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re here and every where(우리 지금 여기 그리고 모든 곳에). 우리가 태어난 이 땅 위에. 내일은 너무 멀리 있어 사랑을 위해 떠나는 이길. 온전한 우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 오늘에 존재하는 나에게. 다음에 행복하라고 말하는 네게. 눈 감는다고 사라지지 않아. 이제 우리 함께 행복할 수 있다고"(대구지역 펑크 인디밴드인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의 대구퀴어축제 10주년 기념 자작곡)
10주년 대구퀴어문화축제가 동성로 일대를 물들였다. 무지개 깃발을 든 성(性)소수자들의 사랑과 연대의 힘은 어느 때보다 강했다. 전국에서 몰린 참가자들로 인해 10년만에 역대 최대 규모를 이뤘다.
대구 44개 단체가 참여하는 제10회 대구퀴어(Queer.성소수자)문화축제조직위원회(상임대표 배진교)는 23일 오후 1시부터 6시간 넘게 동성로 일대에서 '퀴어풀대구(Queerful Daegu)'를 주제로 10주년 대구퀴어축제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500여명(주최 측 추산 3,000여명)이 참가했다.
동성로 거리에는 서울, 부산, 전주, 제주 등 전국에서 몰린 인파로 북적였다. 대구지역의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는 이날 오후 반나절 동안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빛'으로 물들었다. 이들은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에서 열린 다양한 공연을 즐기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CGV한일극장 앞에서 중앙파출소까지 200여m 거리에 설치된 각종 부스에도 인파가 몰렸다. 성소수자 부모모임, 지역 대학별 성소수자 동아리, LGBT(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인권단체를 포함해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 글로벌IT기업 구글(Google), 국제엠네스티, 주한미(美)대사관 등도 대구퀴어축제 1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부스에 참가했다.
특히 조직위는 앞서 2009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대구퀴어축제를 이끌어 온 배진교(43) 상임대표에게 10주년 기념 상패를 전달했다. 이어 조직위는 지역 인디밴드인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이 대구퀴어축제 10주년을 기념해 만든 노래를 대백 앞 무대에서 합창하기도 했다.
배진교 상임대표는 "사방으로 혐오세력에 둘러쌓인 10주년 축제지만, 참가자 인원은 역대 최대 규모"라며 "저들이 혐오를 하고 차별을 부르짖을 때 우리는 더 강한 연대와 사랑으로 맞서자"고 말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자긍심 퍼레이드는 오후 5시 넘어 시작됐다. 트럭 3대에 퍼포먼스들이 나눠 올라타 행진 대열을 이끌었다. 참가자 1,500여명은 트럭 뒤를 무지개 깃발을 들고 따랐다.
하지만 예수재단, 대구성시화운동본부 등 일부 개신교단체가 지난 22일 저녁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동성로 일대와 2.28기념중앙공원에서 '대구예수축제 철야기도회', '대구퀴어축제 반대 공연' 등을 펼친 뒤 퀴어축제 행진을 가로 막아 40분간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전국에서 '레알러브버스'를 타고 온 1천여명의 개신교단체 회원들은 행진 차량을 가로 막고 앉아 통성기도를 하고 애국가를 제창하며 행진을 못하게 했다.
특히 이들은 '동성애 유전이 아닙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반대해요. 꼭 돌아와요', '남자며느리 NO, 여자사위 NO'라고 적힌 반(反)퀴어적 단체 티셔츠를 맞춰 입고, '동성애 독재반대', '동성애 파시즘', '대구 동성로는 변태행사장소가 아닙니다'라고 적힌 피켓팅을 동성로 일대에서 벌였다.
이에 대해 경찰은 병력 800여명을 투입해 집회 신고를 하지 않은 개신교단체의 해산을 수 차례 명령했다. 그러나 자진 해산을 위한 협상이 결렬돼 조직위 측은 당초 예정된 행진로를 벗어나 몇 갈래로 나눠 행진을 이어갔다. 크고 작은 말다툼과 몸싸움이 있었지만 큰 마찰은 일어나지 않았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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