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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통합당 골든타임은 1년…내 몸 던질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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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통합당 골든타임은 1년…내 몸 던질 각오"

[인터뷰] 조해진 "몰락한 건 보수 아닌 통합당…탄핵 반성에서 출발해야"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비대위' 출범 여부를 놓고 옥신각신하던 지난 23일, 통합당의 한 원외 당선자가 쓴 글이 파장을 일으켰다. 18·19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21대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한 조해진 당선자(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였다.

조 당선자는 글에서 "비대위를 도입하는 것은 당이 정상이 아니라고 자백하는 것"이라며 "자주적 역량이 없어서 식민 통치를 자청하는 것"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개혁과 쇄신의 주역이 돼야 할 국회의원들을 쇄신 무능력자, 정치적 금치산자, 개혁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시작하는 외부 비대위 체제"는 반대라는 것이다.

조 전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여당 원내지도부를 '배신의 정치인'이라고 공격하며 대립각을 세울 때 유승민 원내지도부의 일원(원내수석부대표)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친이(親MB) 직계로 분류됐다.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한다면, 그와 일정 부분 정치적 이해관계를 공유할 것으로 예측됐기에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그의 반대는 의외라는 평가가 많았다. 김종인 비대위가 가장 먼저 겨냥할 대상은 '태극기 부대' 등 강성 보수세력과 옛 친박계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기 때문.

2014~15 연간 여러 시민단체와 언론이 내놓은 의정활동 평가에서 상위권에 들었고, 백봉신사상을 수상했던 조 당선자는 왜 거친 표현을 동원해 가며 김종인 비대위에 반대 목소리를 낸 걸까. 조 전 의원이 입장문을 낸 다음날인 24일, 여의도 인근에서 그를 만나 물었다.

"일상적 체제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비대위를 만드는 것은 정말 불가피한 경우, 일상적 지도체제를 구성할 때까지 불가피한 1~2달에 그쳐야 한다. 우리가 당연히 가져야 할 인식과 같은 인식을 가졌다고 해서 김종인 위원장의 도움을 굳이 받을 필요는 없다."

'보수의 몰락'이라는 진단까지 나오는 판에 너무 한가한 답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조 당선자는 '보수 몰락'이라는 말 자체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총선 패배는) 보수진영·보수주의의 실패가 아니고, 보수를 대표한다고 하는 통합당과 통합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실패일 뿐"이라며 "보수진영은 여전히 튼튼하다"고 주장했다.

"지금이라도 보수진영을 제대로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을 제대로 발탁해서 대표선수다운 사람을 뽑아야 한다"면서 차기 당 지도부 선거에 도전할 뜻을 밝혔다. 그는 '개혁보수 그룹을 대표해서 차기 당권을 잡겠다고 선언한 사람이 없지 않느냐'는 지적에 "그런 게 없으니까 비대위 얘기가 자꾸 나오는 것"이라고 수긍하면서도 "나올 분이 있을 수도 있고, 나와야 한다. 나도 원내지도부 선거든 당 대표 선거든 반드시 출마할 예정"이라고 했다.

조 전 의원은 특히 보수정당 재건의 출발점은 탄핵에 대한 반성이 돼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가져오게 된 공동 책임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권력이 민심과 멀어지게 만든 것, 국민이 실망하고 분노하게 만든 것에 대한 복기와 집단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당이 하나도 안 바뀌었다"며 "4년 전 (총선에서) 심판을 받았는데, 그 때 당이 바뀌었다면 탄핵도 안 당했다고 본다. 그런데 바뀌지 않으니까 탄핵도 당하고, 탄핵을 당하고도 안 바뀌니 대선에서도 지방선거에서도 패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국회의원) 임기는 당을 재건하고, 문재인 정부보다 더 나은 정부를 만드는 데 제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며 "1년 안에 당이 바뀌지 못하면 대선에서 의미있는 도전을 할 기회가 없다. 1년이 골든 타임"이라고 절박감을 호소했다.

다음은 조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조해진 전 의원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몰락한 건 '보수' 아닌 보수정당…당헌에 '비대위'가 있는 게 말이 되나"

프레시안 : 페이스북에 쓴 글이 당 안팎에서 화제가 됐다. 그 취지부터 여쭙지 않을 수 없다. '김종인 비대위'에 왜 반대하나?

