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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3학생의 죽음...그는 기능공이 아니라 메달 따는 기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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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3학생의 죽음...그는 기능공이 아니라 메달 따는 기계였다

[기고] 또 다른 지점에 직업교육의 아픈 곳을 응시하다

지난 4월 8일 밤, 경북 ㅅ고등학교 기숙사에서 2020년 지방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던 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후 11시 30분께 학교 기숙사에서 숨져 있는 고 이준서 군을 같은 방 친구가 발견했다. 이준서 군은 메커트로닉스 직종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교내 합숙 생활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적 '타살'이었다. 코로나19로 4차례에 걸쳐 등교 개학이 연기되는 상황에서도 기능훈련에 집중한 결과였다. 도교육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2월 말부터 훈련 등 모든 교육활동 중지를 지시했지만, 이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 동의를 받아 일부 학생이 훈련하도록 했다. 부모들의 동의서를 받았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상 동의가 아닌 '강요'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모습은 이 학교만의 독특한 모습이 아니다. 전교조 실태조사(2020.4.21.~24.)를 보면, 코로나19가 한창인 2월말 훈련을 중단했다고 응답한 조합원 비율은 44.4%에 불과했다. 공업계 학교가 타계열 학교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로 '중단없이 훈련'을 지속(공업계 설문참여 비율이 타계열보다 2배 정도에 불구하고 공업계가 응답자수가 8배 높음)했고 '중단과 훈련을 반복'한 비율도 3배나 높았다.

기능대회를 향한 혹독한 훈련은 사실상 교육이 아니다. 그럼에도 직업계고등학교에서는 소수 학생을 선발해 기능반이라는 학급이 아닌 소집단을 만들어, 3년이라는 장기간에 거쳐 기능대회 메달을 준비할까. 학생의 진로 선택이 넓어지거나, 취업의 문이 열리는 등 그만한 값어치가 있어서일까.

▲특성화고 기능 경진대회 모습. ⓒ전교조

기능대회는 메달 경쟁교육

기능대회 관련, 홍보성 기사나 정부 광고성 책자에는 이 제도의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제도의 선전도구로 활용되는 수기, 단편적 내용 중심의 기사는 더욱 그렇다. 직업계고등학교 교사인 내 경우에도 18년 전 일이다.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당시 4년간의 기능반 업무 기억을 소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과거에 비해 지금은 조금은 나아졌다고, 입시교육에 버려진 학생들에게 이것이 작은 희망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어떻게 학생들을 고통으로 밀어 넣고, 또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기능대회가 학생의 청소년기 발달과제를 완성하는 교육의 과정이 아님에도, 진로에 도움 된다거나 메달 딴 학생이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식의 외적 요인으로 이 제도를 긍정적으로 판단한다. 현실은 변하지 않았는데, 교사로서 마주해야 하는 교육현장은 '다른 늪' 인양 굴고 있는 이유다.

우선 기능대회의 문제는 여러 가지로 분석되겠지만 나는 기능반 운영의 근본적 원인으로 두 가지로 보고 있다. '메달 경쟁교육'와 '대회 참가자가 고등학생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경쟁교육으로 학생들이 이른 아침에부터 늦은 밤까지 12시간 이상 훈련한다. 신체적 성장과 정신적 성장이 필요한 시기에 쉼 없는 반복노동은 가혹행위와 다르지 않다. 경쟁으로 내몰린 학생들은 불합리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순응하고 있다. 이는 다른 학교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는 심리가 근본 원인이다.

또한 2019년 기준으로 지방기능경기 대회 전체 참가자 4688명 중 4425명(94%), 전국대회는 1847명 중 1387명(75%)이 직업계 학생이다. 농업계의 영농경진대회나 상업계의 상업경진대회와 다르게 국제기능올림픽 출전권이 있는 공업계, 가사계의 기능경기대회가 더 과열되고 있다. 한마디로 직업계고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좀더 넓은 진로를 위해 이 대회를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기능대회는 구조적 모순도 가지고 있다. 애초 기능대회는 숙련노동자의 '기술적 기능 능력을 평가'하는 대회이다. 1964년 이후 중화학공업을 육성정책을 추진해나가던 박정희 정부는 국제기능올림픽 출전을 결정했다. 1966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제15회에 첫 참관인단을 파견했고, 1966년 9월 지방기능경기대회, 11월 제1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이어 1967년 7월 제16회 국제기능올림픽 대회에 9명의 선수를 스페인에 파견했다. 초기에는 국위선양과 한국 상품의 이미지 제고를 통한 수출증대라는 경제적 목적이 강했다. 당시 발족한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한국위원회는 '경제발전과 숙련기술인력양성이라는 과제를 짊어진 시대적 요구'라고 지금까지 밝히고 있다.

그러던 기능경기대회는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기능공들 내부의 치열한 경쟁의 장이 됐다. 기능을 가진 모든 기능공들이 자신의 기술력을 평가받는 자리이기보다 경쟁에서 승리한 기능공을 선별하는 대회였다. 직업계고 학생들에게 대학진학의 기회를 부여했고, 역설적으로 가장 우수한 기능인들이 전공과 무관한 대학진학을 하는 등 탈기능공의 길을 걷게 했다. 2006년 전교조가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도 이는 잘 나타났다. 같은 맥락의 조사를 한 2011년 안민석 의원실, 2012년 유은혜(현 교육부 장관) 의원실에서도 전공과 관련 없는 대학을 진학하는 기능반 학생들의 문제를 지적했다.

