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중앙윤리위원회가 10일 세월호 관련 막말 논란을 일으킨 경기 부천병 차명진 후보에 대해 '탈당 권유'를 의결했다. 황교안 대표와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즉각적인 제명 방침을 시사했던 것보다 수위가 약해진 징계다.
윤리위가 차 후보의 선거 운동을 사실상 봉쇄하는 '제명'을 피해 총선 행보를 지속할 수 있도록 징계 수위를 낮춤으로써 총선 완주의 길을 터줬다는 평가다. 전날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대국민사과도 하루 만에 무용지물이 됐다.
윤리위는 회의 뒤 "선거기간 중 부적절한 발언으로 당에 유해한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상대 후보의 '짐승' 비하 발언에 대해 이를 방어하고 해명하는 측면에서 사례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결 배경을 밝혔다.
토론회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후보가 세월호 사건을 폄훼하는 사람을 '짐승'에 비유한 데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차 후보의 막말이 나왔다는 게 윤리위 판단이다.
차 후보가 윤리위에 제출한 소명서에서 "김상희 후보가 세월호 사건을 신성시하는 편은 사람, 그렇지 않은 편은 짐승이라 칭했다. 나는 누가 진짜 짐승인가를 시청자께 알려야 할 필요를 절감했다"고 한 주장을 윤리위가 그대로 수용한 셈이다.
이 외에도 차 후보는 소명서에서 자신이 세월호 관련 부적절한 발언을 한 또 다른 이유로 "선거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우파가 세월호 사건을 계속 피해가기만 한다면 패배감에 빠져 선거에 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세월호가 좌파의 공격무기가 될 수 없게 만들고 우파 국민의 결집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저는 토론회에서 세월호 OOO 사건을 폭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너무 적나라한 표현을 피하기 위해 그냥 영어사전에 나오는 OOO 사건이라고 순화해서 표현했다"고도 했다.
또 "자칭 우파 지도자라는 자들이 스스로 나서서 21세기 백주 대낮에 세월호 우상숭배 행위를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니 놀랍다"며 "우파 지도자라는 자들에게 더이상 기댈 수 없다"는 항명성 발언도 소명서에 담았다.
앞서 차 후보는 지난 6일 열린 OBS 주최 토론회에서 세월호 막말에 관한 질문에 "OOO 사건이라고 아시냐"며 세월호 유가족이 문란한 성관계를 가졌다는 내용의 인터넷 언론 보도를 직설적인 표현으로 거론했다.
윤리위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던 차 후보는 제명 조치를 피함으로써 닷새 남은 총선까지 완주할 수 있게 됐다.
윤리위는 한편 '30.40 세대'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대호 서울 관악갑 후보가 요청한 재심청구를 기각해 제명 결정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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