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의 최대 오점으로 남은 위성정당 문제를 놓고,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곧바로 해체하지 않고 '위성 교섭단체'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초 선거용 가설정당 개념으로 설립해 총선이 끝나면 모(母)당으로 흡수합병되는 수순이 예상됐으나, 위성정당들이 교섭단체 기준(원내 20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차지하자 다른 셈법이 가동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의 해체 시점에 대한 명확한 말을 아끼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17일 기자들과 만나 시민당과의 합당 계획에 관해 "차차 논의해 절차가 정해지면 그에 따라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시민당을 독자적인 교섭단체로 두는 방안에 대해 "우리가 먼저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미래한국당이어떻게 하는지 봐야한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는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을 해체하지 않고 21대 국회에서 위성 교섭단체로 활용할 경우, 민주당도 더불어시민당으로 맞대응을 하겠다는 의미다.
윤 총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도 미래한국당의 별도 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에 대해 "제3 교섭단체로 분신술을 해서 교섭단체를 두 당이 따로 갖는다는 건 상식을 벗어난 일"이라면서도 미래한국당이 교섭단체로 남을 경우에 대해선 "민의를 지키는 차원에서라면 여러 가지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맞대응을 시사했다.
민주당이 시민당 흡수 계획을 유보한 배경에는 민주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확보한 163석만으로도 야당이 넘볼 수 없는 우위가 유지된다는 고려가 깔려있다. 과반을 훌쩍 뛰어넘는 안정적인 원내 1당 지위여서 통합당과 한국당의 합당 여부와 무관하게 21대 국회 국회의장 자리는 민주당 몫으로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더욱이 21대 국회 개원 후인 오는 7월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예정이어서 공수처장 인선을 고려하면 시민당을 별도 교섭단체로 놔두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공수처장추천위원 7명은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당연직 3명과 여당 추천 인사 2명, 야당 추천 인사 2명으로 구성되는데, 공수처장 의결에는 6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통합당이 2명의 야당 몫을 모두 행사하게 될 경우, 공수처장 의결에 난항이 불가피해지는 구조다. 반면, 시민당이 제3 교섭단체로 남아 야당 몫 2명 가운데 1명에 대한 추천권을 행사하게 되면 사실상 여당 추천 인사가 3명이 되는 효과를 본다.
미래한국당도 통합당과의 합당 시기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원유철 한국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을 합하는 시기는 정무적으로 판단하겠다"며 "21대 국회의 정치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21대 국회 출범 이후까지 당을 유지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발언이다.
그는 "교섭단체 구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면서 "선거에 참패해 송구스러운 상황이지만 야당의 역할을 포기할 수는 없다. 정부여당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제1야당의 형제정당으로서 같이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양당이 위성정당을 교섭단체로 만들기 위한 방안도 여러 갈래로 나온다. 비례대표 19석을 배정받은 한국당은 1명이, 17석을 배정받은 시민당은 최소한 3명이 더 충원돼야 교섭단체 요건을 갖춘다.
일각에선 시민당이 열린민주당(3석)과 합당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 방안에 대해 "검토해 본 바 없다"고 잘랐다. 선거 기간 내내 "열린민주당과의 통합은 없다", "탈당 인사들의 복당을 불허하겠다"고 했던 민주당의 공언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방법을 제외하면 민주당이 또 다시 시민당에 '의원 꿔주기'를 하는 수밖에 없어 그에 따른 비판 여론도 부담이다.
한국당에선 의원 꿔주기 외에도 국민의당과의 합당, 무소속 당선자들 흡수 등 다양한 방식이 거론된다. 원유철 대표는 통합당 탈당 후 무소속으로 당선된 인사들이 합류할 가능성에 대해 "필요한 모든 일을 저희가 할 수 있다. 한 분만 더 모셔오면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과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선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이 "통합당과 차이가 아주 크다. 통합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어 당장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통합당 주호영 의원은 전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우리 당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며 통합 필요성을 제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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