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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 MB 앞에서…

"잘 나가는 애들한테 반항하면 철저히 착취당해"

이명박 대통령이 학교폭력 상담과 피해학생 지원 등을 위해 설립된 안양과천 위(Wee)센터를 찾아 피해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가해학생들과도 대화를 나눴다.

일부 가해 학생들은 대통령 앞에서 "친구들 때리고 사고 많이 쳤었다", "가출 했다가 강전(강제전학) 당했었다"고 직설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한 피해 학생은 "학교문화가 계급사회다"면서 "1진,평범한 학생, 찐따 3단계가 있다"면서 "왕이 있고 빵셔틀이 있어서 잘 나가는 애들한테 반항하면 절저히 착취당하는 계급사회다"고 토로했다.

이 학생은 "이번 일을 계기로 제2의 나(학교 폭력 피해자)가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당당하게 밝히는 교장을 칭찬해야"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는 "당장 급해서 전학을 보냈더니 위장전입이라고 원래 학교로 도로 돌려보내졌는데, 지금은 학교도 못 나가고 집에 있다"고도 말했다. 또래 상담사로 활동 중인 한 중학생은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방과 후 학습이 (학과 공부 대신) 인성교육이나 재미있는 시간으로 대체됐으면 좋겠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가해학생, 피해학생, 학부모와 간담회 이후 이 대통령은 "나는 들으러 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감추는 게 유리하다는 교장이 있다"면서 "(교내 폭력을) 당당하게 밝히는 교장을 칭찬해 줘야 학생들이 (피해 사실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학교가 자꾸 숨기려고만 하는데, 학교는 아이들 장래를 위한 기관이지 등급을 잘 받기 위한 기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단편적인 방법으로는 안 되겠다"면서 "우리 한국의 교육 문화를 바꿔보자"고 당부했다.

또 "이제까지는 입시에 찌들렸다"면서 "실업학교나 마이스터고 가면 재학 중에 다 기업에 취업하고, 취업 중에 2~3년 지나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어릴 때 심리적으로 위축되면 안 되겠다"면서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단편적인 방법으로는 안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책을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 함부로 종합 대책을 발표하지 말라"며 "다 공감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 정책이 나오면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듣는 모습' 많이 보이는 대통령

이 대통령은 이어 원인 제공을 (교육)제도가 하고 있다"면서 "교육과학기술부가 방과후 학교는 자유롭게 (학생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시ㆍ도 교육감 간담회를 27일에는 교직단체 및 학부모단체 대표 등과 간담회를 잇달아 열어 학교 폭력 대책을 논의했고, 조만간 일선 교장들과도 만날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학교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진정성있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이와 관련해선 '듣는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교과부의 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 등을 볼 때 "본질적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선 한 발 더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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