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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갖는 '피해의식'은 의외로 크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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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갖는 '피해의식'은 의외로 크고 깊다

[기고] 동북아 평화시대를 향한 양국의 상호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 언론에서 중국이라는 국가는 몽니를 부리고 거침없이 대국 행세를 하는 얄미운 이미지로 묘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체로 이웃하는 인근국끼리 서로 우호적 감정을 지니고 공존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에 속한다. 오히려 민족주의에 기인하는 감정적 대립으로 사사건건 시비가 발생하고 마찰이 일어나기 쉽다.

하지만 그 중에는 편견과 그릇된 선입견 그리고 덧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도 적지 않다. 그리고 이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이 증폭돼 양국의 우호관계를 심각하게 해치게 된다. 그래서 상호 간에 상대국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이해는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가 보는 중국과 중국이 보는 세계는 같지 않다


흔히 미국과 중국을 G2로 표현한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국제정치 무대를 좌지우지하는 두 거인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실제 양국의 국력을 현 시점에서 비교한다면, 중국은 미국에 맞상대할 만큼의 국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2016년 미국이 보유한 핵탄두는 7100개로 260개를 보유한 중국의 30배이고,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은 약 20배에 이른다. 더구나 미사일방어체계(MD)의 배치는 미국의 우위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국방비 면에서도 중국은 미국에 비해 열세이다. 중국의 국방비 증가 추세가 최근 두드러지고 있지만, 2012년 중국의 국방비는 1060억 달러로 미국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동맹관계에서도 중국은 미국에게 비교가 되지 못한다. 미국은 세계 100개국 이상에 기지를 보유하거나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 일본, 필리핀, 태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고, 태평양 지역에서 57개의 군사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또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등 대부분의 아세안 국가들과도 군사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해외에 기지를 가지고 있지 못하며, 기껏 소수의 병력만이 대사관 보호나 평화유지활동을 위해 배치돼 있다. 세계가, 그리고 우리가 보는 중국과 중국이 보는 세계는 같지 않다.

중국이 지니는 '피해의식'은 의외로 크고 깊다


이러한 조건에서 중국은 미국이 제정한 국제사회의 규범들을 최대한 준수함과 동시에 자국의 국익은 최대화하는 방향으로의 매우 현실적인 이른바 '방어적 현실주의(Defensive Realism)'의 노선을 취하고 있다.

남중국해 및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 열도 등 주권과 영토 문제에서 나타나고 있는 중국의 '공세적(assertive)' 외교는 새로운 외교 '정책(policy)'이 결정돼 '주도적이고 계획적으로' 실행한 결과라기보다는 다양한 국내외적 상황에 '반응적(reactive)이고 즉자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외교 '행태(behavior)'의 변화로 분석될 수 있다. 현 상태(status quo)의 변경을 위한 현상 타파의 시도가 아니다.

필자는 최근 중국이 보여주는 일련의 행위들이 오히려 중국의 깊은 '피해의식'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다고 파악한다. 중국은 근대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중심 국가로서 영원한 '중원(中原)'으로 군림해왔지만, 근대에 이르러 반식민지로 전락하면서 속수무책 열강들의 먹잇감이 돼야 했다. 특히 역사적으로 깔보아왔던 일본에게 거의 모든 국토를 유린당하면서 수십 년 동안 간난신고의 항쟁을 계속해야 했다.

이후 중국은 마침내 사회주의혁명에 성공했다. 그리고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간신히 지나 개혁개방을 통해 비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일모도원(日暮途遠), 날은 저무는데 갈 길은 멀다.
일본과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치열한 영유권 분쟁이 전개되고 있으며, 호주와도 1년여 전부터 날선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인도양의 숙적 인도와의 갈등 역시 끊이지 않는다. 남·동중국해 해양에서는 베트남을 비롯해 필리핀과 자칫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미국을 등에 업은 대만은 바로 눈앞에서 중국 지도부의 신경을 극도로 교란시킨다. 최근에는 순망치한의 동맹국이었던 북한과의 관계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중국은 이들 국가의 배후에 미국이 존재하고 있으며 또 일본도 그 뒤를 추종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중국에 대한 미국 및 그 '휘하' 국가들의 포위망 구축이라는 인식이다. 지난해부터 미국-일본-인도의 합동군사훈련도 거행되고 있다. 한국의 사드 배치 역시 중국의 피해의식은 대단히 높다.
이러한 와중에도 '협박 협상의 대가', 트럼프로부터 주도하는 무역전쟁은 중국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른바 '대국으로서의 여유'나 '통큰 자세'가 나오기 어렵다.

양국 언론, 상호 존중과 역지사지의 관점이 필요하다

우리 언론의 중국 관련 기사는 부정적 기조가 적지 않다. 아니 오히려 더 많은 비율을 점한다. 민족주의적 감정에 기대고 거기에 영합하는 기사도 적지 않다.

수십 년 지속된 엄혹한 냉전과 적대 관계를 청산시키려는 오늘의 정세에서, 언론의 역할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이 너무도 중요하다. 한중 양국의 상호 이해와 협력이 양국의 이익에 정확하게 부합한다. 양국관계에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하고 그리해 지금 기적적으로 도래한 천재일우의 이 평화 국면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교란시키는 것은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

중국 언론으로서도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현재 국제사회는 타이완 문제에서 '하나의 중국'라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하고 있다. 그것은 국제관계라는 일반적 역학 관계라기보다 민족의 문제로 인정하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관점은 한반도 남북한의 문제를 바라보고 처리하는 중국의 시각에도 그대로 적용돼야 할 것이다. 물론 중국과 북한의 '특수한' 관계를 인정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 남북한 같은 민족 간의 열망과 감정을 일반적인 국제관계로 치환하고 해석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양국 언론은 민족주의 경향성을 강조해 양국 간의 마찰과 충돌을 조성하고 증폭시켜서는 안 된다. 그리해 모쪼록 상호 존중과 역지사지의 관점으로써 건강하고 원만한 양국 관계를 만들어나가고 협력을 이뤄냄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시대를 열어나가는 데 공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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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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