조해진 : 저는 우선 비대위 자체에 반대다. 특히 외부(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는 더 그렇다. 일상적 체제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게 정도이다. 비대위를 만드는 것은 정말 불가피한 경우, 누가 봐도 일상적 지도체제를 구성할 때까지 불가피하게 한두 달 비대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만 해야 한다. 지난번 당헌당규를 개정할 때 당헌당규 안에 '비대위'를 (명문 규정으로) 집어넣었지 않나? 그건 말이 안 되는 거다. 빼는 게 맞다. 꼭 비대위를 해야 한다면 우리 당 안에서, 현역 의원이 아니더라도 당원들 가운데 개혁 의지와 열정이 강한 사람, 비전 있는 사람이 비대위원을 하면 된다.

프레시안 : 비대위 구성안은 결국 총선 참패 수습책으로 나온 것이고, '외부 비대위' 주장은 당 내부의 패인을 교정하기 위해 외부 인사를 불러오자는 차원인 것으로 이해된다. 조 전 의원은 총선 참패의 근본 원인이 어디 있다고 보나?

조해진 : 지난 4년 동안 당이 하나도 안 바뀐 것이다. 4년 전에 (2016년 총선에서) 심판을 받지 않았나? 국민들이 거부감과 불신을 드러냈다. '이 당에 문제가 있다', '이 당은 싫다. 신뢰할 수 없다', '이대로 가면 당신들 지지하지 못 한다'는 것을 그때 이미 보여줬다. 그러면 그 때 고쳤어야지. 고친다고 한 것이 겨우 비대위 3번 한 것인데, 결국 하나도 안 바뀌었다. 그래서 탄핵도 당한 것이다. 그 때 당이 바뀌었다면, 20대 총선 직후에 당이 환골탈태했다면 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도 안 당했다고 본다. 조기 대선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안 바뀌니까 탄핵을 당하고, 탄핵을 당하고도 또 안 바뀌었다. 유사 이래 처음 있는 대충격을 받아도 당이 안 바뀌었다.

프레시안 : 총선 패배가 탄핵과 같은 원인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는 것인가?

조해진 : 구조적으로 같은 것이다. 심판을 당했는데도 안 바뀌니까 탄핵을 당한 것이고, 탄핵당해도 안 바뀌니까 또 심판을 받는 것이다. 대선에도 패배했고, 지방선거에서도 비참하게 심판을 받았는데 이번 총선 때까지도 안 바뀌니까 또 똑같은 심판을 받은 것이다.

프레시안 : 총선 패인을 놓고 당 내에서 분석이 엇갈린다. 황교안 전 대표는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했다'며 통합·단합에서의 문제를 지적했다. 반면 유승민 의원 등 '개혁 보수' 그룹은 변화·혁신 부족을 지적한다. 그런데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의 언행을 보면, 조 전 의원이 반대하는 '외부 인사'이기는 하지만 과거 여당 시절의 과오와 단절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조 전 의원이나 '개혁 보수' 그룹과 상당히 비슷한 것 같은데?

조해진 : 그것은 우리와 생각이 같다면 같을 수 있지. 그런데 그건 우리가 당연히 가져야 할 인식이다. 그 인식을 갖기 위해 굳이 그 분의 도움을 받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

프레시안 : 과거 정부와의 단절, 이른바 '탄핵의 강'을 건너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홍준표 대표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미 당에서 제명됐다. 하지만 탄핵 불복을 외치는 강경보수 유튜버 등이 여전히 당 언저리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옛 친박계도 상당수 남아 있지 않은가.

조해진 : '박근혜 탄핵'을 가져오게 된 공동책임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건 계파를 가릴 것이 아니다. 친박이든 비박이든 우리는 당시 집권당 국회의원들이었고 국정 운영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대통령이 국민의 뜻에 부합해서 잘 하도록 같이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었기 때문에, 계파를 구분할 것 없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물론 책임의 무게는 조금씩 다를 수 있겠다. 대통령 가까이 있었던 사람이냐 멀리 있었던 사람이냐, 당과 정부에서 중책을 차지했던 사람이냐 별 역할을 못 했던 사람이냐에 따라 책임과 무게가 다를 수 있겠지만 공동책임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같다. 물론 저도 포함된다. 저도 원내수석부대표를 하면서 좀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하고 후회되는 부분이 있다. 대통령이 제일 책임이 크겠지만 공동 책임이라는 것이다.

