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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좌파? 이젠 강북좌파가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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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강남좌파? 이젠 강북좌파가 대세!

[시민정치시평] 경제적 약자들의 급진화와 강북좌파의 등장①

바야흐로 정치의 해다. 많은 이들이 한국 정치가 거대한 변화의 한복판에 있다고,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고들 이야기한다. 정치를 둘러싼 담론은 늘 변화 담론을 동반한다. 사실 그동안 중요하지 않은 선거는 없었고, 선거를 전후한 시기 한국 정치는 늘 '일상적 궤도' 를 벗어나곤 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자. 2002년 대선은 권위주의로 상징되는 구체제 청산을 요구하는 진보적 흐름이 대세를 이루었다.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은 성장주의에 대한 경도, 뉴타운으로 상징되는 사적 욕망이 다른 공적 가치를 압도하면서 마치 '진보의 시대'가 끝나고 '보수의 시대'가 도래한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리고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을 계기로 다시 '진보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이렇듯 선거가 매번 정치변화를 수반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2012년을 앞두고 다소 호들갑스럽게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피하리라.

2040세대 내 계층균열 본격화되다

2010년 이후 선거를 분석하면서 필자는 한국사회의 균열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작년 10.26 서울시장재보선은 표면적으로만 보면 2040세대의 진보적 선택이 두드러지고 이것이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보수적 선택과 대비되는 등 세대갈등이 두드러졌다. 그런데 세대갈등이라는 표층의 이면에는 계급 또는 계층갈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세대갈등과는 명백히 다른 변화라고 보았다. 그 근거로 경제활동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는 30대와 40대에서 저학력, 저소득층이 진보적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 전통적으로 보수적 성향이 강한 자영업층도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급진화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같은 징후들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더 강화되고 있는가? 10.26 서울시장 재보선이라는 특수한 시기에 나타난 일시적 현상에 불과한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최근 대중여론상으로는 경제적 약자들의 급진화, 진보화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40세대 내 경제적 약자층의 진보화 경향 강화돼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가 2월 13일 발표한 2040세대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제적 지위를 상, 중, 하로 구분했을 때 하위층으로 갈수록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정치적 이념성향도 진보적 경향이 강해졌다. 상위층에서는 진보 55.3%, 보수 44.7%, 중위층에서는 진보 66.8%, 보수 33.2%, 하위층은 진보 68.4%, 보수 31.5%로 나타났다.

지지정당에서도 이같은 흐름들이 확인된다. 계층이 관계없이 대체로 민주통합당 지지도가 높게 나타났지만 경제적 지위에 따라 구체적 양상은 상이했다. 상층의 경우 민주통합당 31.1%, 새누리당(한나라당) 29.7%, 통합진보당 11.3% 순으로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이 거의 비슷했다. 중위층에서는 민주통합당 42.6%, 한나라당 18.1%, 통합진보당 14.9%로 민주통합당이 절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하위층으로 가면 민주통합당 39.4%, 통합진보당 19.7%, 한나라당 14.2%로 통합진보당이 2위로 올라선다. 가치지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중, 하위층으로 갈수록 분배중시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의견이 급격히 상승했다.

물론 이 조사는 20-40세대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아직까지 50대 이상 중장년층 내에서 저학력, 저소득의 하위층은 보수적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20-40세대는 반공이데올로기와 권위주의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집단이 아닌 자유로운 개인으로 존재하고 자율적 판단을 하는 주체라는 점 때문에 이 층의 변화를 통해 향후 변화를 가늠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40세대에서는 경제적 지위에서 하위층으로 갈수록 진보적 지향성이 강화되고 있다. 세대갈등이라는 표면적 변화가 계층갈등이라는 결을 따라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세대갈등에만 집중할 경우 정작 세대갈등의 외양을 띠고 나타나는 계층갈등이라는 보다 본질적 측면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중간층 중심 민주주의의 한계, 사회경제적 의제는 외면해

ⓒ프레시안(허환주)
이 같은 변화, 즉 경제적 약자층의 급진화 경향이 왜 중요한가?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진보의 핵심 축은 고학력, 화이트칼라, 중산층으로 대표되는 '중간층'이었다. 저학력, 저소득의 경제적 약자층은 영남, 고연령층과 함께 보수의 핵심 보루로 역할했다. 지식인들은 경제적 약자들이 정작 자신을 대변하는 진보 정치세력이 아니라 보수 정치세력을 지지해온 것을 놓고 이들이 반공 극우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자신의 존재를 배반했다고 비판하곤 했다. 하지만 가난한 이들의 배급배반 투표를 단지 이들의 무지몽매함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오히려 보수 독점의 정당체제 속에서 가난한 이들이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정치 세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은 아닐까?

한편 가난한 이들이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계급배반투표를 할 때 부자들은 매우 강력한 응집력을 보이면서 계급의 이익에 충실한 투표를 해왔다. 강남 등 잘사는 동네에서 투표율도 높고 보수 후보 지지가 압도적인 것은 그 단적인 사례다. 그 결과 경제적 약자층이 정치에서 철저히 배제되었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불공정한 질서가 고착되면서 가난한 이들의 삶이 더욱 고달파졌다.

우리사회에서 진보개혁을 표방하는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핵심 계층은 '중간층'이었다. 이 층은 이슈에 민감하고 가치지향적이다. 의식은 진보적이되 경제적으로는 궁핍하지 않다는 점에서 '강남좌파'에 가깝다. 87년 민주화투쟁, 2002년 노무현 후보 당선 등이 모두 이들의 손을 거쳐 나왔다. 자신이 처한 경제여건상 정치개혁 의제에는 관심이 높았지만 사회경제적 개혁은 그다지 절실하지 않았다. 이른바 87년 체제의 한계, 즉, 절차적 민주주의는 확립했지만 사회경제적 시민권 확립이라는 실질적 민주주의에는 이르지 못했던 것은 바로 '중간층이 주도하는 민주주의'의 한계이다.

뉴타운, 상층과 중간층의 욕망일 뿐

2002년 대선까지는 진보개혁의 보루로 역할했던 중간층들이 2008년 총선에서는 뉴타운에 열광했다. 이러한 선택에 대해 '가치의 정치'를 버리고 '욕망의 정치'에 매몰되었다는 비판이 잇달았다. 하지만 '욕망의 정치'는 저급한 것이고 '가치의 정치'는 칭송받아야 할 것인가? 문제는 '욕망의 정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욕망의 독점', 즉 경제적 약자의 욕망은 배제되고 중간층과 상층의 욕망이 전체의 욕망인 것처럼 대표되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경제적 약자들이 급진화, 진보화되고 있는 최근 변화를 보면 진보의 중심세력이 더 이상 '강남좌파'가 아니며 '강북좌파'로 이동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강남좌파'는 정치적 의식이 경제적 지위와 분리되어 있는 반면 '강북좌파'는 자신의 경제적 지위와 정치적 의식이 일치한다. 따라서 '뉴타운'과 '공익' 을 오가는 '강남좌파'와 달리 경제적 약자를 위한 '공적 요구'를 일관되게 할 수 있다.

이층이 표출하는 욕망에 주목하는 것은 사회 하층의 요구와 경험을 이해하고 통합하는 일이다. '욕망의 정치'가 뉴타운식의 '사익'에 매몰되지 않고 사회경제적 차별 해소라는 보다 공적인 것과 접속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북좌파'는 누구이며, '강북좌파'가 등장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것이 2012년 대선과 총선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후속 칼럼에서 이를 풀어볼 것이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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