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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췌장암 4기 확진을 받았습니다...그러나 기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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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췌장암 4기 확진을 받았습니다...그러나 기필코

[병상일기]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그러나 다시 시작합니다.

지난 해 여름부터 아내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일시적인 통증이겠거니 하며 한방 침을 맞고 통증 때문에 핫팩도 샀습니다. 그러나 갈수록 통증이 심해져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적십자병원을 찾아 간단한 검진을 받았습니다. 의사의 권유로 혈액검사에 종양표지자 검사를 포함시켰습니다. 그 5일 뒤 검사 결과를 외래 진료로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3일이 채 되지 않아 너무 심각한 상태라고 빨리 병원에 오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순간 다리가 후들거리고 머릿속이 온통 새하얗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 소식을 아내에게 알리는 것은 정말 고통이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내내 눈물을 참기 어려웠습니다. 가슴은 미어졌습니다.

그날부터 며칠 동안을 검사받으러 돌아다녔는지 모릅니다. 그러다가 적십자병원의 소개로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아내는 췌장암 4기 확진을 받았습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무너졌습니다. 여명이 6개월이라는 말도 들었고, 고통스러운 항암을 차라리 포기하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결코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항암을 시작했습니다. 곧바로 머리도 모두 빠지고 손발이 저리고 구토증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왔습니다. 입원해서 항암제를 맞을 때 심각한 독성으로 비몽사몽을 헤매기 일쑤였고, 혈변으로 하룻밤에 열 번이나 화장실을 가야 했습니다. 또 38도 고열이 발생해 며칠을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면역력이 극도로 취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코로나 감염병 사태로 그렇지 않아도 위축된 생활은 더욱 위축되어야 했습니다.

어느덧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하루도 곁을 떠나지 않고 직업이 ‘간병인’, ‘보호자’로 변한 나도 어느 날인가 위장경련을 일으켜 끊어질 듯한 통증으로 새벽 3시에 응급실에 가야했습니다. 점심을 먹다가 앞니가 부러지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옆에서 24시간 내내 지켜줄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너무도 좋았던 치료 경과...그러나 더욱 절망적인 통고

그러나 대신 치료 효과는 대단히 좋았습니다. 밤마다 잠을 잘 수 없게 만들었던 통증이 사라졌고 식욕도 돌아왔습니다. 네 번의 항암을 마칠 때마다 CT 검사를 하는데, 두 번 모두 암 크기가 줄고 종양표지자 수치는 정상인 수치 안에 들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는 힘든 일도 너무나 많았지만, 정말이지 기적과도 같은 경과였습니다.

그러나 하늘도 너무 무심했습니다. 항암을 시작한 지 6개월 되던 세 번째 CT 검사에서 약에 내성이 생겨 암 크기가 다시 커지고 악화되었다는 뜻밖의 통보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간 그렇게 효과를 발휘해줬던 약도 바꿔야한다고 합니다. 그토록 좋았던 경과가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지다니! 도무지 지금도 믿을 수 없습니다. 이 절망감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너무도 억울하고 원통합니다. 이 고통과 절망감은 처음 암을 통고받던 그날보다, 췌장암 확진 받던 그때보다 더욱 크고 깊습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자꾸 눈물이 나옵니다. 목이 멥니다. 가슴이 너무도 먹먹합니다. 앞이 캄캄합니다.

그러나 다시 일어서겠습니다. 내 목숨보다 더 중한 아내를 꼭 다시 일으키고 싶습니다. 절대로 희망의 끈을 여기서 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 둘에게 아직 남아있는 힘과 의지를 모두 모아 기필코 함께 다시 일어서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병상에서 암과 힘겹게 맞서고 계신 많은 환우 여러분의 완치를 진심으로 빕니다. 그리고 코로나 감염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의 건강을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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