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종인 공동총괄선대위원장이 대학교 학부·대학원생들에게 1인당 100만 원의 '특별재난장학금'을 주자고 제안한 데 대해 같은 당 유승민 의원이 "동의하기 어렵다"고 제동을 걸고 나섰다.
유 의원은 9일 경기 김포시에서 후보 지원 유세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말씀드리기 쉽지 않지만 저도 100만 원 아니라 200만, 300만 원도 드리고 싶다. 그러나 이런 것을 다룰 때는 원칙의 문제(가 있다)라고 생각한다"며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을 특정해서 돈을 드리는 방식에 대해서는 제가 찬성하고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유 의원은 "지금 젊은이들이 대학생과 대학원생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연령대에 어렵게 학교 못 다니고 실업 상태에 있는 젊은이들도 있고, 또 아주 어려운 직장에서 근근히 살아가는 젊은이들도 있지 않은가"라며 "'대학생 100만 원' 정책은 형평의 문제, 공정의 문제(가 있고), 또 앞으로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 초반에 너무 흥청망청 원칙 없이 돈을 쓰는 것은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이런 어려운 상황일수록 정부와 국가가 국민의 세금이나 국민 빚으로 돈을 쓸 때에는 원칙을 세워서 굉장히 조심해 쓰는 것이 맞고, 특히 건전한 보수정당은 그런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전 국민에게 돈을 주는 방식도, 전 국민에게 줄 돈이 있으면 그 돈으로 진짜 어려운 분들에게 두 번 세 번 드리거나 더 많이 드릴 수 있지 않은가"라고 여야 양당의 긴급재난지원금 주장도 거듭 비판했다.
유 의원은 앞서 지난 7일에도 황교안 당 대표의 '1인당 50만 원 지원' 주장에 대해 "표를 매수하는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유 의원은 당시 SNS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 정권의 포퓰리즘을 비난해 왔던 우리 당 대표가 '전 국민에게 50만 원씩 주자'고 나왔다"며 "국가혁명배당금당을 닮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런 정책을 가장 앞장서서 막아야 할 정당은 건전 보수 정당인데, 통합당이 악성 포퓰리즘에 부화뇌동하다니 참으로 안타깝다"고도 했다.
유 의원의 문제 제기에 대해 황 대표는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고, 김종인 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당내 충돌이 있을 것 없다. 그 분(유 의원)이 어떤 의도 하에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본인한테 가서 물어보라"며 답을 피했다.
유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 지도부의 이같은 반응을 겨냥한 듯 "이런 부분이 당 안에서 소통·조율이 안되는 결과"라며 "국민들께서 통합당 안에 그런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고 다른 의견도 있다는 것을 알아 달라.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저의 충심이라고 국민들이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유 의원은 차명진 경기 부천병 후보와 김대호 서울 관악갑 후보 등의 세월호 막말, 세대 비하 논란에 대해서는 "일부 극소수 후보들의 막말"이라면서도 "저도 통합당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헀다.
유 의원은 "선거 도중에 이런 후보들의 막말이 쏟아져 나와 굉장히 당혹스럽고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다"면서 "저를 포함해 당의 책임 있는 모든 분들이 국민들에게 사과드리고, 그 피해가 선거 막판에 우리 좋은 후보들에게 갈까 봐 굉장히 걱정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그는 "공천 과정에서 이런 부분들을 면밀히 걸러내지 못한 것도 큰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공천 책임론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통합당 공천은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이끈 공천관리위가 주도했으나, 공천 막바지에는 황교안 지도부가 공관위를 제치고 사실상 전권을 행사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유 의원은 다만 "그런 일(막말 논란)이 있은 직후에 그래도 선대위와 당 지도부가 신속하게 조치를 한 것은 그나마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마음을 다시 다잡고 선거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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