각자가 '나는 그때 무엇을 잘못했던가' 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직을 걸고 고언을 못한 게 잘못일 수도 있고, 대통령의 권력에 편승해 호가호위를 한 게 잘못일 수도 있고, 국민들의 목소리로부터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게 잘못일 수도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한 잘못으로 인해 권력이 민심과 멀어지게 만든 책임, 국민이 실망하고 분노하게 만든 책임에 대한 복기부터 있어야 하고 집단 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게 제대로 이뤄지면 '네 책임이다', '나는 잘못 없다', '너희들이 물러가라' (당 내에서) 이런 말은 안 나올 것 같다.

프레시안 : 그렇게 모두가 집단 반성을 해야 할 공동의 책임, 그게 구체적으로 뭔가? 2016년 총선에서부터 탄핵, 대선, 지방선거, 이번 총선에 이르기까지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한 그 문제점이 뭐라고 보나?

조해진 : 무엇보다 신뢰다. 원론적인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치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애국심이 있어야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사랑하고, 그들의 삶을 관심있게 살펴보고, 특히 어려운 사람을 깊이 바라보고 보살펴 주고 도와 주는 일이 정치의 기본이다. 우리가 그 부분에서 국민에게 믿음을 얻지 못한 게 기본 원인이다.

'애국'이라는 말을 보수 쪽이 더 많이 쓰기도 하고, 국민은 특히 보수에 대해서 '정말 나라를 위해서 헌신하고 있나', '국민을 사랑하고 걱정하고 노력하고 있나' 이 부분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기득권자들이 모인 집단', '출세를 좇는 사람들이 모인 곳', '성공의 가치를 지향하는 인생들이 모여 있는 곳', '자기 잘 되는 게 제일 중요하고 그래서 자기 이익이 걸리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사람들', '그래서 싸우고 갈라서기도 하고, 국민·나라의 이익과 배치되는 선택도 자기나 당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하는 사람들'로 인식한다. 그게 제일 근본 문제다.

또 국민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려운 국민들이 어떻게 힘들게 지내고 있는지 끊임없이 바닥을 보고 소통하고 그 사람들의 아픔에 대해서 들어야 한다. 그걸 우리가 한 단어로 '소통'이라고 하지 않느냐. 그런 노력을 잘 안 했다. 바닥에 내려가는 노력, 듣는 노력, 살펴보고 공감하고 문제를 공유하고 고심해서 대책을 만들어 내는 노력을 소홀히 했다.

마지막으로, 그래도 보수가 내세울 만한 게 실력, 문제 해결 능력이었다. 나라를 발전시킬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할 집단이고 컨텐츠가 있는 집단이었다. 조금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고 그럴지 몰라도, 그런 부분은 보수가 낫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그게 지난 10년 동안 다 무너졌다. 실력도 컨텐츠도 못 보였줬다. 그러니 우리가 설 땅이 없어지는 것이다.

▲조해진 전 의원은 미래통합당의 21대 총선 패배에 대해 "보수 진영의 패배가 아닌 보수 정당의 패배"라고 주장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비슷한 분석이 총선 후 여기저기서 나온 바 있다. 이른바 '보수의 몰락', '보수 궤멸'이라는 진단에 동의하나?

조해진 : 보수의 몰락이냐 하는 부분에 대해 저는 다르게 생각한다. 탄핵당하고, 대선 지고, 지방선거 지고, 이번 총선까지 진 것은 심판받은 게 사실인데, 그건 '보수 진영'이 심판받은 게 아니다. 보수진영의 패배, 몰락도 아니다.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보수 정치세력의 실패다. 대한민국 보수주의나 보수 세력의 실패가 아니고, 그들을 대표한다고 하는 보수 정치세력, 정치집단, 정당, 즉 통합당의 실패이고 통합당 국회의원들의 실패인 것이다. 심판받은 것은 그 사람들이다. 저는 여전히 '보수진영'은 튼튼하다고 본다. 도덕적이고, 컨텐츠가 있고, 전문성과 실력이 있고, 애국적이라고 본다. 문제는 그 대표 선수들인 보수 정치세력이 건강하지 못하고, 실력도 없고, 도덕적으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계속 진 것이다.

