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긴급재난지원금 100만 원 지급방안을 발표했다. 문제는 이 결정이 “도와주고 뺨 맞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내용적 핵심인 소득하위 70% 가구에 대한 선별적 지원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이 결정의 주범으로 기획재정부를 든다. 공황의 위기를 앞두고도 균형재정을 부르짖던 자들. 이후 경기대폭락을 막기 위해 무조건적 퍼붓기를 개시한 세계적 흐름 앞에 일단 순응하는 것처럼 보이던 관료들이 마지막까지 딴지를 걸고 있는 게다.
‘남의 돈 천냥이 내 돈 한푼만 못하다’라는 속담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한 사람들의 심리를 대변한다. 치사하고 비루하다 해도 그것이 사람인 게다.
지원에서 제외되는 상위 30% 소득자들이 대놓고 불만을 터트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반발과 소외감이 남지 않을 리 없다. 높은 세금을 내고도 지원에서 제외된 이들이 향후 조세저항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눈앞에 닥친 선거도 큰 문제다. 칼끝 지지율 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구들에서 미세한 판세를 좌우할 변수이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에 호재가 아니라 거꾸로 치명적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위 70% 소득 가구를 정밀 조사하느라 걸릴 하세월을 생각해봐야 한다. 빨라야 6월이 되어서야 각 가구에 지원금이 들어갈 거란 평가다. 지금 산천초목이 활활 불타고 있는데 2달 걸려 소방서를 짓겠다는 격이다. 그때쯤이면 긴급지원이 절실했던 저소득 가구는 처참 지경에 있을 것이 분명하다.
대상자 선정의 타당성도 골치아픈 문제다. 전년도 소득 기준으로 상위 30%였지만, 지난 몇 개월의 극단적 불경기 속에 처지가 곤두박질 친 케이스가 숱하게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굳이 선별지원을 관철하겠다면 일단 전국민을 대상으로(복잡한 가구 당 기준이 아니라) 재난지원금을 일관적으로 선제 지급하라. 그리고 국세청 전산시스템을 이용한 연말정산에서 세금감면 혜택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상위 소득자에 대한 대응을 택하면 되지 않겠는가.
지금의 긴급재난지원은 저소득층에 대한 선별적 복지가 아니다. 완전히 불이 꺼져가는 소비를 되살리고 공황을 막자는 결정이다. 따라서 이 정책의 성공에는 시간적 시급성과 광범위한 소비 확산이 관건인데, 오늘 발표는 위의 2가지 점에서 모두 낙제점일 수밖에 없다.
지금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을 보라. 헬리콥터가 아니라 가히 폭격기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자금을 쏟아 붇고 있다. 그 나라들이 바보라서 그렇겠는가?
백성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다. 대통령이 다시 회의를 소집해야 한다. 큰 판을 보지 못하는 관료들의 전형적 습벽을 돌파해야 한다. 일단 내놓은 발표를 어찌 되돌릴수 있겠나, 라는 체면은 접어두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
온나라를 집어삼킬 화마(火魔)가 입을 딱 벌리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