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기 정보경찰이 정치 관여나 불법 사찰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3개월간 자체 진상조사한 경찰이 문제 소지가 있는 문건 존재를 확인해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청 진상조사팀은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추정된 문건 목록 412건을 확인했고, 이 가운데 언론보도에 언급된 16건을 포함해 60여건에 사찰 등 문제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27일 밝혔다.
당시 경찰청 정보국은 '현안 참고자료'라는 표지와 함께 '촛불시위 직권조사 과정에서 경찰청장에 대한 경고를 권고한 국가인권위 인적 쇄신 필요', '각종 보조금 지원 실태를 재점검해 좌파성향 단체는 철저하게 배제, 보수단체 지원 강화', '온·오프라인상 좌파세력의 투쟁여건 무력화 등 대책', '좌파의 지방선거 연대 움직임 및 대응 방안' 등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보고서의 존재는 앞서 검찰이 이 전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영포빌딩 지하 2층 다스 비밀창고를 압수수색하던 중 확인됐다.
진상조사팀 관계자는 "검찰이 확보한 자료를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정보국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 목록 412건을 확인했고, 이 가운데 330건은 실제 보고 문서를 파일로 확보했다"고 말했다.
조사팀은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고 정보국에서 일상적으로 생산한 문서 70여건에도 정치 관여·불법 사찰 등 문제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보경찰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당시 근무자 말로는 전직 대통령 신변보호 차원 활동이었다고 한다"며 "노 전 대통령 관련 문건은 목록에서 1건 확인됐다"고 조사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조사팀은 당시 경찰청 정보국과 청와대 파견 직원 등 대상자 340여명 가운데 퇴직 후 연락이 닿지 않거나 조사에 불응한 이들을 뺀 270명가량을 서면 또는 대면조사했고, 현장조사도 병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청 정보국장 등 고위 관계자 가운데는 현역 야당 국회의원 3명도 포함됐으나 이들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조사팀 관계자는 "문서가 없는 상태에서 조사를 시작해 현재 재직자 위주로 진행하다가 문건 목록 등이 발견되면서 굳이 현역 의원들을 상대로까지 문건을 찾는 활동을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사팀은 문제가 된 보고서 130여건의 작성자와 지시자, 작성 경위 등을 확인하고자 경찰청 수사국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검찰이 현재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점을 고려해 검찰과 협의를 거쳐 수사 주체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청 정보국은 이날 입장문을 내 "경찰이 인권보호와 정치적 중립의 가치를 바로 세우지 못하고 국민 신뢰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며 "낡은 관행을 타파하는 계기로 삼고, 향후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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