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정 교수의 딸 조모 씨의 표창장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발급되지 않은 것 같다는 동양대 교직원의 증언이 나왔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7차 공판에서 동양대 행정업무처장인 정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정 교수는 입시비리 관련해서 2013년 6월 자신의 주거지에서 컴퓨터를 통해 아들의 동양대 상장을 이용해 딸의 동양대 총장 명의의 최우수봉사상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와 이를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활용했다는 혐의(업무방해 등)를 받고 있다.
"동양대에서 사용하던 양식과 달라"
재판에서 공개된 표창장에는 조 씨는 '동양대 인문학영재프로그램의 튜터로 활동하면서 학생들의 에세이를 첨삭했다'는 명목으로 '최우수봉사상'을 받았다. 이 표창장에는 '2012년 9월 7일'이라는 날짜와 함께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의 명의, 그리고 총장의 직인이 찍혀 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아들의 상장을 스캔해 이미지 프로그램으로 워드 문서에 삽입한 후 '동양대 총장 최성해(직인)' 부분만 캡처 프로그램으로 오려내는 방법으로 '총장님 직인' 제목의 파일을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글 파일에 딸 조 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봉사기간(2010.12.1.~2012.9.7.), 발급번호 '어학교육원 제2012-2-01호'를 기재한 후 위의 '총장님 직인' 파일을 붙여 이를 컬러 프린터로 출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증인으로 출석한 정 처장은 표창장의 일련번호 형태, 주민등록번호 기재 여부가 동양대에서 사용하던 통상의 양식과 다르다며 "일련번호에 소속 부서나 가지번호가 붙는 경우를 본 적이 없어서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학교육원 제2012-2-01호'라고 쓰인 부분에 대해서도 "직인이 찍힌 부분은 다른 부서명은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처장은 또 조 씨의 표창장 수여 내역이 학교 상장대장에도 기재돼 있지 않다며 어떤 경우든지 총장 명의 표창장이 수여되면 직·간접적으로 총장에게 보고되고, 총장이 부재 중인 경우에는 부총장이 처리한다고도 증언했다.
정 처장은 "정상절차에 따라 발급된 것이 아니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정 처장은 동양대 총장 명의의 상장에 주민번호 전체가 써진 경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 처장은 이어 "조 씨가 2011년 겨울방학과 2012년 여름방학에 튜터로 활동했다고 했는데 2012년 여름 영어 수업은 신청 인원이 1명이라 폐강된 것이 맞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정 처장은 지난해 8월 표창장 위조 의혹이 불거지자 경찰의 압수수색 전 동양대 임직원이 모여 회의를 열었지만 표창장 위조 의혹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정 처장은 "표창장이 위조됐다고 한 사람도 있고, 진짜일 수도 있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씨의 실제 봉사 활동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며 "(조 씨가) 당시 고려대를 다니고 있었는데 서울에서 영주까지 화요일 오전 7시까지 와서 학생들에게 첨삭지도 등을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정 교수가 '영어 에세이 쓰기 첨삭 지도비' 명목으로 강사료 120만 원을 지급받은 내역에 대해서도 "엄마가 급여를 받고 당연히 할 일을 딸이 했다고 봉사상을 받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도 말했다.
이에 정 교수 측은 학교 행정직원이 딸의 표창장을 발급해준 것이라며 위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정 교수는 앞서 피의자 신문조서에서도 "(표창장은) 어학교육원의 행정직원이 절차에 따라 만든 것이다"라며 "(양식이 다른 것은) 행정직원이 실수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당시 어학교육원에 행정직원이 근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정 교수 쪽은 당시 행정시스템에 등록이 안됐을 뿐 직원이 파견근무 중이었다고 반박했다.
"학교 비품 아닌 컴퓨터, 검찰의 '위법수집증거'"
이날 정 교수 측은 동양대가 정 교수 컴퓨터를 검찰에 임의제출한 과정의 위법성도 다퉜다. 검찰의 확보 과정이 적법하지 않아 위법수집증거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9월 10일 정 처장과 동양대 교양학부 조교 김모 씨는 동양대 교양학부 사무실의 컴퓨터 2대를 검찰에 임의제출한 바 있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정 처장이 컴퓨터를 검찰에 넘겨줄 권한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정 교수 측은 "압수수색 시 피고인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이 컴퓨터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해왔다.
당시 검찰은 동양대 교양학부 사무실에서 모니터와 키보드가 연결되지 않은 컴퓨터 본체 2대를 발견한 뒤 모니터와 연결해 확인했고, 이 중 하나의 컴퓨터에서 '조국' 폴더를 찾았다. 이 안에는 '형법', '민법' 등의 하위 폴더가 있었다. 확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컴퓨터가 멈추자 검찰은 구동시키고자 노력했고, 뒤늦게 작동되자 조교 김 씨와 정 처장에게 임의제출 동의서를 받아 컴퓨터를 가져갔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이 "강사 휴게실에 있는 물품이 개인 물품일 때 임의 제출할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정 처장은 "(그 컴퓨터는) 다른 조교가 방치됐다고 말해 버려진 물건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도 "해당 PC가 학교 비품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반출하는 것이 꺼려졌지만 검찰이 불러주는 대로 임의제출 동의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아' 다르고 '어' 다른데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지만 검찰이 써야 한다고 해 작성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 교수 측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에서 정 교수를 분리해 기존 사건과 병합해달라고 신청할지 여부에 대해 "정 교수와 상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만약 두 사건이 병합되면 정 교수는 조 전 장관과 따로 법정에 서게 된다.
정 교수의 8차 공판은 오는 30일에 열린다. 이날은 딸 조 씨의 표창장을 결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던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이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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