 11일과 이날 수요집회에 걸쳐 '2018년 모금사업비 총액의 대표 지급처를 디오브루잉으로 기재한 것이며, 2018년 모금사업비 지급처는 총 140여 곳'이라고 강조했다. 3300여만 원은 디오브루잉에 지출한 게 아니라, 140여 곳에 지출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 같은 표기가 공익법인의 기부금품 수입 및 지출 명세서 작성법에 따른 적절한 회계처리였다고 전했다.
이는 다수 시민활동가들 역시 문제 없다고 평가한 내용이다. 관련 회계기준 변경 필요성은 제시할 수 있지만, 정의연 처리 방침을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정의연은 또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자(전 정의연 이사장)의 딸 유학비는 윤 당선자의 남편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보상금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전했다.
정의연은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는 운동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본래 수요집회 뜻을 언론을 상대로 다시금 상기했다.
정의연은 성명서에서 "일본군성노예제는 굳건한 성차별 성폭력 사회 구조와 국가권력이 공모하여 여성에 대한 폭력을 공식적으로 자행한 대표적인 전시 성폭력사건"이라며 "일본 정부는 아직도 전쟁범죄의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연은 이어 "자신의 경험을 용기있게 증언하고 세상을 바꾸는 주체가 되신 여성인권평화운동가 할머니들, 그리고 이들과 함께 변화를 일구기 위해 헌신한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수요시위가 오늘날까지 이어져왔다"며 정의연의 역사적 의의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정의연 연대 발언 이어져
한편 이날 수요집회에는 정의연을 지지하는 여성단체와 국회의원들이 참여해 정의연 활동의 역사적 의의를 무색케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최초의 미투운동이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운동이 계속 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위안부 운동을 역사와 분리하고 시민들로부터 떼어놓으려는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김 공동대표는 "정의연은 위안부 문제 해결이 전세계적 여성평화운동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활동해왔다"며 "그간 정부 지원에서 소외된 피해자들을 부족하게나마 지원한 정의연 활동에 대한 어떤 공격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러 언론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는데 역사의 진실은 무엇인지, 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시민사회는 다함께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최우선에 두고 이야기해야한다"며 "일본 정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사죄하지 않고 역사의 진실도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주현 평화비공동연대 공동대표는 "위안부 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이용수 할머니의 발언은 우리 모두 새기고 성찰해야 할 애정 어린 충고"라면서도 "일부 수구언론과 단체를 중심으로 위안부 운동 역사를 폄훼하고 부정하는 의제 설정은 진영뿐 아니라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폭력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시작된 '위안부 강제성 부정'...이용수 할머니 "소모적인 논쟁 지양돼야"
한편 정의연에 관한 국내 언론의 의혹 제기가 이어지면서 일본에서는 이와 관련해 정의연의 활동 정상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나왔다.
대표적인 혐한 인사인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는 이날 온라인매체 <JB프레스>에 '전 위안부의 고발이 벗겨낸 위안부단체 전 대표의 정체'라는 글을 기고했다. 그는 정의연에 대해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면 존립 기반이 사라진다"면서 "반일운동을 진행하고 위안부 문제를 이용해 북한과의 연계함으로써 일한대립이 심화하기를 바라는 단체"라고 폄훼했다.
<반일종족주의>의 저자 이영훈 이승만학당 학교장도 지난 11일 후속작인 <반일종족주의와의 투쟁>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용수 님이 지난 29년 간 이어져 온 수요집회는 그만둘 때가 됐다는 말씀을 했는데, 옳다고 생각한다"며 "내 책에서도 일본 대사관 앞에서의 시위집회나 조형물 설치는 한국인들이 국제적 예의를 잃은 것이라 말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최근 논란에 관한 세간의 관심이 반영된 듯,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다른 한편 수요집회에 앞서 정의연을 부정하는 이들의 집회도 열렸다. 관련 단체들은 윤미향 21대 국회의원 당선자의 사퇴 등을 요구했다. 윤 당선자는 이날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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