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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현금 주고 '기부 유도'?...재난기본소득은 복지 아닌 경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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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현금 주고 '기부 유도'?...재난기본소득은 복지 아닌 경제 정책

수원시 현금 지급 '고집'에 혼선...재난기본소득은 '현금 복지'가 아니다

재난기본소득과 관련해 수원시의 행정이 경기도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경기도는 재난기본소득을 복지정책이 아닌 경제 정책으로 접근했지만, 수원시는 이를 '복지' 행정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경기도의 지역화폐 지급 방침에서 일탈해 수원시는 현금 지급을 고수하고 있는데다, 심지어 '기본소득 기부' 캠페인을 벌이는 재난기본소득 개념을 호도하는 중구난방 행정으로 혼선을 주고 있다.

22일 경기도, 수원시 등에 따르면 수원시는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유일하게 지역 화폐가 아니라 현금 지급을 고집한다. 이른바 '수원시형 재난기본소득'이다. 일부 언론은 '현금 지급'이 인기가 좋아 신청 10일만에 전체 시민의 64%가 접수를 완료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현장의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구별 지급으로 혼잡이 예상된 상황을 피한 경기도와 달리, 수원시에는 기본소득을 지급받고자 하는 시민들이 일시에 몰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기도 관계자는 "수원시의 현금 지급 행정과 관련한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수원시는 처음 4월 신청자에 현금을 지급하고, 5월 신청자에 지역 화폐를 지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를 갑자기 현금과 지역화폐를 선택할 수 있도록 바꿨다. 이 역시 많은 시민들에게 혼선을 줬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경기도와 수원시의 '재난기본소득 접근 방식'이 달랐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국시군구협의회 회장인 염태영 수원시장은 '현금성 복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염 시장은 이 협의회의 '복지대타협위원장'을 맡아 지난해 10월 토론회에서 "기초정부 현금성 복지정책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중앙정부 사업에 매칭되는 비용이 기초정부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지역 경제가 얼어붙으며 기본소득 지급이 이슈로 떠오르자 입장을 바꿔 "재정이 넉넉지 않은 상황이지만, 시민 안전과 생계 보전이 최우선이라는 판단"이라며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침을 결정했다. 하지만 문제는 수원시가 여전히 이를 '복지' 개념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이는 재난기본소득의 기본 목적인 '경제 활성화'와 결을 달리 한다. 대한민국에서 국가와 지방정부에 세금을 내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사용 시한이 정해져 있는 지역 화폐를 지급해 지역 경제, 나아가 국가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것이 재난기본소득의 취지다. 그러나 염 시장은 이를 "생계 보전"을 위한 것으로 접근한다. 재난기본소득 집행 '복지' 행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경기 수원시는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재난기본소득을 기부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9일 밝혔다. 시청과 모금회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기부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본소득 받아 기부하자? 황당 캠페인까지

경기도가 일찌감치 사용 기한이 정해져 있는 '지역 화폐' 지급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둔 것과 달리 수원시는 '현금 지급'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현금을 지급하면 저축을 하거나 지역 경제와 상관 없는 곳에 사용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경기도가 재난기본소득으로 지급한 지역화폐의 '현금할인매매'(깡)에 대해 끝까지 추적해 지급액을 환수하고, 즉각 고발 조치키로 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한 것도 '현금 살포'의 경우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수원시는 나아가 현금으로 지불된 재난기본소득을 기부하자는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 수원시와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9일부터 ‘재난기본소득’을 기부하는 ‘사랑의 열매와 함께 극복 수원’ 나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각 동행정복지센터에 모금함까지 두고 있다. 기본소득을 지급받아 이를 모금함에 넣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역시 '기본소득'의 개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처사다. 기부된 현금은 지역 소상공인에게 돌아가기보단 특정 목적의 용처에 돈이 묶이게 된다.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와는 거리가 멀다. 지자체가 현금을 지급하고 이를 기부하도록 유도하는 것 차제가 행정을 왜곡시키는 행위일 수 있다. 이런 방식이라면 정부의 방침처럼 행정력을 동원해 하위소득 가구를 가려내는 것과 다를 게 무엇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수원시와 경기도의 행정은 재난기본소득을 복지로 바라보느냐, 경제 정책으로 바라보느냐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어떤 접근이 더 옳았을지, 경제 효과는 머지않은 시일 내에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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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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