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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MB의 5년'을 되돌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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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MB의 5년'을 되돌리려면…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52> 야바위 정치판의 꼼수 공약들

복지 이야기는 미처 논쟁의 단계에 이르기 전부터 뭇매를 맞았다. MB정권 들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OECD국가 중 꼴찌 수준에 도달한 이 나라 복지의 이야기다. 말 꺼내지도 못하게 했다.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대통령에서부터 당정은 물론 조중동과 TV등 '관변매체'들에게도 총 동원령이 내려진 듯 했다.

"퍼주기 복지는 나라 망쳐먹는 행위"라 했다.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면서, "공짜 시리즈하자는 것이냐"고 준열하게 꾸짖었다. 2011년, 이 땅의 민초들은 "무상복지 포퓰리즘은 국가부도의 지름길"이라는 '듣기 좋은 노래'를, 거의 일년내내 넌덜머리나게 들었다. 특히 서울시에서 불거진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문제는, 나라의 명운이 걸리기라도 한 듯 난리를 쳐댔다.

"도움이 필요 없는 부유층 아이들에게까지 공짜 밥을 줘서는 안 된다"와 "가난한 아이로 낙인찍히는 '눈치 밥'을 먹게 해서는 안 된다"는 둘 중 하나였다. 급식현장을 상정(想定)해 보면 답은 금방 나오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MB정권은 봇물 터지듯 이어질지도 모르는 복지수요를 초장(初場)부터 틀어막고자 한 듯하다. 총대를 멘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급기야 기꺼이 묘혈(墓穴)까지 파기 시작했다.

"어느 쪽 지지하는지 주민투표 해 보자"했다. "주민투표에 지더라도 6·25때 낙동강 전선 사수하듯이 전면 무상급식 막겠다"했다. 그리고는 필경 자신이 판 묘혈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스스로 죽었다. 오세훈 씨의 비극은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하청 받은 성격이 짙다. MB대신 악을 쓰다가 최후를 맞이한 느낌이 강하다.

지난해 MB정권이 4대강에 예산 쏟아 붓느라고, 돈과 관련해 운신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을 우리는 다 기억한다. 중앙이고 지방이고 다른 사업한다며 돈 달라 손을 내밀 수가 없었다. 게다가 '부자복지'였던 감세정책 하느라고 돈은 더욱 달렸다. 2010년 연말, 2011년의 예산이 한나라당 지배의 국회를 통과하면서, 방학 중 결식아동 25만 명의 급식예산까지 깎여 나가던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사소한 것일지라도 서민복지 수요를 틀어막는 게 MB정권으로서는 '사수해야할 낙동강 전선'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온갖 거짓 다 동원해 '복지'에 결사 항전했다. 사회주의적 발상이니 좌파의 공약이니 하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주민투표에 180억 원, 서울시장 보궐선거 비용 300억 원 등 모두 480억 원을 아낌없이 버리면서까지, 서울의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에 필요한 추가비용 695억 원을 내놓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던 게 한나라당 정권이었다.
▲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그 한나라당 정권이 당의 이름을 새누리당으로 바꾸면서, 요즈음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복지 아이템을 찾아 헤매는 거짓말 같은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전국의 초중고교생 가운데 아침식사를 거르는 학생 250만 명에게 무료로 밥을 주는 공약을 검토하고 있다 했다. 그 무상급식에 소요되는 연간예산이, 한나라당 정권이 내놓지 않으려고 서울에서 발버둥 치던 '추가예산(695억 원)'의 열배도 넘는 7500억 원에 이른다고 했다.

'두 얼굴의 정권'이라 해도 할 말 없게 되어 있다. 참으로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다. 무슨 야바위판의 한 복판에 끌려 온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신무기 도입 예산을 깎아 사병의 월급을 지금의 4배 이상인 40만 원으로 올리는 공약이 제시됐다는 기막힌 보도도 있었다.

한나라당의 이름이 새누리당으로 바뀐 사실을 보도하면서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의 정당들은 인기를 잃으면 당의 이름을 바꾼다"고 했다. 맞는 보도로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젊은 층의 인기가 절실하다 해도, 남북대치 상황에서 전투력까지 깎아내리며 월급 올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인기를 잃은' 원인을 잘 못 짚은 것이다. 물론 사병월급 인상 자체를 반대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겠지만, 수많은 그런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공약들을 접하면서 우리가 먼저 느끼는 것은 한없는 아쉬움이다. 집권당으로서 그 동안 당연히 했어야 하고 할 수 있었던 내용들이 적지 않아 보였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성격상 야당의 공약과는 차원이 다르다. 새누리당은 따라서 먼저, 집권하고 있을 동안 손 놓고 있던 태만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책임을 느껴야 마땅하다.

