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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람구·력삼동·내래미안'?...태구민 혐오성 조롱, 이게 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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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람구·력삼동·내래미안'?...태구민 혐오성 조롱, 이게 할 일인가

소수자 인권 문제...전문가 "혐오성 조롱 자제해야"

북한 외교관 출신 미래통합당 태구민(태영호) 21대 총선 당선인을 향한 조롱이 이어지고 있다.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당인을 비판하기 위해 '소수자 혐오'와 '북한 혐오'를 들고 나오는 태도는 위험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태 당선인은 지난 15일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 강남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북한 이탈 주민 출신 조명철 전 의원이 비례대표로 당선된 적은 있지만, 북한 이탈 주민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사례는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17일 온라인상에서는 그가 당선된 지역구 주민들은 앞으로 북한 인민복을 입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 조롱이 이어지고 있다. 주로 미래통합당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누리꾼들이 이 같은 조롱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북한이탈주민은 소수자다. 이같은 조롱은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확대 재상산하고, 나아가 소수자 혐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태 당선인의 지역구를 조롱하는 뜻으로 강남 일대 지하철 역 이름을 각각 '력삼력'(역삼역), '론현'(논현)으로 부르는가 하면 강남 지역 아파트 브랜드 이름은 '인민이 편한세상', '간나아이파크', '푸르디요', '내래미안' 등으로 부르는 패러디물이 등장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강남구 력삼동 립국 절차안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앞으로 강남스타일이네 뭐네 그런 개소리 다 개나 주고 (앞으로는) 무조건 린민복 착용(하라). 인상 쓰거나 뻐드렁 대면 가차 없이 총살형"이라는 글과 함께 북한군인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강남에 새터민 아파트를 의무화 해달라는 국민청원. 16일 올라온 이 청원은 하루만에 8만6000명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울 강남구 재건축 지역에 탈북자 새터민 아파트 의무비율로 법제화 시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까지 등장했다. 청원인은 "냉전 시대의 수구적 이데올로기의 장벽을 넘어 태구민 씨를 선택해 준 강남구민의 높은 정치 의식과 시대정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며 "강남구 전 지역을 대상으로 재건축·재개발 시 의무적으로 새터민 아파트를 넣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강남구민의 높은 정치의식을 기반으로 생각해볼 때 분명 반대는 적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 당선인과 그를 선택한 강남 유권자들을 비꼬는 뉘앙스가 강하다. 해당 청원은 하루만에 8만6000명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태 당선인과 지역구를 향한 조롱을 우려스럽게 지켜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탈북 주민은 우리나라에 3만3000명 정도 있다. 강남구민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며 "(이러한 조롱은) 한반도 대화·평화를 중요시하는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다양한 목소리가 존중되는 사회"라며 "태 당선인이 탈북자를 잘 대변할 수 있느냐는 두고 봐야 하지만 선거가 끝난 지금은 (탈북민을 향한) 이런 조롱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태 당선인은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58.4%의 득표율로 더불어민주당 김성곤 후보(39.6%)를 크게 앞질러 승리했다. 당선이 확실시되자 태 당선자는 "대한민국은 제 조국이고 강남은 이제 저의 고향"이라며 "앞으로 우리 국회와 정부가 북한의 현실을 그대로 직시하고 지속 가능하고 현실적인 대북 정책을 펴도록 제가 가진 모든 역량을 바칠 계획"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태 당선인은 영국 주재 북한 공사 출신으로, 지난 2016년 8월 탈북해 한국으로 망명한 뒤 강연·저술·블로그 활동 등을 펼쳐왔다.

▲16일 서울 강남갑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태구민(태영호) 후보가 강남구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 된 뒤 소감을 말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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