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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아직 이기지 않았다. 섣부른 자만은…"

민주당 입당하며 쓴소리 "살 베어내는 심정으로 통크게 양보해야"

김두관 경남도지사에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23일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다. 전날 아들의 병역 관련 의혹을 공개 검사로 일거에 잠재운 박 시장이 바로 이튿날 민주통합당 입당식을 가지며 연이틀 이슈의 중심에 섰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26일 무소속으로 서울시장에 당선된 박원순 시장은 4개월만에 당시 단일화 경선의 경쟁자였던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한 식구가 됐다. 박 시장은 입당에 앞서 시민사회원로 뿐 아니라 통합진보당 대표단 등과의 다양한 접촉을 통해 의견 수렴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이날 입당에 맞춰 발표한 글에서 "거대한 전환, 새로운 시작의 해가 될 2012년에 작은 힘이나마 더 큰 통합과 진정한 변화를 위해 보태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2012년 과제 또한 서울시장 보궐선거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결국 국민이 국회를 바꾸고, 국민이 대통령을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벅지 살 베어내는 심정으로 더 많이 양보해야"

박원순 시장은 "오랜 고민 끝에 민주통합당에 입당한다"며 "민주통합당이 통합의 깃발이 되고 변화의 물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평당원으로서 새로운 시대를 위한 소명, 새로운 변화를 위한 소임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에 대한 '쓴소리'도 빠지지 않았다. 박 시장은 "민주통합당은 아직 이기지 않았다"며 "섣부른 자만은 우리 모두를 전혀 다른 결과로 몰아갈 수 있으며 개혁과 쇄신, 혁신과 통합에 민주통합당이 인색한 게 아니냐는 국민들의 우려에 마땅히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창 진행 중인 민주통합당의 공천과 야권연대 협상에 대해서도 그는 "공천의 혁명 없이 새로운 정치는 없다"고 강조했고, "진심의 문을 열어 더 양보하고 야권연대의 감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허벅지 살을 베어내는 심정으로 통크게, 더 많이 양보하고 헌신하고 희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두관 경남도지사에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23일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다.ⓒ연합뉴스
그는 "누군가를 심판하고 상대를 이기고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구체적으로 민생 경제를 살리고 시민들의 삶을 보살피고, 희망을 지펴내는 일"이라며 "수권세력이 되는 것은 서민과 사람들의 행복을 설계하고 감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통합당이 구체적으로 국민들의 삶을 바꿔낼 수 있는 작고 일상적인 생활의 정치에 나서기를 바란다"며 "먼저 전국 광역자치단체장회의를 소집해 구체적인 정책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입당식에서 "(박 시장과) 마음은 한 가지였지만 몸은 떨어져 있었다"며 "이제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한명숙 "박원순의 경험 살려 야권연대 실현 위해 최대한 노력"

박 시장의 민주당 입당에는 엇갈린 의견들이 도출돼 왔다. 제일 우려했던 측은 역시 통합진보당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쉽지 않은 4월 총선 연대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박 시장의 입당이 민주통합당의 목소리만 키워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때문에 박 시장은 통합진보당 대표단, 서울시당공동위원장단, 진보신당 대표, 창조한국당 대표, 민주노총 위원장 등 다양한 세력과 만나 입당에 대한 의견을 듣고 설득에 나섰다.

박 시장 측은 "통합진보당 대표단이 지난 주말과 이번주 초가 협상의 주요한 고비라는 의견을 전해 와 당초 계획했던 입당시기를 변경하는 등 반대하는 곳의 의견도 최대한 수용하고자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 측은 또 "10.26 재보궐 선거 때도 드러났듯 야권연대는 시대적 요구이며 당시의 대통합 정신은 지금도 유효하고 입당 후에도 연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밖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시선이 크다. 통합진보당 서울시당은 논평을 통해 "박 시장이 후보단일화와 공동선본의 한 주체였던 통합진보당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고 시민후보라는 이름을 안겨 준 서울시민의 참뜻을 왜곡하는 심대한 과오를 저질렀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런 시선을 염두에 둔 듯 한명숙 대표는 이날 "박 시장의 입당으로 이제 9명의 시장, 도지사와 함게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책임정당으로 거듭날 실질적 계기가 마련됐다"며 "박 시장의 경험을 살려 야권연대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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