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에서 일하는 여성 종업원이 코로나19 확진자로 밝혀지며 방역망 밖에서의 집단감염 가능성이 제기된 데 대해 정치권과 의료계 일각에서 적극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유흥주점 'ㅋㅋ&트렌드'에서 일하는 종업원 A씨(36세, 강남구 44번 확진자)는 이달 2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의 감염 경로는 최근 일본을 다녀온 연예인 B씨와의 접촉이었다.
A씨와 B씨의 접촉은 지난달 26일 이뤄졌다. A씨는 사흘 후인 29일부터 코로나 의심 증상을 느껴 스스로 자가격리를 했고, 다시 사흘 후인 4월 1일 강남구보건소를 찾아 검사를 받았다.
A씨는 B씨와 접촉한 이튿날인 지난달 27일 밤 11시부터 이튿날 새벽 5시까지 업소로 출근해 일했다. 해당 유흥주점은 여성 종업원들이 주로 남성인 고객들에게 술 접대를 하는 이른바 '룸살롱' 형태의 업소로, 여성 종업원 수만 100여 명에 달하는 대형 업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방자치단체가 공개한 확진자 동선에서 A씨의 '3월 27일 출근'은 빠져 있었다. 동선 공개 기준이 당시 '증상이 나타난 날로부터 1일 전까지'(4월 3일부터 '이틀 전'으로 지침 개정)이었고, A씨는 3월 29일부터 증상이 나타났다고 스스로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가 실제로 해당 업소에서 근무한 시간이 28일 새벽까지인 점을 놓고 보면 '하루 전'이라는 기준에도 해당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와 해당 업소에서 접촉한 이들은 118명으로, 이 가운데 검진 결과가 나온 18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방역 당국은 밝혔다.
문제는 A씨가 스스로 증상을 느낀 시점이 29일이라는 진술을 신뢰한다 해도, 코로나19 감염증의 경우 감염이 이뤄져 바이러스가 몸 안에서 번식하더라도 감염자가 이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실제 '무증상 감염자'의 사례도 빈번히 보고된 바 있다.
또한 '룸살롱'이라는 유흥업소의 특성상, 종업원이나 손님 모두 해당 업소 출입 사실을 감추려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흥업소 종업원들이 이른바 '보도방' 등 알선업체를 통해 여러 업소를 오가며 일하거나, 유사 업종에서 일하는 이들과의 인적 교류가 빈번하다는 보고도 여러 차례의 언론 보도를 통해 제시된 바 있다.
감염자의 동선에 포함된 특정 장소에의 출입을 숨기려 하는 '밀행성'이나, 감염자와 주변 인물들 간의 밀접한 관계 등은 한국에서 최악의 집단감염 사태를 낳은 기독교계 종파 '신천지'에서도 지목된 특성들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점을 지적한다. 소아정신과 의사인 서천석 행복한아이연구소장은 "결국 유흥업소에서 문제가 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당국의 긴급한 대응을 촉구했다.
서 소장은 SNS에 쓴 글에서 "확진자가 '룸살롱'에서 일을 했다는데, 마스크 안 쓰고 술 마셨을 것은 분명하고, 밀폐된 실내, 장시간 한 장소, 같이 음식먹기 등을 했으니 감염 확률은 높고, 이런 곳을 다닌 자들은 젊고 활동적일 테니 이후 전파력은 높을 것"이라고 업소 특성에 따른 위험성을 지적했다.
서 소장은 이어 "게다가 이런 곳을 다녀온 사람들이 솔직히 (다녀온 사실을) 말할 가능성이 적고 숨길 가능성이 있으니 방역망 밖에서 무증상 감염자가 늘어날 수 있겠다"고 우려하며 "대한민국에 행운이 따르기를 바라는 상황이 됐다. 이제라도 전면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서도 유사한 취지의 지적과 비판이 나왔다. 원내 3당(국회 의석 20석)인 민생당은 8일 문정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집단 방역의 공든 탑을 강남 유흥업소가 무너뜨렸다"며 "강남 유흥업소의 코로나 확진, 신천지처럼 혹독하게 추적하라"고 주문했다.
민생당은 "강남 유흥업소는 여전히 치외법권인가"라며 "정부 당국의 의지만 있다면 접촉자들을 가려내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철저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카드 매출 전표로 술집 방문자들을 조사하고, 그들을 통해 동석자들을 탐문하면 된다"면서 "들어찬 내부에 CCTV가 없을 리도 없고, 국세청 동원해서 주류 매입량·매출액 대조해 현금 사용자까지 찾아낼 수 있다"고 접촉자들의 신변을 확보할 것을 촉구했다.
민생당은 "방역 당국의 추적도 강남 유흥업소 손님들에게 예외일 수는 없다"며 "신천지 다루듯이 혹독하게 다루고 혹독하게 파헤쳐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앞서 신천지 집단감염 사태가 일어났을 때, 이재명 경기지사 등 중앙·지방정부에서 해당 종파의 신도 전원 명단을 확보해 이를 토대로 방역 대책을 세운 사례를 이번 사건에도 준용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민생당은 나아가 "국민 모두가 사회적 거리 두기로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중이고, 하물며 학교가 멈춘 채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고 학원·헬스장·요가학원까지 문을 닫고 있는 엄중한 시기"라며 "이 난국에 순번표 받고 대기까지 해가며 룸살롱 출입한 자들도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유흥업소가 집단감염의 진원지가 될 우려가 커지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클럽 등 유흥주점의 경우에는 행정명령이 준수되고 있는지 단속은 물론, 지침 위반업소에 대해서는 집합금지 등 강력 조치해 달라"고 했다.
서울시도 서울 시내 영업 중인 422개 룸살롱, 클럽, 콜라텍 등 유흥업소 전체를 대상으로 정부가 설정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인 19일까지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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