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전두환 회고록’ 거짓 주장 낱낱이 밝힌 <안병하 평전> 출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전두환 회고록’ 거짓 주장 낱낱이 밝힌 <안병하 평전> 출간

지은이 이재의 “경찰이 전두환 쿠데타 세력 잔혹한 유혈진압 거부한 찬란한 역사 기록”

지난 2017년 출간한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가면을 쓴 사탄 또는 성직자가 아니다”고 표현해 사자명예훼손죄로 오는 27일 전두환은 광주 재판에 참석해야 한다.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법 법정동 201호에서 열리는 전씨의 재판을 앞두고 시민사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뿐만 아니라 ‘전두환 회고록’의 상당 부분이 “거짓과 왜곡으로 채워져 있다”고 밝히는 <안병하 평전>(이재의 지음)이 출간을 앞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평전에서 밝힌 증언들은 고 안병하 치안감(당시 경무관)이 5·18 당시 광주전남지역 치안 총괄 책임자로서, 항쟁 현장의 상황과 전두환 신군부의 움직임을 경찰 진압작전 보고와 내부 정보망을 통해 속속히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에서 ‘전두환 회고록’이 거짓 주장으로 왜곡돼있음을 밝히고 있음은 물론 5·18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평전을 집필한 작가 이재의는 “전두환 신군부는 당시 광주학살이 안병하 도경국장이 전남경찰의 초기 진압 실패에 따라 시위가 폭동으로 확대된 것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강변하며 “책임을 경찰에 전가하는 시도가 전두환 회고록은 물론 군부가 작성한 각종 기록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덧붙여 이 작가는 고 안병하 치안감의 육필 비망록에 근거해 평전을 집필하면서 “당시 안병하 도경국장이 지휘한 광주전남 경찰은 계엄사의 강경진압을 거부한 시민의 편이었고, 광주 시민들 또한 경찰의 안위를 오히려 걱정하는 등 경찰의 편이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전두환 회고록'은 무자비한 진압으로 시민의 분노를 촉발시킨 7공수여단의 광주진입을 5월 18일 2시 안병하 도경국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평전은 이 내용은 조작된 사실임을 증언하고 있다.

▲<안병하 평전> 표지ⓒ안병하 기념사업회

평전이 인용한 전남경찰국 작성 ‘집단사태 발생 및 조치사항’ 문건에 따르면 경찰이 군에 최초로 병력지원을 요청한 것은 단 두 차례였다. 첫 번째는 5월 18일 2시 경이 아니라 계엄군의 과격한 진압작전으로 시가지 상황이 악화된 다음 날인 19일 오후, 경찰이 격앙된 시위군중에게 포위되면서 긴급히 7공수에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두 번째 요청은 20일 저녁 무렵에 이뤄졌다. 시위대가 시내 전역을 장악하고 도청으로 밀려오는 긴박한 상황이 전개됐기 때문이다. 5·18 시민항쟁 기간을 통틀어 경찰은 그렇게 단 두 차례 군 병력지원을 요청했다. ‘전두환 회고록’은 또한 곳곳에서 공수부대 투입 책임을 안병하 국장에 떠넘기고 있다.

이에 대해 이재의 작가는 “공수부대의 잔혹한 광주학살을 통해 계획된 쿠데타 음모에 따라 정권을 강탈한 진실을 회피하기 위해 전두환은 회고록에서 경찰의 진압 실패 때문에 군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강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평전은 또한 당시 전두환 신군부에 합세한 군 장성들이 이미 정권이라도 잡은 것인 양 국가 위계질서를 무시한 극도의 하극상을 보여줬다고 밝히고 있다. 80년 5월 25일 고 최규하 대통령 서리가 광주를 방문했을 때 일화를 평전은 이렇게 증언하고 있다.

“대통령의 광주방문은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요청해서 이뤄졌다. 도청 진압작전을 앞두고 계엄사가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을 쌓기 위해서였다. 대통령을 수행한 사람들은 계엄사령관 이희성, 내무부장관, 보사부장관, 건설부장관 등이었다…최규하 대통령이 연단에 섰는데 밑에 앉아 있던 하급 장군들이 다리를 꼬고 담배들을 피우고 있었다”

훗날 안병하 국장은 아들 안호재에게 “당시 하급 장군들의 안하 무인격인 그 모습을 보고 정권장악을 획책하는 군부의 쿠데타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평전은 80년 5·18 당시 경찰과 광주시민이 서로를 보호해주려고 노력했음을 밝혀주고 있다.