1%를 위해 99%가 버려지는 구조

기능대회 참가자는 약 5000명이다. 그러나 실제 우승해서 취업 해택을 받는 학생은 채 50명이 되지 않는다. 1%를 위해 99%의 학생은 버려지는 구조인 셈이다. 전국대회 입상자가 진로에 도움이 된다고 하나, 일반 수업을 빠진 상태에서 대회 준비 과제 작업을 3년간 반복한 학생이 대학교육에 적응할 방안은 없다. 이는 소외되는 시점만 뒤로 밀릴 뿐이다.

그럼에도 숙련기술인 육성이라는 관점에서 기능대회는 40년 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학교 간 경쟁, 학생들 간 경쟁으로 곪아 더는 치료해도 상처가 낫지 않은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한 예로 2018년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등학교 기능반 수업도 안 듣고 밤 10시까지 작업'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수업이 너무 듣고 싶습니다'는 청원을 작성한 서울 지역 학생의 마지막 외침이다. 기능대회 입상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힘든 걸 말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아침 7시부터 훈련을 하는데 하루의 시작과 끝이 모두 훈련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오늘 작업한 내용을 정리하고 분석하고 문제점 파악하고 청소까지 마치면 오후 11시가 됩니다. 대회기간에는 새벽 3시까지 훈련을 하기에 정말 힘듭니다. 이런 고된 훈련 때문에 기능반을 하다가 그만두는 사람도 많습니다."

장시간 기능훈련으로 학생들의 건강권 침해와 수업시간 중 훈련 등 학습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교조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응답 조합원의 65.7%는 기능반 하루 평균 훈련 시간이 6시간 이상이라고 답했으며 오후 8시가 넘어서야 훈련을 마친다는 답변은 86.9%에 달했다. 통상 기능반 학생들이 일반 학생들과 함께 수업에 참여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조합원는 28.8%에 불과했다. 기능반 학생 10명중 7명은 '일부 수업만 참여(30.3%)'하거나 '아예 참여하지 않는(40.9%)' 것으로 나타났다(◦훈련량: 9시간 이상-45명, 12시간 이상-40명 ◦훈련 종료시간: 20시~22시-129명, 22~24시-43명 ◦휴일 훈련 시작: 9시 이후-130명◦학습권: 수업이 참여하지 않는다-81명, 일부 참여-60명).

교내 합숙하면서 10kg이나 빠지기도

기능반 선발은 통상 1학년 1학기부터 한다. 17세부터 22세 사이 참여하는 국제기능올림픽 대회는 2년 주기로 열린다. 그래서 매년 열리는 전국기능경기대회 우수자 2명이 출전권 획득하는 ‘평가전’ 추가로 실시하는 구조이다. 전국기능경기대회 우승자는 세계대회 평가전에 참여권을 획득한다. 결론적으로 세계대회 메달을 목표로 16세(고1)부터 20세까지 4년의 기간을 비슷한 과제를 연습하는 것이다.

직종별 대회 과제와 시간을 차이가 있다. 통상 3일 15시간~20시간 과제이다. 대회 준비과정에서 3일 한 번씩 같은 작업을 수없이 반복하여 작업하면서 대회를 준비한다. 이는 일반 훈련과정과 다르게 느슨한 기능 학습이 아니라 모의고사를 보는 고강도의 집중력과 신체 한계에 도전하는 강도 높은 훈련이다. 이는 숙련기술자가 되기 위한 기능연마보다는 메달을 따기 위한 기계가 되는 것이다. 고 이준서 군이 2020년 지방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교내 합숙을 하면서 몸무게가 10kg이나 빠질 정도로 힘들어했던 이유다.

소집단의 기능반은 학교교육과정에서 동아리활동과 같은 위상을 가지지 않는다. 교육활동의 결과로서 운영되지 않기에 교장을 포함한 관리자들의 관심 대상이지만 외부에 잘 노출되지 않는 매우 패쇄적인 조직이다. 직종별 소수 학생으로 1~3학년이 구성되다 보니 지도교사와 학생, 학생들 간의 권력구조가 매우 명확하다.

한 예로 대회 출전하는 3학년은 작업준비과정을 1~2학년이 해놓으면 과제수행 작업만 하고 쉰다. 심지어 뒷정리는 저학년의 몫이 된다. 타일 직종의 경우 타일을 붙이기 위한 시멘트 벽은 2~3일 한 번씩 세웠다가 부수는 과정이 수없이 반복된다. 이 작업을 저학년이 해주는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폭력의 대물이 일어난다. 교사의 폭력성이 3학년에게 전가되고 다시금 후배에게 가는 것이다. 자기가 후배시절 받았던 고통을 선배가 돼서는 되갚은 하는 현상이다.

전교조 조사에서 훈련일정을 학생 스스로 결정하는 경우는 3.5%(7명)에 불과했다. 학생과 학부모와 상의하여 결정하다고 하지만 결국 지도교사의 의중이 무시할 수 없는 결정구조인 것이다(교사 58명, 교사와 학생, 학부모 67명, 교사와 학생 62명, 교사와 학부모 4명).

고 이준서 군을 계기로 숨어있던 기능대회의 문제점과 학생들이 고통받는 현실도 계속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경쟁이 아닌 평등과 협력을 지향하는 교육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는 죽음의 경쟁 내몰리는 아이들의 현실을 모르쇠하고 있다. 선진 산업국 한국이 육체 기능기술으로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추구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 직업계고 졸업생들의 노동현장은 여전히 저임금 노동착취 구조와 산재 위험에 내몰리고 조건이 변화지 않았다. 기업이 요구하는 유능한 노동력이 되기 위해 열악한 조건을 감내하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갈아 넣고 있다. 멈춰야 한다. 학생들은 기업의 이윤을 위한 미래의 상품이 아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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