'유연한 대북정책 추진'이란 새누리당의 공약이 눈에 띈다. 안타깝다. 아쉽다. 결국은 그렇게 가게 될 것을, 그동안 허송세월 하면서 너무 손해만 보아왔다. 질 낮은 방식의 이 정권 외교 때문에 남북관계나 4강외교 모두 꼬이기만 했던 것 모르는 사람 거의 없다.

경제정의나 복지와 관련된 많은 선심성 공약들도 제시되고 있으나, 적어도 벌써 손을 댔어야 할 '뒷북'처럼 느껴지는 아쉬움과 함께, 진정성·실현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 칠 수가 없다. 물론 지금까지 나온 공약들만으로도 "새누리당이 좌빨당 된 느낌"이란 말이 나올 정도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바로 그 급작스런 '좌클릭'때문에도 수상한 기운을 느끼는 회의적 시각들이 만만치 않은 데 주목하게 된다.

더구나 엊그제 국회에서 새누리당은 야당 추천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을 부결시켰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당명도 바꾸면서, 대북정책까지 유연하게 가겠다 한 그들이, 언필칭 '사상문제'를 트집 잡았다. 그 후보자 '사상문제'의 빌미가 된 '천안함 사태에 대한 견해'는 국내외 학자들의 '이의제기'에 대해, 정부도 과학적으로 완벽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 한 채 입을 닫고 있는 상태다.

요컨대 새누리당은 '꼴통보수'의 수준에서 아직 한걸음도 더 나가지 못 했음을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결국 일시적이나마 진취적인 모습의 시늉을 해보였던 것도, 실은 잃어버린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 꼼수 공약들을 급조해, 야바위 정치용도로 뿌려댄 게 아니냐는 오해를 피해가기 어렵게 되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진실이 담기고, 실현될 수 있는 공약을 생산해 내야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그렇게 내건 공약은 또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지금까지 제시된 여야의 공약들을 보면서 특별히 아쉬움을 느끼는 대목이 있다. 무엇보다 이 나라가 지금 절실히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할 시대적 요구 사항들이 공약에서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MB정권 들어서면서 폐해가 가장 두드러졌던 언론과 검찰에 대한 대 수술 공약이 눈에 띄지 않는다.

군사통치 시대도 아닌, 명색이 선거절차를 거쳐 제대로 된 민주주의 체제의 국가에서, 일찍이 이토록 본령(本領)을 일탈한 언론과 검찰이 있었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 별로 없다. 특히 언론은 편집권이 기자들의 손에 들어가면 사회의 공기(公器)가 될 수 있으나, 양식 없는 사주의 손에 가면 흉기(凶器)가 되기 십상이라는 점을 정치 세력들은 유념해야 한다.

언론과 검찰을 제자리에 갖다 놓아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제 모습을 찾는다. 진실로 나라의 미래를 염려하는 정당이라면, 이제는 이들 분야에 대해서도 당당히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 문자로 된 공약이 필요하다. 곁들여 최시중 청문회 공약도 나와야 한다.

4대강에 대한 공약도 절실하다. 법원에서도 엊그제 위법성을 지적했지만, MB 한 사람의 탐욕에 이끌려, 꼼수와 탈법과 특혜가 난무했던 게 4대강 사업이다. 4대강은 지금 이른바 보의 안전문제와 함께 수질악화, 주변지역 침수, 지천지류지역 홍수피해 증가, 끝도 없는 유지비용 퍼붓기등 백해무익한 '재앙의 씨앗'으로 자리 잡았음이 입증되고 있다. 한시라도 빨리 구조물들을 철거하는 게 이익이다. 국익을 위해 당장 그러겠다고 공약해야 한다.

시작과 끝이 분명하게 보이는 데도 도중에 수사를 끝내버린 민간인 불법사찰 배후나, 민주당 대표실 도청사건 등도 공약으로 되살아나, 번듯하게 마무리 되어야 한다. 그게 정의다. '잃어버린 MB의 5년'은 그렇게 차곡차곡 정리를 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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