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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를 보며, 관료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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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를 보며, 관료에 대해 생각한다

[기고] "'개혁 무풍지대' 관료사회도 이젠 변화해야 한다"

홍남기 부총리의 대단한 자부심

온 세상이 코로나19 홍역을 앓고 있다.

바야흐로 코로나19라는 이 감염병은 현대 국가와 국제체제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동요시키고 있다. 이 미증유의 사태에 직면하여 미국을 위시하여 세계 주요국들은 경제적 대응책을 필사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그 주요한 내용이 바로 이른바 '긴급재난 지원금' 대책이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 과정에서 행정부와 여당의 의견 충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홍남기 부총리는 추경 규모를 늘리라는 여당 지도부에 맞서면서 "눈 덮인 들판을 지나갈 때 모름지기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반드시 뒤따라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라는 서산대사의 시를 '비장하게' 인용하였다. 최근에는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여당의(심지어 대다수 야당까지 포함하는) 결정을 "정치권 일각의 지적"이라고 치부하면서 반대하였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기재부 관료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다른 사람이나 집단 혹은 세력이 아니라 바로 자신들이 나라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자부심이다. 사실 이러한 자부심은 비단 기재부만이 아니라 이 나라 관료집단 전체를 관통하는 '비정상적' 사고방식의 투영이기도 했다.

일찍이 미국 대공황은 당시 미국 정부 관료들의 구태의연한 안이한 대응에 의해 더욱 심화되었다. 평시와 완연하게 상이한 미증유의 비상시기인데도 그러한 비상시기라는 객관적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오직 자신들이 해왔던 관성대로 그 관행에 의한 정책만을 고식적으로 고집했고, 그러한 '관료주의'로 말미암아 효과적인 비상 대응에 실패하면서 대공황의 비극은 더욱 악화되었다.

기재부는 정해진 경제정책의 집행기관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관료집단은 정치적인 대국적 판단을 하기 어렵다. 원칙적으로 관료란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으며, 또 그래서도 안 된다. 기본적으로 관료, 공무원은 국민이 선출한 국민의 대표가 아니다. 그들은 단지 국민의 공복(公僕)일 뿐이다.

그리하여 경제정책은 결코 기재부가 좌지우지하는 독점물이 아니다. 아니 엄격히 말하자면, 기재부는 단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과 국회에 의하여 정해진 경제정책을 집행하는 집행기관일 뿐이다.

고위 공직은 관료의 독점물이지 않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공직에서 국장급 이상의 직위는 우리처럼 기본적으로 관료 출신이 자동 승진하여 당연히 차지하는 자리가 아니라 모두 정무직(政務職)으로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다. 우리나라와 달리 공무원들은 대부분 국장급 아래의 직위에서 멈춘다.

미국에서는 대통령과 정부가 바뀌면 정부 국장급까지 정무직(political appointees)으로서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미국 대통령이 임명하는 최고위층 공무원은 EL-Ⅰ에서 EL-Ⅴ까지 5등급으로 분류된다(EL= Executive Level).

EL-Ⅰ: Secretary(장관)

EL-Ⅱ: Deputy Secretary(부장관)

EL-Ⅲ: Under Secretary(차관)

EL-Ⅳ: Assistant Secretary(차관보)

EL-Ⅴ: Deputy Assistant Secretary(국장급)

프랑스 역시 중앙부처의 국장, 임명직 도지사, 교육감, 대사 등 500여 개의 직위가 정치적 임명직(자유재량 임명직)으로서 국무회의 심의 심사를 거쳐 특별 채용하는 등 대통령은 총 7만여 개의 직위를 임명할 수 있다. 프랑스 헌법 제13조 '국가공무원지위에 관한 법률' 제25조 및 동법 시행령은 "중앙 행정부 국장은 국무회의에서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대통령이 실제로 국장급 이상의 직위를 모두 직접 임명한다는 의미이다.

"민중은 개돼지" 발언, 관료가 지배자가 된 사회의 필연

정부가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의 철학과 원칙에 부합하는 고위직 인사들을 임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 공직 사회에서 외부인들의 공직 진입은 기본적으로 차단되고 있다. 이 관료 독점구조는 공무원시험 제도에 근거를 둔 '공정'을 명분으로 삼고, 실질적으로는 지금은 5급 공채로 이름만 바뀐 행정고시에 의한 '기수별' 지배구조에 의해 운용된다. 외부자의 진입에 대해서는 그 차단의 논거로서 이른바 '낙하산' 이데올로기가 동원된다. 결국 정부가 실제 임명할 수 있는 '고위 공직'은 대단히 제한될 수밖에 없고, 이렇게 하여 어느 정권이든 정부 정책 추진의 동력은 크게 약화된 채 항상 관료집단에 의한 사회지배 구조는 완강하게 온존되고 재생산된다.

이 땅의 관료들은 이러한 구조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자신들을 스스로 정책결정자로 자리매김하면서 사실상 우리 사회의 '지배자'로 군림해왔다. 이러한 현실이야말로 "민중은 개돼지"라는 어느 고위공직자의 망언이 서슴지 않게 나오게 된 토양을 조성했던 근본 요인이었다.

공직 개방의 목적은 관료의 배제가 아니라 관료의 공직 독점 해소에 있다

이제 '고위 공직'에 대한 관료집단의 독점을 해체하고 대신 전면적으로 개방해야 한다. 그리하여 지금 폐쇄되어 있는 '고위직'의 문을 각계 전문가를 비롯한 사회의 유능한 인사들에게 개방하고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 이 '개방'에는 관료 출신을 배제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개방의 목적은 관료의 배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료의 공직 독점 해소에 있다! 그래야만 비로소 우리 사회가 관료집단의 지배와 규제 그리고 관행의 사슬에서 벗어나 발전할 수 있다.

관료개혁은 지극히 장기적인 과제에 속한다. 관료집단의 힘은 강고하고, 반면 관료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상대적으로 대단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관료주의 극복을 위한 노력과 실천은 계속 추구되고 시도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관료개혁이란 공무원이 진정으로 국민의 공복(公僕)으로 역할을 하는 그날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특히 고위 공직의 관료독점을 해소하고 외부에 개방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명실상부하게 국민 주권주의에 토대한 현대 민주주의 사회를 지향하는 중요하고도 긴급한 방도이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관료 사회는 대표적인 개혁 무풍지대였다. 이제 관료 사회도 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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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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