왜 이런 괴리가 생겼느냐. 대표 선수를 뽑는 선발 과정이 잘못됐다. 보수 진영에 다양한 문제 해결 능력, 열정, 미래 비전이 있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데, 이 사람들 중 대표성 있는 사람들을 뽑는 게 공천, 특히 국회의원 공천 아니냐. 그런데 몇 차례 '계파 공천'을 하는 바람에 할 때마다 더 나빠졌다. 지금이라도 보수 진영을 제대로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로 해야 한다. 애국적이고 실력 있는 사람들을 제대로 발탁하는 게 총선 승패의 관건인데, 몇 차례 계파 공천을 하면서 전체적·포괄적 의미에서 경쟁력이 취약한 보수정당이 됐다. 그러니 국민의 뜻도 못 살피고, 문제가 생겨도 극복을 못하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나는 보수 진영 전체로 보면 희망이 있다고 본다. 그것을 어떻게 응집해 내느냐가 문제다. 자기가 배지 달았다고 성취감에 우쭐댈 게 아니라 '나는 보수 진영의 대표로 파견된 사람이다. 밖의 사람들의 이상·꿈·비전·전문성을 내가 다 수렴해서 의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 즉 스스로 임무를 띄고 파견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정치인이 보수 진영 전체의) 네트워크의 역할을 해야 한다. '나는 경쟁을 뚫고 이겨서 고지에 올랐다'고 생각하고 뒤에 있는 많은 보수 진영 전체와 국민을 잊고 행동하면 과거와 똑같아진다.

프레시안 : 총선 패배 후 당에서는 이런 패인 분석과 대안에 대한 토론이 아니라 '김종인 비대위가 된다, 안 된다'는 논쟁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누가 나서서 '지금까지 당을 끌어온 방식으로는 안 된다. 이번에는 내가 다르게 해 볼테니 당권 한 번 맡겨 달라'고 속시원하게 말을 한 번 해야 하지 않겠나? 그간 통합당을 이끈 것이 황교안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그룹이라면, 야당 내 야당 역할을 했던 이들이 나설 때가 아닌가?

조해진 : 모르겠다. 좀더 지켜봐야 한다. 나올 분이 있을 수도 있고, 저는 좀 나와야 한다고 본다. 그런 게 없으니까 자꾸 비대위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프레시안 : 조 당선자도 이번 총선에서 3선 고지에 올랐는데, 원내대표 등 당직에 도전해 볼 생각 없나?

조해진 : 나는 원내지도부나 당 지도부 둘 중의 하나는 반드시 출마할 예정이다. 가급적이면 지도부 안에 들어가려 한다. 저의 이번 4년 임기는 당을 재건하고 문재인 정부보다 더 나은 정부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내는 데 모든 것을 다 바치기로 결심했다. 특히 대선까지 이 모든 것을 2년 안에 이뤄내야 한다. 첫 1년 안에 당의 환골탈태를 이뤄야 한다. 국민 신임을 얻는 것은 처음 1년 안에 승패가 결정된다. 1년 안에 당이 바뀌고 신임을 회복하지 못하면 나머지 1년 동안 대선에서 책임있게 도전할 기회가 없다.

그래서 자체적 골든타임이 1년이다. 1년 동안 당을 변화시키고, 국민의 기대를 모으고, 국민이 희망을 갖게 하고, 새로운 믿음·신뢰를 얻는 데에 제 몸을 던질 각오가 돼 있고, 기왕이면 지도부 안에서 그 일을 하고 싶다. 안 되더라도 제가 있는 위치에서 모든 것을 다 걸고 헌신적으로 할 것이다.

프레시안 : 앞으로 1년간 당을 환골탈태시킬 방안이 준비돼 있나?

조해진 : 저를 포함해서 총선 당선인들이 국민들 앞에 섰다고 생각해 보자. 국민들이 우리한테 제일 먼저 뭘 물어볼까. '너희들 정말 나라 사랑하나?' , '국민 위해서 정치하는 것 맞나?' 이렇게 양심적으로 정직하게 성찰해 보라고 하지 않겠나. 그 질문에 대한 개인적·집단적 성찰 과정이 반드시 한 번 있어야 한다. 그런 사명이 없으면 국회의원 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사명이 없으면 이 직업은 힘들기만 하지 보람이 없다. 옛날에는 대우도 받고 돈도 모을 수 있고 권력도 있고 할 만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그런 거 없다. 나라 위해 일하는 보람이 없으면 계속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첫 단계에서 보수정당의 일원으로서의 자기 성찰, 자기 검증을 해 보는 과정이 있었으면 한다.

