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치적 스승'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는 아베 총리가 사학 비리에 대해 책임지고 사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31일 발매된 주간지 '슈칸아사히'(週刊朝日)에 실린 인터뷰에서 모리토모(森友)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 및 관련 결재 서류 조작 사건 등을 거론하며 "누가 봐도 (아베 총리가) 관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국유지 매각과 관련된 문서 조작 의혹으로 자살한 재무성 긴키(近畿)재무국 직원 아카기 도시오(赤木俊夫) 씨가 남긴 '결재 문서를 고친 것은 전부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壽) (당시 재무성) 이재국장의 지시'라는 취지의 수기를 부인이 최근 공개한 가운데 고이즈미 전 총리가 이 문제를 들어 아베 총리를 작심하고 비판한 셈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애초에 공문서를 고친 것은 아베 총리가 '나 자신이나 아내가 관여했다면 총리도 국회의원도 그만둔다'고 국회에서 말한 것에서 시작됐다"며 "국회에서 총리가 관여했으면 그만둔다고 말했으니 결국 책임지고 그만두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권력과 유착해 국유지를 싸게 샀다는 의혹을 산 모리토모 학원이 신설을 추진한 초등학교 명예 교장에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취임한 것을 거론하며 "아베 총리는 그 상황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까. 거짓말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아베 총리가 장기 집권하면서 상식 밖의 일이 태연히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 정부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 초청자 명부가 파기된 것에 관해 "'이런 일을 잘도 했구나'하고 질려버렸다"며 "장기 정권으로 자신이 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임기 종료가 내년 9월로 다가온 가운데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이 아베 총리의 임기 연장을 거론하는 것에 관해 고이즈미 전 총리는 "내년 9월에 임기 만료가 되면 그만두지 않겠냐. 총리는 격무이고 이 이상 길게 하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계를 은퇴한 후 일본이 원자력 발전을 중단해야 한다며 '원전 제로' 실현을 위해 공개적으로 활동해 온 고이즈미 전 총리는 아베 정권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나는 원전사고를 보고 내 나름대로 공부했다"며 경제산업성 측이 말하는 일본의 원전은 안전하고 저비용이며 깨끗한 에너지라는 주장이 "전부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잘라 말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경제산업성 출신인 이마이 다카야(今井尙哉) 아베 총리 보좌관이 원전 정책에 관해 아베 총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에 관해 "지금 (총리)관저는 경제산업성이 지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경제산업성은 계산이 틀렸고 아베 총리는 세뇌돼 있다"며 "재작년에 아베 총리에게 직접 '경제산업성에 속지 말라. 총리가 말하면 다 따른다'고 말하니 쓴웃음 지으며 아무 답도 안 했다"고 소개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코로나 대책으로 국민에게 수십만엔(수백만원 수준)을 나눠 준다고 말하는데, 흩어서 뿌리는 것은 좋지 않다. '소비세 제로'도 그렇다. 앞으로 소비세는 중요한 재원"이라며 경기 부양책에 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비원인 개헌에 관해서는 "원전 문제라는 가능한 것도 안 하고 헌법 개정은 불가능하다. 헌법 개정을 하려면 야당을 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해외에서 무력행사는 하지 않는다. 전쟁은 두 번 다시 하지 않는다'는 형태로 자위력을 갖추는 것은 필요하다"면서 "선거에서 쟁점으로 삼지 않고 시기를 기다리면 (개헌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원전 문제로 야당과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차남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의 결혼 전 스캔들이 주간지에 보도된 것 등에 관해 "비난받는 게 정치가의 일상"이라며 "아직 힘이 부족하다. 더 힘을 키워야 한다"고 반응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재임 중 아베 총리를 관방부(副)장관, 관방장관, 자민당 간사장으로 기용해 정치적 성장의 기회를 제공했다.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퇴임 후 사실상 바통을 넘겨받아 자민당 총재 및 일본 총리로 취임했다.
퇴임 후 탈원전 활동에 몰입한 고이즈미 전 총리는 아베 총리의 원전 재가동 정책 등에 관해 종종 쓴소리했으나 아베 총리의 거취까지 거론하며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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