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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페미니즘 관점' 가진 여성의원 늘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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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페미니즘 관점' 가진 여성의원 늘어나야"

[토론회] '미투운동, 2020 정치가 되다'

2018년 서지현 검사를 시작으로 한 '#미투운동'을 계기로 여성들은 "미투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투운동은 가정·학교·일터 등 모든 일상 공간의 변화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혜화역에서 수십만 명이 모여 불법촬영 편파수사를 규탄했다. 20만 명을 넘긴 청와대 국민청원의 40%가 젠더 이슈 분포다. 이는 결코 우연히 이뤄진 현상이 아니다. 주체적인 여성 존재의 부상과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가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정치다.

#미투운동은 시민 사회에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라는 명제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미투운동의 의미를 해석해 내고 이를 체계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절차와 제도를 마련할 정치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21대 국회에 페미니스트 여성의원이 늘어나 여성들의 요구가 정책적으로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3일 '미투운동, 2020년의 정치가 되다' 토론회가 열렸다. 당초 지난 2월에 예정됐던 토론회는 코로나19로 두차례 미뤄진 뒤, 이날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이뤄졌다.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미투시민행동)과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가 주최했다.

양질병행의 법칙 :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여성·페미니스트 정치인 많아져야'

토론회에서 나온 평가를 정리하면, 20대 국회 출범 당시 전체 300석 중 여성의원은 17%(51석, 지역구 비례 합산)에 불과했다. <한국일보>의 조사에 따르면 21대 총선에 나서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역구 예비후보 등록자 391명(3월 15일 기준)의 면면은 '평균 55세 남성이 전체의 87%'다.

비례대표로 그 수치는 다소 보정되겠지만, 21대 국회 성비는 20대 국회와 비슷할 가능성이 크다. 여당의 지역구 여성의원들이 출마를 포기하면서(추미애·박영선·김현미·유은혜) 21대 총선에서 여성대표성이 확대될 전망은 오히려 이전보다 어둡기까지 하다.

#미투운동을 통해 구체화된 여성들의 요구가 일상에서 실천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와 정책을 다루는 의회의 구성에 변화가 필요하다. 남성이라는 한 성별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조직에서 여성이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는 쉽지 않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활동가는 "#미투운동의 요구가 의회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여성의원의 수가 최소한의 임계량을 넘어야 한다"며 "인위적인 제도, 즉 여성의원 할당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회의 여성 할당제는 세계적인 추세다. 197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도입이 논의되기 시작해 1995년 베이징 유엔세계여성회의를 계기로 많은 국가에서 할당제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현재 127개국 의회가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의 여성의원 비율은 평균 25.7%다.

한국도 할당제를 도입하고는 있다. 2000년에 정당법 개정을 통해 할당제를 처음으로 법제화하고 몇 번의 개정을 거쳐, 비례대표 여성후보 50% 할당 의무와 지역구 여성후보 30% 할당 권고를 제도화했다. 그러나 실현은 요원하다. 20대 국회 여성의원 비율은 17%에 불과했다.

권 활동가는 "여성의원의 수적 증가가 자동적으로 정치에서 여성의 실질적 이해를 대표하거나 성평등한 정치로의 전환을 가져온다고 할 수 없다"며 "중요한 것은 '페미니즘의 관점'"이라고 강조했다. 남성이 정치적 성향이나 계급, 인종, 종교 등에 따라 다른 정치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듯이, 여성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권 활동가는 "누구를 후보로 세우고 누구에게 투표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며 "시민이 정당의 공천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각 정당이 누구를 후보로 내세우는지 살펴보고 더 많은 여성과 페미니스트가 후보로 선택될 수 있도록 지지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는 이번 총선에 국회의원 후보로 나서는 소수정당의 여성 의원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21대 총선 비례후보인 조혜민 정의당 여성본부장은 "디지털 성착취 범죄가 사회적으로 크게 등장했다"며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정책을 바꾸고 무지한 정치인들을 바꾸는 건 페미니스트 정치인의 몫"이라고 밝혔다.

페미니스트연극인연대 활동가 출신인 성지수 녹색당 비례후보는 "미투로 '우리가 여기 있다'라고 말했다면, 이제 정치권에 진출해 실질적인 힘으로 반드시 구조적 젠더 불평등을 해결해야 할 때"라며 "가부장제 권력 개념에 따라 사람들이 맺어왔던 관계의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많은 지식과 상식, 규범이 가부장제 문화와 전통 하에서 만들어졌다"며 "이를 탈학습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낙태죄 폐지 시위. ⓒ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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