다음으로 늘 우리가 외치는 게 국민 통합이지만, 표의 논리로 편가르는 인식이 있었다. 우리 편이냐 남의 편이냐, 표가 되는 쪽이냐 안 되는쪽이냐 가르는 것부터 허물어야 한다. 우리에게 배타적인 지역과 계층, 세대도 다 끌어안는 마음가짐을 모토로 하고, 언행에서 그것을 실천해 보여야 한다. 진정한 국민 통합을 지향하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 다음에는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보수는 그래도 컨텐츠가 있다', '실력이 있다' '대안 있는 집단이다' 라는 것을 다시 보여줘야 한다. 그 믿음이 다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안마다 '문재인 정권이 잘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데, 그런 비판 안 해도 잘못하고 있는 것은 국민들이 다 안다. 그 하나하나에 대해 우리가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조해진 전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영남 민심이라고 다 옳은 건 아니다.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프레시안 : 총선 이후 통합당이 사실상 영남에 갇힌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이른바 영남 지역주의 정당이 됐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나.

조해진 : 호남이나 영남이나 마찬가지인데, 지역주의가 강하다고 하지만 어느 지역이든 (정치인이) 정말 잘 하고 내가 인정할 만하고 지지할 만한데 '남의 당'이라고 해서 안 찍어주는 국민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고주의 심리가 프리미엄이나 '플러스 알파'로 작용하긴 하지만, (인물이) 진짜 엉망진창이고 전혀 아닌데 뽑아주는 것은 영호남 다 아니라고 본다.

영남의 경우, 통합당이 오랫동안 동고동락해온 당이라는 프리미엄은 있다. 하지만 제대로 안 할 때도 무조건 찍어주는 건 아니다. 지난 지방선거 때 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다 민주당 찍어줬다. 울산은 구청장도 다 저쪽 당 줬고 부산도 대부분 구청장이 민주당이다. 동고동락해온 정당이라도 말 안 되는 행동을 하면 심판하는 게 영남 사람들이다. 우리가 어떻게 잘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영남에서는, 같은 값이면 통합당이 잘하면 민주당이 잘할 때보다 더 크게 박수쳐 줄 준비가 돼 있다. 그리고 그 정도로 잘 하면 호남에서도 희망이 있다고 본다. 당장 바뀌지는 않더라도.

프레시안 : 그러나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는 이른바 '조국 사태' 등 구체적 현안을 놓고 수도권 민심과 온도차가 분명히 있다. 통합당이 현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할 때, 수도권 민심과 영남 민심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조해진 : 영남 민심이라고 다 옳은 건 아니다. 올곧고, 바르고, 다른 지역에서 봐도 인정할 만한 민심은 당연히 존중하고 받들어 나가야 한다. 그렇지만 약간 지역주의적 성격을 보인다든지, 민심 가운데도 어느 시기에는 이렇게(특정 방향으로) 생각하다가 그 민심의 방향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그건 민심 스스로가 시정하고 교정을 하는 것이다. '그 때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아닌 것 같다'고 바뀌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는 우리도 무조건 추종을 하지 말고, 민심이 어떻게 가는지 지켜보고, 또 민심을 바른 방향으로 끌고가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그게 책임있는 정당의 역할이고, 우리를 지지해준 지역 주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보수 혁신 또는 재건 방안에 있어서도 당 내에서 방향이 갈린다. 태극기 부대로 대표되는 우리공화당 등 강경보수 세력까지 끌어안아서 더 크게 통합을 했어야 총선에서 이겼을 것이라는 주장, 반대로 그들과 빨리 손을 끊었어야 한다는 주장이 모두 있다.

조해진 : 끌어안는 건 당연히 끌어안아야 한다. 우리와 성향이 반대되는 유권자층도 끌어안아야 하는 판인데, 그 쪽은 우리하고 일정 부분 공감대와 공통분모가 있는 분들이지 않나. 당연히 안아야 하는데, 다만 당을 운영하는 노선과 정책에 있어서는 그 쪽 노선을 그대로 추종할 수는 없다.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은 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서로 진지한 논의를 거쳐서 새로 수렴하든지, 정 안 되면 그 쪽은 그 쪽대로 대변하는 층이 있다면 그들을 대변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게 주류가 될 수는 없다. 주류는 딱 우리가 쥐고 끌고 가야 한다.

