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제40회 장애인의 날을 맞은 20일,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교훈 삼아, 재난이 닥칠 때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불평등하게 더 큰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시스템을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정책적 노력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함께 깊게 고민해야 할 문제는 바로 ‘베리어 프리’ (barrier free),
다시 말해 장애인, 고령자 등 신체적 약자들이 도시공간에서 장애물이 없이 자유로운 이동과 생활환경을 조성하자는 운동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다.
이번 21대 총선에서도 모든 후보들은 한 목소리로 ‘모두가 잘 살고 누릴 수 있는 복지국가’를 얘기하기는 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이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국민으로서 차별 없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대한민국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총선 후보들의 공약에서도 마찬가지로 장애인을 비롯해 고령자와 신체적 약자를 위한 공약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4.15총선 후보들의 공약을 돌이켜보면 산과 바다에 터널을 뚫고 ‘시청사,도청사’를 이전하는 등의 토건개발공사 공약이 ‘대표공약’이며 ‘주요공약’였다.
또,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예산 규모가 무려 1조 원을 넘는 규모의 사업을 제시하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현혹시키려고 갖은 노력을 펼쳤다.
지난 2월 중순, 정의당 장애인위원회가 전북도의회를 찾아 정책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국가관광거점도시'로 지정된 전북 전주에 장애인 이동에 모든 편의를 갖춘 ‘유니버설 디자인 여행도시 인프라 구축’등 11대 장애인정책을 발표했다.
정의당 장애인위원회 박종균 위원장은 “체류형 관광거점도시로 지정된 전주를 모든 장애인들이 장애를 못 느끼게 할 정도의 ‘이동권’이 보장되는 모범사례지역으로 조성하겠다”는 것 이었다.
또, 해마다 1000만 관광객이 찾는 “전주한옥마을과 경기전 등 유명 관광지를 ‘보완대체의사소통 마을’(AAC마을:AAC,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로 조성해 장애인들이 모든 관광지에서 의사소통과 정보접근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국내에서 유니버설디자인 개념이 적용돼 조성된 도시는 세종시가 유일하다며 모든 도시가 세종시처럼 장애인과 노약자의 이동에 불편이 없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실현되지 못해 4년 내내 정쟁의 대상으로만 다뤄지다가 또 재탕된 공약이나, 개념도 정리되지 않은 내놓는 뜬구름잡기식 지역개발 공약이 판을 쳤다.
이같은 선거판에서 정의당 장애인위원회가 제시한 공약은 어느 누가 보나 참신하면서 모두가 함께 사는 사회로 가는 공약 1순위로 손꼽혔다.
그러나,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전북에서 한 석도 얻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당이 총선을 앞두고 제시했던 공약은 지금 다시 되새겨 보고 당장이라도 실천해야 할 공약으로 꼽힌다.
전주을 선거구에서 출마한 정의당 오형수 후보는 전주 황방산에 터널을 뚫겠다는 모 후보의 공약에 맞서 “황방산 터널을 뚫어 교통체증을 해결하겠다는 후보의 공약은 반 환경적이며 전주시의 도시계획과 정면 충돌하는 구시대적 개발공약”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터널과 도로공사 등으로 도시공원을 훼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오히려 도시 숲을 잘 가꿔 ‘유니버설디자인’개념을 도입한 숲길을 조성해 시민들의 휴식과 건강을 증진하는 ‘명품힐링 도시숲’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전주시는 지난 2018년 3월 29일, 월드컵경기장 안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사회통합형 공간인 ‘유니버설 디자인 체험관’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어울림센터 내 공간에는 ‘유니버설디자인’ 개념이 적용된 주택체험관과 VR체험관, 제품전시관, 교육장을 만들겠다고 했다.
전주시는 ‘유니버설 디자인’체험관 조성에 나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노인과 어린이 등 모두가 차별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디자인’ 개념이 도입되고 있지만, 전주시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해 아직 적용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또 “앞으로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을 통한 도시 환경개선으로 시민 모두가 편리하고 안전하며 활력 넘치는 ‘사람 중심의 도시’를 구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전주월드컵경기장 내에 ‘유니버설디자인체험관’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20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월드컵경기장 내 유니버설디자인 체험관의 기본 도면은 나와 있지만 공간 부분에 제약이 있어 계속 협의 중인 상태”라고 밝혔다.
전주시 도시디자인팀 관계자는 “도시디자인기본계획과 경관계획 두 상위법과 건축법안에 장애인편익증진을 위한 관련 조항이 있고 각종 심의워원회에서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시설에 대해 꼼꼼하게 따져 보고는 있지만 관련 법들이 제각각이다보니 통합시스템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종성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20일, YTN과의 방송대담에서 “‘베리어프리’운동은 장애인, 고령자 등 신체적 약자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서 장애물이 없는 생활환경을 조성하자는 운동”이고 “우리나라에는 2000년 정도에 개념이 도입됐다”고 말하면서 “장애인이 편한 사회는 누구에게나 편한 사회라고 하는 모토를 가지고 진행되고 있는 운동”이라고 소개했다.
기존에 조성돼 있는 도시에 ‘유니버설디자인’ 개념을 전적으로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큰 부담없는 예산투자로 최소한의 불편은 제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새로 조성되는 도시라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베리어프리’ 도시로 만들려는 적극적인 시도가 요구된다.
그 대표적인 도시가 새만금 내에 조성되는 ‘스마트수변도시’가 될 수 있다.
새만금 스마트수변도시는 올해 말에 착공해 오는 2024년 12월 조성 완료 계획이다.
스마트수변도시는 올 11월 착공해서 2년 반 동안 조성면적을 매립한 후에 그 후 2년 동안 약 2백만평 규모의 면적에 2만 5천 명이 거주하는 최첨단 미래도시로 조성될 예정이다.
새만금개발공사 관계자는 “새만금의 장점인 물을 최대한 활용하고 녹지공간과 함께 친환경, 스마트기술을 도입해 수변도시로 조성할 계획이며, 적용될 기술은 현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오형수 후보는 “새만금 스마트수변도시는 수질개선대책 등 최적의 대안을 확실하게 찾아 잘 만들었다는 평을 듣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며 “토건주의에 매달려 ‘실패한 도시’로 만들지 말고 제대로 만들려면 첫째 새만금호의 물이 깨끗하게 살아 있어야 하며 도시 자체가 ‘인간 친화적’이며 ‘시민이 주인’이 되는 도시로 만들어야 세계도시와 경쟁하는 강한 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공감도시’가 되려면 품격이 달라야 한다”며 “새만금 스마트수변도시야 말로 유니버설디자인 개념이 전적으로 적용돼 ‘베리어프리’도시로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베리어프리‘ 장애인, 고령자 등 신체적 약자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서 장애물이 없는 생활환경을 조성하자는 운동은 늦춰서도, 늦어져서도 안되는 어떤 공약보다도 우선해야 할 21대 국회의 과제이기도 하다.
그같은 맥락에서 21대 국회에서 ’베리어프리‘가 충분히 보장되는 내용의 도시계획법안으로 ’제1호 법안‘을 제출할 국회의원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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