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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난형난제' 미·러,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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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난형난제' 미·러, 우연일까?

확진자 세계 1, 2위, 권부 심장부 뚫리고도 경제봉쇄 해제 서둘러

'현존 최강 스트롱맨'들이 이끄는 미국과 러시아가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1, 2위 국가가 됐다. 심지어 이들 국가의 심장부인 백악관과 크렘린도 국격이 떨어질 정도로 코로나19에 뚫렸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 사태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꼬집고 있다. 코로나19를 비웃으며 국가 차원의 진단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가 지역사회 전파가 심각해진 다음에 대응에 나섰고, 아직 지역사회 전파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더 이상 못 참겠다'면서 경제봉쇄령 해제를 서두르는 어설픈 정치적 해법으로 상황을 악화시킨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백악관에서는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시중을 드는 업무를 맡았던 해군 출신 직원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대변인 케이트 밀러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밀러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부인이기도 하다.

밀러 대변인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 등 백악관의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소속의 보건당국 수장 3명도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평소 결벽증이 심한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사실에 격노하면서 '집무실에 접근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고, 자신은 빼고 다른 백악관 직원들에게는 '마스크를 쓰라'는 지시도 내렸다. 자신의 안위만 걱정할 뿐 국민에게 모범을 보일 생각은 전혀 없는 지도자의 모습을 당당하게 유지하고 있다.

또한 백악관까지 코로나19에 뚫리고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압도적인 세계 1위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가 몇 달 안에 나아질 것이라며 경제봉쇄령 조기 해제를 시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반면교사로 삼기는커녕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크렘린궁 대변인을 맡은 드미트리 페스코프(52) 대통령 행정실 부실장이 12일(현지시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약 20년간 푸틴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해온 최측근이다. 다만 페스코프는 푸틴 대통령과 대면 접촉한 것은 한 달이 넘었다면서 자신으로 인한 푸틴 대통령의 감염 가능성을 부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감염을 우려해 모스크바 시내 크렘린궁으로 출근하지 않고 모스크바 서쪽 외곽의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원격으로 업무를 보고 있으며, 정부의 코로나19 대책 회의도 원격 화상회의 형식으로 주재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 미하일 미슈스틴(54) 러시아 총리가 코로나19에 감염돼 병원 입원 치료 중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이달 1일에는 블라디미르 야쿠셰프(51) 건설부 장관이, 6일에는 올가 류비모바(39) 문화부 장관이 감염 사실을 밝혔다. 야쿠셰프 장관은 현재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류비모바 장관은 자택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크렘린뿐 아니라 의회도 뚫렸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장은 이날 하원 의원 3명이 감염돼 그중 1명은 이미 완치돼 퇴원했고, 2명은 치료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치료 중인 의원들이 중태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언론계도 수난이다.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 러시아 기자연맹 회장은 이날 현지 기자 200명이 감염됐고 그중 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13일 오전 8시(한국 시각) 현재 136만여 명이 감염돼 이 중 8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시간 러시아의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23만2243명과 2116명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러시아는 열흘 연속 하루 1만 명 이상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누적 확진자 수에서 순식간에 영국과 스페인을 추월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 모스크바에서만 12만여 명이 감염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지난 11일 푸틴 대통령은 TV 연설을 통해 "러시아는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 성공했다"며 지난 3월 말부터 6주간 내려졌던 전국 근로자 유급 휴무 조치를 12일로 종료한다고 밝혔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통제 완화 지시를 내리면서도 주지사 등 지역 정부 수장들이 현지 사정에 맞게 제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도록 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시민들의 용기와 우리의 공격적인 전략 덕분에서 수십만의 생명을 거둘 수 있었다. 우리는 승리했다"고 선언한 뒤, "인구 대비 확진자 수가 적어" 경제봉쇄령을 조만간 해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날 미국의 CNN은 트럼프와 푸틴을 싸잡아 신랄하게 비판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전략을 따르다가 사태를 재앙으로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좌)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

모스크바 시장 "실제 감염자는 공식집계 3배 이상일 것"

CNN에 따르면, 러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수도 모스크바에서 집중적으로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누적 확진자 수는 이미 미국에 이어 2위로 불어났지만, 모스크바의 시장조차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숫자라고 시인했다. 러시아24 TV와의 인터뷰에서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모스크바에서만 정부의 공식 집계치의 3배가 넘는 30만 명 정도가 감염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자체 조사 결과 러시아의 코로나19 사망자는 공식집계보다 70% 정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푸틴은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때때로 방송 등 화상으로 모습을 보일 뿐이다. CNN은 "측근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탓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9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민은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으나, 자신의 영구집권을 가능케 하는 개헌 국민투표를 무기한 연기했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전승국임을 국제적으로 기념하는 전승절 75주년 행사(5월 9일 예정이었다)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외국 정상들에게 초청 서한을 보낸 상황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우려가 커지면서 전격 취소했다.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도 집권 20년 이래 가장 낮은 59%까지 추락했다.

영국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선임연구원 니콜라이 페트로프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안을 내놓지도 못하는 상태"라면서 "그는 사태 대응력을 상실해, 평소에 보여준 장악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 마이클 라이언은 "러시아는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늦게 시작해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아시아와 북미, 서유럽처럼 큰 타격을 받은 지역의 사례에서 배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푸틴과 트럼프가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것은 수수방관을 하거나 현실을 외면하고 무리한 결정을 하다가는 보건의료 측면이나 정치적으로나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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