프레시안 : 조 전 의원이 18대 국회 당시에는 친이계, 특히 MB 직계로 꼽혔는데, 19대 국회 때는 유승민 원내지도부에 속해 있었다고 유승민계로 불리기도 했다. 유 의원이 대표하는 이른바 '개혁 보수' 노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조해진 :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동조하고 공감한다. 각론에 들어가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우리 당이 그 노선을 상당 부분 잡고 가야 된다고 본다. 다만 총선 후에 무슨 유승민계 약진이다, 친이계 약진이다 하는데, 그래서 모이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오히려 조심스러워서 안 모이고 있다. 저는 제 정치를 하는 것이고, 제 유일한 계보는 평생 하나만 한다고 하면 MB계다. (하지만) 유승민 선배의 철학과 노선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보수에 있어서는 그렇다.

프레시안 : 앞에서 잠시 언급이 나왔는데, 공천 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그간 많은 논의가 있었다. 예컨대 김무성 의원은 당 대표 시절부터 오픈 프라이머리를 주장해오고 있고, 반면 최근 김형오 공천관리위가 내세운 '개혁 공천'도 초반에는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보수의 몰락'이 아니라 보수 자체는 건강한데 공천이 문제인 것이라면, 그 해결책은 뭔가?

조해진 : '오픈 프라이머리가 좋다', '중앙당 공관위에서 하는 게 좋다'라고 구체적 방법을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느냐에 따라 장점이 단점이 되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실력 있고, 문제 해결 능력이 있고, 미래 비전이 있고, 특히 보수 정당이 지향하는 서민들의 아픔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과 민심과 소통할수 있는 공감 지수가 높은 사람들을 뽑는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어떤 방식으로 하든 그에 맞는 방식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프레시안 : 21대 총선 직후부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조해진 :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 연동형 비례제는 없애야 하고, 개정 전 상태로 돌아가는 게 기본이다. 그 상태에서 지역주의 완화나 사표 방지, 소수정당 활로를 열어주는 목적을 위해 필요한 다른 대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 그 동안 나온 대안은 중대선거구제 방식 등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실패니까 빨리 개정하고 원래의 선거법에서 추가로 어떤 방향으로 개선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구름이 모두 걷혔다"

프레시안 : 2016년 당시 '이한구 공천관리위'에 의해 낙천했는데, 4년 만에 국회에 돌아온 소회는?

조해진 : 사실 4년 전에는 3선에 도전하면서도 회의가 많았다. 내가 왜 정치를 하는가? 정치를 계속할 이유가 있는가? 3선에 들어가서 내가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원외에 있던) 4년 동안에 그게 다 정리가 됐다. 내가 왜 정치를 하는지 분명해졌고, 국회에 들어가서 뭘 할지도 분명해졌다. 구름은 다 걷혔다. 사실 4년 전 낙천 발표 직후에는 오히려 가벼운 실망 후 무거운 짐이 어깨에서 내려지는 기분이더라.

프레시안 : 이한구 전 위원장은 이제 국회에 없지만, 그래도 의총장에서 친박 의원들과 마주치면 불편하지 않겠나?

조해진 : 불편함 하나도 없다. 저는 계파 의식도 별로 없다. 지역주의가 문제인 게, 자기 지역 사랑하는 건 문제가 아닌데 남의 지역을 미워하는 게 문제 아니냐. 계파도 마찬가지로 남의 계파를 미워하는 게 문제인데, 저는 우리 지역 사랑하지만 남의 지역도 사랑하고, 우리 계파 친이계 좋아하지만 아닌 사람도 좋아한다. 지난 번에 공천에서 컷오프된 것도 첫째로 제 책임도 일정 부분 있고, 둘째, 결과론적으로 잘 됐다는 생각이다. 당시의 깊은 회의를 극복 못 하고, 정리하지 못하고 바로 3선이 됐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지난 4년이 저한텐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3선으로 그냥 들어갔으면 괴로운 4년이 됐을 수 있고, 그걸로 정치를 그만뒀을 수도 있다.

프레시안 : 19대 국회 당시 의정활동 평가가 대단히 우수했는데, 최근 관심 정책 분야는? 상임위 배정은 어디를 희망하나?

조해진 : 저희 지역이 농림(산업) 지역인데 18·19대 때 농해수위를 못 했다. 18대 때는 MB 직계라고 4대강·노동개혁 다루는 환노위에 차출됐고 19대 때는 공보비서 오래했다고 미방위(현 과방위)에 보내더라. 이번에는 우리 지역 주민들 염원이고 바람이니까 농림과 관계있는 쪽 상임위로 가고 싶다. 또 원전(핵발전) 사업을 빨리 다시 재개하는 것이 됐으면 좋겠다. 탈원전(탈핵) 때문에 우리 지역구인 밀양, 함안, 의령까지 영향을 받았고 타격이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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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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