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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문재인, 서로 '페이스메이커'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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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문재인, 서로 '페이스메이커'가 되라

[의제27 '시선'] '경쟁적 협력자'로서의 문재인과 안철수

대선주자로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를 따라잡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가 최근 언론 보도들의 중심적인 화제 중의 하나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이사장의 지지가 급상승하고 있고, 일부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이사장이 안철수 교수를 앞서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두 사람의 관계가 향후 어떠해야 할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향후 두 사람의 관계 여부에 따라 우리 시대의 장래 운명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관계를 언급하기에 앞서, 시대의 운명을 왜곡시킨 과거 사례를 잠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1987년 6월민주항쟁에 의해 대통령직선제가 수용됨으로써 권위주의체제의 민주화가 눈앞에 다가왔을 때, 민주화를 바랬던 그 모든 사람들은 김영삼과 김대중 양 김의 대선 후보 단일화를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민주화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싸워왔던 그 험난하고 치열한 과정을 생각한다면 양 김의 분열은 생각할 수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 김은 끝내 단일화를 하지 않았고, 그 결과 민주정부 수립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 때의 실망이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태는 실망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신군부의 독재세력이 합법적으로 집권하게 된 상황에서 민주개혁은 물론 독재청산 역시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만일 1987년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졌다면 민주세력은 당연히 승리했을 터이고, 당시 양보한 후보 역시 다음 대선에서 승리했을 것이다. 그 경우 민주화 이후의 민주 발전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당시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 문재인 이사장과 안철수 교수 ⓒ프레시안

권력의지보다 더 중요한 역사의식

흔히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권력의지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당시 양 김은 권력의지에 충실했던 셈이고, 따라서 후보 단일화에 응하지 않은 그들에 대해 누구를 탓하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그것이 아무리 중요할지라도, 권력의지는 개인 차원의 이해관계일 뿐이다. 오히려 시대의 운명을 좌우할 결정적인 시기에 정치인 개인의 권력의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역사의식이 아닌가 한다. 만일 1987년 당시에 양 김이 그러한 역사의식을 지니고 있었다면, 그들은 단일화에 성공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양 김은 그러한 역사의식을 보여주지 못했고, 따라서 권력의지에 따른 그들의 선택은 민주화를 왜곡시켰다.

1987년의 민주화가 절차적, 정치적 차원의 민주화였다면, 그로부터 25년이 흐른 2012년 올해의 선거는 사회경제적 민주화에 있어 시대적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 같은 결정적인 시기에 문재인과 안철수가 분열되어 시대의 운명이 또 한 번 왜곡된다면, 그것은 우리 시대의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사회 양극화의 심화 속에서 중산층과 서민 등 대다수 국민의 삶이 벼랑에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분열로 인해 사회경제적 민주화가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면, 그것은 시대의 요구를 배반하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재인과 안철수 두 사람은 과연 그러한 역사의식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하여 나는 두 사람의 권력의지가 그리 강하지 않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권력의지가 강하지 않다는 사실은 시대의 운명을 좌우할 결정적 시기에 두 사람이 상호 협조와 양보의 역사의식을 발휘할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결정적인 시기에 두 사람이 역사의식의 진정성을 가지고 상호 협조할 경우, 그것은 과도한 권력의지로 인한 1987년 양 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권력의지의 부족은 정치인으로서의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 될 수 있다.

상호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야 할 안철수와 문재인

마라톤 경주에서 페이스메이커(pacemaker)의 역할이 있다. 특정 주자의 승리를 위해 어느 지점까지 같이 달려주며 그 주자의 속도를 높여주는 보조 주자가 바로 그것이다. 문재인과 안철수의 관계는 그런 관계이어야 한다. 물론 안철수가 현재 직접 대선주자로 나선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두 사람의 관계는 상호 페이스메이커의 관계임에 틀림없다. 물론 누가 최종 결승선의 테이프를 끊을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페이스메이커가 돼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두 사람은 더욱 잘 달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상호 신뢰다. 다행스럽게도 두 사람 모두 우리 사회에서 보기 드문 진정성을 지닌 인물들이다. 그들이 살아왔던 인생이 그러했고, 그들의 현재 모습이 그러하다. 하나의 실례로, 안철수가 한나라당의 확장성에 반대한다고 했을 때 한나라당 인사들은 당장 안철수를 비난하기에 바빴다. 편협하기 짝이 없었던 한나라당은 안철수의 단 한 마디의 쓴소리조차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았다. 반면 문재인은 안철수에 대해 항상 동지적 관계로 대했다. 나는 그것이 정치인으로서의 품격이자 상대방에 대한 신뢰라 생각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문재인과 안철수 두 사람이 올해 대선을 앞두고 '경쟁적 협력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누가 최종 주자가 될 것인지는 추후 주권자인 국민이 정할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상호 신뢰를 유지하면서 서로에 대해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주는 관계, 바로 그것이 현재 두 사람 간에 가장 필요하고도 적절한 관계인 것이다. 1987년에 이어 또 한 번의 역사적 전환점이 될 올해의 대선에서 과거 양 김이 했던 분열의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과거 우리 역사가 보여주고 있는 준엄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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