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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완치됐는데 수술 했단 이유로 사실상 해고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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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완치됐는데 수술 했단 이유로 사실상 해고당했습니다"

청소노동자와 함께하는 학생들 "성공회대가 원청으로서 책임 다해야"

지난 달 1일 성공회대의 청소 노동자 이 모 씨가 촉탁 계약을 거부당했다. 초기 방광암이 발견돼 20여 분 걸리는 수술을 받았다는 이유였다. 단체협약에는 65세 정년이 지난 뒤 "건강상 업무 수행에 문제가 없으면 1년 단위 촉탁 계약을 진행하며 최대 3회까지 연장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씨는 해당 수술로 완치됐다.

이 씨는 건강 문제와 관련해 '청소 업무를 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의사 소견서를 제출했지만 소용없었다. 이 씨는 현재 부당해고 진정을 제기 중이다.

성공회대 청소 노동자들이 위와 같은 일을 증언하며 학교와 업체에 이 씨의 원직복직과 현장 소장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청소 노동자와 이들을 지지하는 학생들은 지난 3월 2일부터 두 달여 간 학교 항의방문, 중식 집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성공회대 청소 노동자가 소속된 용역업체 '푸른환경코리아'는 이 씨의 복직과 관련해 '6개월 촉탁 계약을 하자'는 입장이다. 푸른환경코리아 관계자는 20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건강이 좋지 않으니 6개월 촉탁 계약을 하고 건강평가와 직무평가를 통과하면 계약을 연장하자고 제안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6개월 연장' 안은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건 성공회대노동자문제해결을위한학생모임'가시' 대표는 "회사가 이야기하는 직무평가는 단체협약에도 노사합의에도 없는 제도"라며 "해당 조합원의 건강에 대해서는 업무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의사 소견서도 있는데 노사 간 약속인 단체협약에 적힌 1년 계약을 못 지키겠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직무평가자는 청소 노동자를 관리하는 현장 소장이다. 소장이 평소 '이 년', '저 년' 등 막말을 하고 청소 노동자에게 '갑질'을 한다는 증언이 나온다.

"한 번은 현장 소장이 우산을 들고 왔다. 변기를 탁탁 내리치며 "청소를 이 따위로 하느냐"고 지적했다. 화장실 청소에 필요하니 물걸레 밀대를 달라고 요청했다.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밀대를 사서 써야 했다. 현장 소장 앞에서 락스를 마시면 소장의 '갑질'과 '차별'이 멈출까 생각하기도 했다." (청소 노동자 A씨)

"동료가 도서관에 의자를 놓고 책장의 높은 곳을 닦던 중 떨어져 다쳤다. 소식을 듣고 소장에게 알렸다. 소장이 'X신 같은 것들만 다친다'고 했다." (청소 노동자 C씨)

청소 노동자들이 더 견딜 수 없는 건 소장이 일부 노동자에게만 이같이 행동한다는 점이었다. 주로 특정 노동조합에 소속된 이들, 소장의 지적에 대꾸하지 못하는 이들이 폭언 대상이라는 것이 청소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현재 청소 노동자들은 소장 교체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해당 소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민원을 듣고 미화원을 지도하는 과정의 일들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며 "우산으로 변기를 내리친 적은 없고 청소용품은 학교에서 나오지 않아서 없어서 못 줬다"고 반박했다. 청소노동자가 다친 사건에 대해서는 "안전에 대해 얼마 전에 다 교육했는데 '바보처럼 왜 다쳤냐'는 말은 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평소의 막말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에게는 그런 적이 없고 청소에 대한 민원이 들어와 이를 지적하니 먼 산을 보며 허허 웃는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에게 뭐라고 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소장에 대해서는 학교, 노동자, 회사가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논의 중이다. 학생자치단체인 성공회대 인권위원회의 이훈 위원장은 "노동자와 학생들이 '노동 문제와 관련해 전문성을 갖춘 교수님들을 중심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자'고 학교에 제안했다"고 전했다.

▲ '막말' 현장소장 교체와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성공회대에서 선전을 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들. ⓒ성공회대청소노동자문제해결을위한학생모임'가시'

원청인 성공회대가 청소 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 직접 책임져야

청소노동자와 용역업체 간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청인 성공회대는 '노동자와 용역업체 간 만남과 대화를 주선하고는 있지만 당사자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성공회대 관계자는 "학교는 푸른환경코리아에 용역계약에 따른 용역서비스를 제대로 이행할 것을 요구할 권리만 갖고 있을 뿐, 용역업체 노사관계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해고 중인 이 씨나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소장에 대한 인사권은 학교가 아닌 용역업체에 있기 때문에 노사 간 대화 중재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강건 대표는 "학교가 원청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청소 노동자는 성공회대에서 일하고 있고, 하청업체와 계약한 곳은 성공회대인데 정작 하청업체에 문제가 생기자 원청인 성공회대가 당사자가 아니라며 문제를 외면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학교가 청소 노동자를 직접고용해 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책임지고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종강 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지금 같은 갈등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총무처장님과 총장님이 직접 찾아온 적이 있었다"며 "당시 청소 노동자의 직접고용에 대한 장기적 논의를 하기 위한 TF를 만드는 계기로 삼는 것은 어떻겠냐는 건의를 드렸고 확실한 결론은 못 내렸지만 좋은 방향이라고 공감하셨다"고 전했다.

하 교수는 "성공회대는 평화와 인권의 대학이고 진보적인 대학이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그런(청소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는) 방향에 대한 내부적인 고민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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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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