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올 해는 청산리·봉오동 전투 100주년이고, 6·25전쟁 70주년이자 4·19혁명 60주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입니다. 이런 역사적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보훈의 역사는 '공동체를 위한 헌신'이라는 가치와 이를 통해 시민적, 평화적 발전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가치와 의미를 짚어보고자 <프레시안>은 보훈교육연구원과 함께 기획연재를 진행합니다. 이를 통해 보훈의 역사, 사회적 의의, 평화지향성 등을 사회적으로 함께 생각해 보고 방향을 정립해 보는 기회의 장을 갖고자 합니다. 편집자.
선열들의 이러한 말씀들은 보훈공공성의 나침반이고 나라사랑 정신의 표현이다.
보훈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국가 유공자의 애국정신을 기리어 나라에서 유공자나 그 유족에게 훈공에 대한 보답을 하는 것이다. 보훈은 국가 유공자에 대한 감사함과 송구함이 투영된 산물(産物)이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착한 실천이다. 보훈이 바로 공공성의 실천이다. 공공성은 일반적으로 공적인 것, 공통적인 것, 사회적인 것을 전제로 하는 시민적 덕목, 물적 자원의 공유, 소통의 개방성을 뜻한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보훈공공성의 핵심을 나라사랑, 보훈복지나눔, 열린 보훈커뮤니케이션이라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보훈공공성의 핵심: 나라사랑, 보훈복지나눔, 열린 보훈커뮤니케이션
나라사랑의 사례는 일제강점기 각종 독립운동에서 볼 수 있다. 6·25전쟁의 호국적 참여, 4·19시민혁명, 각종 민주화운동 등도 나라사랑 행위이고, IMF 경제위기 당시 금모으기운동이나 2007년 삼성1호-허베이 스피릿 호 원유 유출 사고(일명 태안기름유출사고)의 자원봉사 등도 나라사랑의 대표적 사례이다. 이러한 사례가 작금의 코로나19의 난국에 대구시민을 위해 써달라며 현금 98만 원을 기부한 익명의 80대 기초생활수급자 할아버지(충남 서산시 거주),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해 임대료를 동결하거나 깎아주는 착한 건물주 운동, 국군간호장교의 첫 부임지로 ‘나는 대구로 간다’며 대구 코로나19 대응 현장을 선택한 사례가 나라사랑과 맞닿아 있다. 코로나19 재난의 모든 전선으로 달려간 자원봉사자와 방역․보건․의료진, 구급대원 등 코로나19 재난의 고통을 나누는 모두가 난세의 착한영웅이고 나라사랑의 실천이다. 이러한 나라사랑의 실천이야말로 진정한 보훈공공성의 구체화다.
보훈공공성의 다른 차원은 보훈복지나눔이다. 2019년 국가보훈처가 발표한 ‘2018년 국가보훈대상자 생활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독립유공자의 75.9%가 비경제 활동 인구에 속했으며, 66%가 소득이 없고, 독립유공자 후손의 대부분이 보훈관련 지원금에 크게 의존하고 경제 활동이 어렵고, 노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한국사연구소에서 2017년에 조사한 독립유공자 후손 생활 실태조사에서도 서울시에 거주하는 독립운동 후손의 70%는 극빈층이거나 차상위 계층으로서 그분들에 대한 처우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은 조국을 위해 목숨과 재산을 바친 대가가 가난의 대물림이었다면, 일부 친일 부역자와 그 후손들이 해방 이후 반민특위의 무력화와 친일청산 실패, 역사왜곡의 틈을 타 부와 권력의 대물림을 받은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따라서 국가보훈처를 포함한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도 국가유공자들이 최소한 생활고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그래야 이 땅의 보훈공공성의 기틀이 만들어질 수 있다.
보훈공공성의 마지막 차원은 열린 보훈커뮤니케이션이다. 열린 보훈커뮤니케이션은 대중과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는 보훈시민교육이다. 보훈시민교육을 위해 네 가지를 제안해본다. 첫째는 온오프라인 보훈교육연구 플랫폼 구축의 핵심거점을 보훈교육연구원이 담당해야한다. 보훈교육연구원은 1963년 설립(2001년 명칭변경)이후 보훈 공공성의 전문성과 사회적 책무를 실현하는 공공기관으로서, 교육 및 연구역량을 상당한 정도로 보유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행․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국가는 보훈교육연구원이 보훈공공성을 선도하는 보훈교육연구단체가 될 수 있도록 중앙 정부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더욱더 강화해야 한다. 둘째는 보훈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초·중·고등학교의 자유학기제(자유학년제 포함)에 보훈 교육과정을 적극적으로 활용 또는 접목해야 한다. 셋째는 전국 대학기관들과 협의하여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이 현장 실습을 병행하거나 심화 연구할 수 있는 보훈교과목을 전공 또는 교양으로 개설, 운영해야 한다.
열린 보훈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마지막 제안은 보훈교육연구원이 주체가 되어 보훈교육전문대학원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이론적 제도적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이 바로 보훈교육전문대학원을 설립할 적기이다. 그 이유는 공동체 해체와 공공성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현대 한국사회에서 대학이 인재 양성 이외에 국가보훈과 공공성을 지역사회 및 마을공동체의 심장으로 살아 숨 쉬게 할 수 있는 학과 교육의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허부의 구축이야말로 대학의 핵심적 가치이며 실천이기 때문이다. 이같이 보훈을 대중과 함께 재구성하면서 성찰적으로 사유하고 실천하는 것이 바로 보훈의 공공성이다.
‘나’의 실천원리 : 함께하기, 소통하기, 사랑하기
보훈공공성의 실현을 위한 ‘나’의 실천원리로서 함께하기, 소통하기, 사랑하기를 제안한다. 함께하기는 3·1절 만세운동, 4·19 시민혁명, 5·18 민주화운동, 6·6 현충일, 8·15광복절 등의 국경일에 기념행사, 태극기달기운동, 자원봉사 등의 활동을 함께 하며 협력, 연대하는 것이다. 소통하기는 자기 자신과 타자가 보훈교육 및 연구의 장(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하고 소통·공감하는 것이다. 이러한 함께하기와 소통하기가 사랑하기로 작동되어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을 위한 돌봄, 복지, 위로, 애도 등으로 이어진다. 이로써 이 세 가지 ‘나’의 실천원리가 보훈공공성의 시작이 되고 사회적 토대로 작동되어, ‘나’에서 ‘이웃’으로, ‘이웃’에서 ‘동네’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면서 공공성이 풍부하고 가득한 한국사회로 변화해 간다.
“그대는 매일 5분씩 나라를 생각해본 일이 있는가”, “진정한 애국심은 그 말의 실천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하신 도산안창호 선생의 말씀을 재음미하면서 체화(體化)된 보훈공공성의 실천을 기대해마지 않는다.
필자 김상돈(사회학박사)은 고려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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