안병하 국장의 아들 안호재는 “죽음을 눈앞에 둔 아버님이 광주시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못 전하고 떠날 것 같다”며 “거듭 안타까운 심정을 자신에게 고백했다”고 말했다.

5월 21일 오후 경찰이 도청에서 철수를 시작한 당시 상황을 기록한 평전에 따르면 안병하 국장이 아들 안호재에게 마지막 유언인 양 그러한 아쉬움을 토로한 까닭을 잘 알 수 있다.

도청안에 주둔하던 경찰병력 철수는 21일 오후 계엄군의 발포가 시작된 직후부터 이뤄졌다. 계엄군의 발포상황을 지켜보던 안병하 도경국장은 오후 3시경 경찰의 퇴각 결단을 내렸다. 공수부대 저격수가 도청 옥상과 인근 수협과 농협 등 높은 건물 옥상에 올라가 조준사격을 하면서 시위대의 금남로 진입을 차단하고 있었지만 시민들도 총기로 무장한 채 도청을 향해 조여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위대가 나주와 화순경찰서 쪽에서 탈취한 무기를 싣고 광주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보고도 시시각각 들어왔다. 도청 안에는 경찰들이 1,500명 정도, 도청 주변에는 500명 가량 명령을 대기하고 있었다. 경찰들은 불안에 떨고 있었다. 안 국장의 지휘로 이미 무기는 인근 군부대 등으로 이미 옯겨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칫 비무장 상태에서 격앙된 무장시민들을 맞아야 할 국면이었다.

▲<안병하 평전>을 집필한 이재의 작가ⓒ안병하 기념사업회

평전은 당시 철수 상황을 이렇게 증언한다.

“도청에서 경찰이 철수할 때 맨 먼저 나간 사람은 나주경찰서장 김모 총경이었다. 그가 부대를 이끌고 도청 담장을 넘어 가는데 시민들이 다리를 잡아당겼다. ‘시민에게 붙잡혀서 이제 죽는구나’하고 생각하던 순간 곧바로 자신의 판단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다. 경찰복장으로 나가면 위험하다며 자기 집으로 데려가서 민간인 옷으로 갈아 입혀줬다. 김 총경은 무사히 제2집결지인 광주비행장에 갔을 때 혹시 탈출하던 중에 희생자가 있느냐고 물어봤다. 거기에 모인 사람들이 따귀 한대 맞은 사람이 없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평전의 기록에 따르면 당시 광주경찰서 이 모 정보과장도 똑같은 증언을 하고 있다.

“경찰서를 경비하고 있다가 21일 오후 5시경에야 철수했다. 그때 광주경찰서 정문 앞에서 총을 든 시위대들이 포위하고 있었으나 사복으로 갈아입고 빠져나가는 경찰을 도와주었다. 한 사람도 피해를 입지 않았던 것은 당시 경찰과 시민과의 관계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안병화 평전>을 집필한 작가 이재의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 기록물인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2017, 창비)를 소설가 황석영과 함께 공동 집필했다.

작가는 책 표지에 “경찰은 시민을 향해 발포할 수 없다”는 부제를 달았다. 전두환 신군부의 발포 종용을 거부하고 광주시민의 생명을 지킨 고 안병하 치안감의 ‘위민정신’을 기리고자 하는 것이 집필에 나서게 된 근본 동기였음을 밝히는 대목이다.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계엄군은 시민들을 ‘섬멸의 대상’으로 규정했다. 경찰에게도 이를 강요하였다. 그러나 안병하는 대통령 앞에서 경찰은 시민들의 형제, 가족, 이웃도 있을 텐데 어떻게 무기를 사용해 시민들을 진압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밝히며 ‘안병하 정신을 기렸다.

고 안병하 치안감은 80년 5·18 당시 전남도경국장에 재임하면서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신군부의 강경진압 지휘를 거부한 이유로 해직되고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에 고문을 당하는 등 고초를 겪은 후 그 후유증으로 병상 생활을 하다가 1988년 사망했다.

정부는 2017년 11월 안 국장을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1계급 특진 추서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